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환절기마다 같은 자리가 먼저 무너집니다

〈계절이 바뀔 때 몸이 하는 일〉 · 6편 중 1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환절기에 힘든 것은 날이 춥거나 더워서가 아니라 빠르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몸의 감지기는 온도 자체보다 온도가 바뀌는 속도에 크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조절이 바빠지면 그 사람에게서 얇은 자리가 먼저 드러납니다.

환절기가 되면 꼭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마다 무너지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분은 코부터 막히고, 어떤 분은 배가 먼저 불편해지고, 어떤 분은 잠이 얕아지고, 어떤 분은 무릎이 시큰거립니다. 그리고 대개 해마다 같은 자리입니다.

계절마다 몸이 겪는 일은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 · 여름 · 가을 · 겨울) 여기서는 그 사이, 바뀌는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몸은 온도보다 바뀌는 속도에 반응합니다

찬 것을 느끼는 신경을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이 신경은 온도가 내려가는 동안 크게 반응합니다. 그러다 그 온도에 머물러 있으면 반응이 잦아듭니다. 같은 온도에 있어도 조용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성질을 순응이라고 부릅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속도입니다. 같은 폭으로 온도가 내려가도 빠르게 내려가면 훨씬 세게 반응합니다. 실험에서는 천천히 식힐 때보다 빠르게 식힐 때 신경의 발화가 네 배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그러니 몸에 부담이 되는 것은 15도라는 값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15도가 되었느냐입니다.

같은 온도라도 어디서 왔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중립으로 느끼는 온도의 범위 자체가 직전에 어느 온도에 있었느냐에 따라 옮겨 갑니다.

같은 20도라도 여름 끝에서 내려온 20도와 겨울 끝에서 올라온 20도는 몸에 다르게 닿습니다. 환절기에 *"아침에 유난히 춥다"*고 하시는 것이 엄살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조절이 자주 불려 나갑니다

계절 한가운데는 값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습니다. 몸도 한 자세로 조절을 유지하면 됩니다.

환절기는 다릅니다. 아침과 낮의 차이가 크고, 며칠 사이에도 방향이 바뀝니다. 그때마다 몸은 열을 아꼈다 버렸다 하고, 피부 혈관을 좁혔다 넓혔다 합니다. (체온은 재는 숫자가 아니라 지키는 값입니다)

조절도 일입니다. 그 일이 잦아지면 다른 데 쓸 여력이 줄어듭니다.

여력이 줄면 얇은 자리부터 드러납니다

여기가 제가 중요하게 보는 대목입니다.

여력이 줄었다고 몸이 고르게 나빠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얇은 자리부터 드러납니다. 평소에는 겨우 버티고 있던 자리가 먼저 티를 냅니다.

코 점막이 얇은 분은 코로 나타나고, 소화가 약한 분은 배로 나타나고, 잠이 얕은 분은 잠으로 나타납니다. 같은 환절기를 지나는데 증상이 제각각인 것이 그래서입니다. 환절기가 그 증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얇던 자리를 드러낸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환절기는 알려 주는 계절입니다

이렇게 보면 환절기 증상은 성가신 일만은 아닙니다. 그 사람의 몸에서 어디가 얇은지를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알려 줍니다.

그래서 저는 환절기에 오신 분께 올해 이야기만 묻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그러셨는지, 재작년에는 어땠는지, 유난히 잘 지나간 해가 있었는지를 함께 묻습니다. 그 답이 지금 증상보다 많은 것을 알려 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에 손보는 편이 낫습니다

환절기 한가운데는 조절이 이미 바빠져 있는 때입니다. 그때는 여력을 만들어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무너지는 것을 아신다면, 그 계절이 오기 전이 손보기 좋은 때입니다. 잠을 먼저 챙기고, 아침저녁 옷을 미리 준비하고, 얇은 자리를 미리 살펴 두는 것이 그 계절을 지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보약, 아무 때나 먹으면 될까)

진료가 먼저인 경우

환절기와 상관없이 증상이 이어지거나,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심해진다면 계절 탓으로만 두지 마시고 진료를 받아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숨이 차거나 열이 오래간다면 더 그렇습니다.


한의학이 오래 붙들어 온 관점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것에 부딪혀도 사람마다 상하는 자리가 다르다는 것. 그래서 병 이름보다 그 사람이 어디가 얇은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이 의학의 오래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절기는 그 얇은 자리를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드러내 주니, 잘 들어 두면 다음 해에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증상만 묻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몸이 되풀이해 말하고 있는 것을 듣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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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