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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픈 곳을 정확히 짚기 어려운 이유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손바닥으로 넓게 문지르며 이쯤이라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몸 안쪽에서 올라오는 신호와 피부에서 올라오는 신호가 척수의 같은 자리로 함께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픈 자리와 문제가 있는 자리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어디가 아프세요?"

이렇게 물으면 손가락으로 한 점을 짚는 분이 있고, 손바닥으로 배를 넓게 문지르며 "이쯤이요"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저는 이 차이를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짚는 방식이 이미 하나의 소견이기 때문입니다.

몸 안쪽은 감지기가 드문드문 놓여 있습니다

손끝은 종이 한 장 두께의 차이도 압니다. 감지기가 촘촘하게 깔려 있어서, 어디가 닿았는지를 밀리미터 단위로 가려냅니다.

몸 안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척수로 올라가는 감각신경 가운데 내장에서 오는 것은 열에 하나가 안 됩니다. 장이나 담낭 같은 곳에는 감지기가 그만큼 드문드문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그쪽에서 올라오는 신호는 어디서 왔는지가 흐릿합니다. 아프기는 한데 한 점을 짚을 수가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넓게 문지르는 몸짓은 그래서 나옵니다. 표현이 서툰 것이 아니라, 신호 자체가 넓게 들어온 것입니다.

두 갈래 신호가 한 줄로 합류합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몸 안쪽에서 올라오는 신경과 피부·근육에서 올라오는 신경은 척수에 들어갈 때 같은 분절로 함께 들어갑니다. 두 갈래가 한 줄로 합류하는 셈입니다.

합류한 다음에는 어느 쪽에서 온 신호인지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뇌는 평소 신호가 훨씬 자주 올라오던 쪽, 그러니까 피부와 근육 쪽에서 온 것으로 읽습니다. 그래서 안쪽의 문제가 등이나 어깨나 배 표면의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심장에 문제가 있을 때 왼쪽 팔이 저린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같은 원리입니다.

그 자리의 근육도 함께 굳습니다

신호가 합류하는 자리에서는 통증만 넘어가지 않습니다. 같은 분절의 근육을 긴장시키는 쪽으로도 넘어갑니다.

안쪽에 자극이 이어지면 그 분절에 해당하는 등이나 배의 근육이 함께 굳습니다. 만져 보면 그 자리만 유난히 단단합니다. 환자분은 근육이 뭉쳤다고 느끼시고, 실제로 굳어 있는 것도 맞습니다. 다만 굳은 이유가 그 근육에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배를 만집니다

저는 이 구조를 배우면서 한 가지가 궁금했습니다. 이 의학은 왜 그렇게 오래 배를 만져 왔을까.

배는 안쪽 장기와 몸 표면이 얇게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안에서 올라온 신호가 겉으로 먼저 드러나는 곳이라면, 손이 그 자리를 짚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이유를 몰랐을 때에도 손끝은 그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배에 손을 얹으면 알 수 있는 것)

환자분이 짚는 자리, 실제로 눌러서 아픈 자리, 만져서 단단한 자리 — 이 셋이 늘 같지는 않습니다. 셋이 어긋나는 방식 자체가 어느 층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환자분의 말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듣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쯤이 묵직해요"와 "여기가 콕 쑤셔요"는 다른 말이고, 그 다름이 정보입니다. (쑤신다, 아리다, 시리다 — 다 다른 말입니다)

아픈 자리만 보지 않는 이유

먼 데를 다스려 가까운 데가 풀리는 일이 있습니다. 신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신호가 합류하는 자리가 있고, 한 분절 안에서 안팎이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을 몸이 층으로 되어 있다는 이야기의 한 조각으로 봅니다. 아픈 곳이 곧 고장 난 곳이라는 그림은 몸에 잘 맞지 않습니다.

다만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짚는 자리와 문제의 자리가 어긋난다는 말은, 뒤집으면 그 어긋나는 방식이 무언가를 알려 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에 없던 통증이 갑자기 생겼거나, 쉬어도 가라앉지 않거나, 밤에 깨울 정도이거나, 열이나 체중 변화가 함께 온다면 검사를 먼저 받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 자리는 손으로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어디가 아프냐는 물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짚기 어려운 것은 표현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몸 안쪽의 신호는 원래 넓게 들어오고, 들어오는 길에서 바깥쪽 신호와 합류합니다. 그래서 손바닥으로 문지르는 몸짓이 나옵니다.

그러니 저는 그 몸짓을 고쳐 드리려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보고, 어디서 올라온 신호인지를 되짚어 갑니다. 진찰은 그 되짚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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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