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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마르다는 것을 몸은 어떻게 아는가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입이 마른 것과 물을 켜는 것은 다릅니다. 몸은 피의 농도와 부피를 재서 갈증을 만들고, 물이 몸에 흡수되기도 전에 그 갈증을 먼저 꺼 버립니다. 한의학이 오래전부터 이 둘을 갈라 물어 온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입이 자꾸 마르는데, 물을 마셔도 그때뿐이에요."

"물을 많이 드시라는 말을 듣는데, 저는 별로 마시고 싶지가 않아요."

두 말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저에게는 다른 소견입니다. 입이 마른 것과 물을 켜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갈증은 느낌이 아니라 출력입니다

목이 마르다는 신호는 기분이 아닙니다. 몸이 무언가를 재고 나서 내놓는 결과입니다.

무엇을 재느냐 하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피의 농도입니다. 물이 빠지면 피에 녹아 있는 것들의 농도가 올라갑니다. 이 농도를 삼투압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하나는 부피입니다. 피가 도는 양이 줄면 그것도 신호가 됩니다.

뇌에는 장벽이 열려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뇌는 아무것이나 들여보내지 않습니다. 혈관과 뇌 사이에 촘촘한 장벽이 있어서 웬만한 성분은 넘어가지 못합니다. 이것을 혈액뇌장벽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장벽이 일부러 열려 있는 자리가 몇 군데 있습니다. 뇌 앞쪽 아래, 제3뇌실 벽에 붙은 작은 부위들이 그렇습니다. 여기 있는 세포들은 지나가는 피에 직접 노출되어 있고, 피가 진해지면 그 변화를 스스로 감지합니다. 장벽을 열어 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몸의 형편을 재려면 직접 만나야 하니까요.

이 세포들이 신호를 올리면 두 가지가 함께 일어납니다. 하나는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신장에서 물을 덜 버리게 하는 호르몬이 나오는 것입니다. 들이는 쪽과 내보내는 쪽을 한 번에 손봅니다.

마시자마자 갈증이 가라앉는 이유

여기서부터가 저에게는 더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물을 마시면 갈증이 곧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마신 물이 장에서 흡수되어 피를 묽게 만들려면 몇십 분이 걸립니다. 아직 아무것도 안 바뀌었는데 갈증이 먼저 꺼지는 것입니다.

입과 목, 그리고 위에서 올라오는 신호가 그 일을 합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입과 목이 삼킨 양을 재고 위장 쪽이 농도를 재어, 피가 묽어지기 전에 갈증이 이미 꺼졌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요. 흡수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멈추게 하면 이미 너무 많이 마신 뒤이기 때문입니다. 몸은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들어온 양을 보고 미리 끕니다. 저는 이런 대목에서 몸이 참 잘 만들어져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이 의학은 둘을 갈라 물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알고 나서 옛 기록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옛 의서는 갈증을 한 덩어리로 다루지 않습니다. 입이 마르다는 것과 물을 켠다는 것을 나누어 적어 두었습니다.

이제 앞의 이야기를 대 보면 왜 나누었는지가 보입니다. 입이 마른 것은 침이 적게 나오는 문제일 수 있고, 그 문제는 몸 전체의 물 형편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반면 물을 켠다는 것은 재는 장치가 부족하다고 판정했다는 뜻입니다. 앞은 입에서 일어난 일이고, 뒤는 몸 전체에서 올라온 신호입니다.

두 가지를 함께 물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물을 켜는데도 마시면 곧 그만두는지, 마셔도 계속 켜는지, 찬물을 찾는지 더운물을 찾는지 — 이 갈래마다 몸이 놓인 형편이 다릅니다.

저는 이 의학으로 먼저 이 물음들을 배웠고, 나중에 재는 장치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서가 그랬을 뿐, 가리키는 자리는 같은 곳이었습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묻는 것

그래서 저는 물을 얼마나 드시느냐만 묻지 않습니다.

물을 마시고 싶은지, 마시면 편해지는지, 입만 마른 것인지, 자다가 깨서 마시는지, 찬물이 당기는지 더운물이 당기는지를 묻습니다. 몇 잔인가보다 어느 갈래인가가 정보입니다.

물을 하루에 얼마 이상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다만 몸에는 이미 재는 장치가 달려 있고, 그 장치가 멀쩡히 돌아가는 분에게 숫자를 억지로 채우게 하는 것이 늘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검사는 그때의 몸을 봅니다)

다만 이런 갈증은 다릅니다

갑자기 물을 아주 많이 켜고, 소변이 늘고, 체중이 줄고, 몸이 유난히 처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때는 검사를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재는 장치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약을 드시는 중에 입이 마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드시는 약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입이 마른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그 말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하나는 입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하나는 몸이 자기 형편을 재서 내놓은 판정입니다.

저는 그래서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적지 않고 한 번 더 갈라 묻습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볼 곳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의서가 그 둘을 나누어 적어 둔 자리에, 요즘 밝혀진 장치의 이름이 하나씩 들어와 앉는 것을 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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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