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여름 나기가 겨울 나기보다 힘듭니다
〈계절이 바뀔 때 몸이 하는 일〉 · 6편 중 3번째
짧은 답
겨울은 옷과 난방으로 견디는 방법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여름은 덥고 습한 환경과 냉방의 춥고 건조한 환경이 한 하루 안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갑니다. 몸이 한쪽에 맞춰 놓으면 곧 반대쪽이 옵니다.
30초로 보기 왜 더운 날만 유독 어지러울까요? | 《검사 밖의 몸》 목차
요즘은 여름 나기가 겨울 나기보다 훨씬 힘듭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자주 하는 말씀입니다.
겨울은 옷이 좋아지고 난방이 좋아지면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여름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하루 안에 두 계절이 있습니다
여름의 어려움은 덥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덥고 습한 환경과, 냉방으로 춥고 건조해진 환경이 같은 하루 안에 있다는 데 있습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때로는 몇 초 사이에 오갑니다.
그리고 여름 자체가 예전 여름이 아닙니다. 기상청이 113년을 견주어 본 자료를 보면 폭염일수는 7.7일에서 16.9일로 늘었고, 열대야는 6.7일에서 28일로 늘었습니다. 네 배가 넘습니다. 밤에도 식지 않는 날이 한 달 가까이 된다는 뜻입니다.
몸이 여름에 맞춰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몸은 더위에 그냥 견디는 것이 아니라 맞춰집니다. 며칠에 걸쳐 땀이 더 일찍 더 많이 나기 시작하고, 땀에 섞여 나가는 소금이 줄고, 혈액량이 늘고, 같은 일을 해도 심장이 덜 뜁니다. 대개 첫 일주일에 많은 부분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맞춤은 매일 어느 정도 체온이 오르고 땀이 나는 상태가 이어져야 붙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냉방 안에서 보내면 그 자극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여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여름을 나는 것이 아니라, 여름의 첫날을 여름 내내 되풀이하는 셈이 됩니다.
자율신경이 한꺼번에 조율해야 합니다
여기가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입니다.
기온이 바뀌면 혈압이 따라 움직입니다. 습도가 바뀌면 숨 쉬는 일과 몸의 물 사정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환경이 급하게 바뀌는 것 자체가 교감신경을 깨웁니다. 피부 온도가 조금만 내려가도 그 반응은 시작됩니다.
이것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닙니다. 혈압도 호흡도 체액도 같은 조절 계통에 얹혀 있어서, 하나가 흔들리면 나머지가 함께 흔들립니다. 몸은 이 전부를 한꺼번에 맞춰야 하는데, 맞춰 놓으면 곧 반대쪽 환경이 옵니다.
혈관이 조여지고 넓어지는 반응 자체는 빠릅니다. 느린 것은 그 아래에서 혈액량과 땀샘이 여름에 맞춰지는 일입니다. 빠른 쪽만 계속 불려 나가고 느린 쪽은 자리를 못 잡습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보는 것
요즘 여름에 설사, 잠 문제, 코와 목의 증상을 말씀하시는 분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 셋이 따로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여름에 도는 바이러스 중에는 목과 코의 증상과 배탈을 함께 일으키는 것이 있습니다. 겨울 감기와는 다른 종류입니다. 여름에 감기 같으면서 배도 탈이 나는 일이 우연이 아닌 이유입니다.
잠 쪽은 더 분명합니다. 잠들고 잠을 이어 가는 일은 저녁에 몸속 온도가 내려가는 것에 기대고 있는데, 밤 기온이 높으면 그 내려감이 막힙니다. 깊은 잠이 특히 열에 예민합니다.
냉방 쪽에서 오는 것도 있습니다. 에어컨은 공기를 차게 하면서 물기를 함께 빼앗습니다. 코와 목이 마르면 그 자리의 방어가 얇아집니다. 실내외 온도차가 클 때 몸에 무리가 온다는 것은 대학병원 자료에도 정리되어 있는데, 흔히 냉방병이라 부르지만 정식 병명은 아니고 여러 증상을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에어컨을 쓰지 마시라는 뜻이 아닙니다. 더위를 견디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문제는 냉방 자체가 아니라 낙차와 되풀이입니다.
그래서 여름은 아끼는 계절입니다
여기서 제 이야기가 흔한 여름 조언과 갈립니다.
여름에 흔히 듣는 말은 시원하게 지내고 물을 많이 드시라는 쪽입니다. 저는 반대쪽을 말씀드립니다. 잘 드시고, 체력을 보존하고, 면역 쪽을 신경 쓰셔야 하는 계절이라고요. 여태 겨울에 하던 말입니다.
특히 먹는 것이 그렇습니다. 더우면 입맛이 떨어지는데, 이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음식은 소화되는 동안 열을 냅니다. 그래서 체온이 조금만 올라도 몸은 먹는 쪽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겁니다. 시상하부에서 그 일이 일어납니다.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라 거스르는 일입니다. 여름에 잘 드시라는 말씀이 그래서 나옵니다.
그리고 몸을 여름에 맞춰 두면 덜 시달립니다
맞춤이 붙으면 같은 더위에도 덜 흔들립니다. 하루 중 얼마간은 몸이 더위를 겪게 두는 편이 낫습니다. 아침이나 저녁의 서늘한 때에 조금 걷는 정도로도 됩니다.
여름을 이겨 내려 하기보다 여름에 맞춰지는 쪽을 저는 권합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더위에 노출된 뒤 어지럽거나 메스껍고 땀이 멎는다면,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설사가 며칠 이어지거나 피가 섞인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가 먼저입니다.
여름 나기 이야기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의 이야기는 따로 적었습니다. (환절기마다 같은 자리가 먼저 무너집니다)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여름을 더위와 축축함이 겹치는 계절로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둘을 한 덩어리로 보지 않고 나누어 보았고, 어느 쪽이 더 힘든 사람인지를 갈라 물었습니다.
지금 말로 옮기면 하나는 체온을 지키는 일이고, 하나는 물과 전해질을 다루는 일입니다. 서로 다른 조절이라 사람마다 힘든 쪽이 다릅니다.
오래전 기록이 둘로 나눠 둔 자리에 지금 생리학이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이름을 진료실에서 다시 환자분의 말로 옮깁니다.
참고한 자료
- 냉방병 — 실내외 온도차가 클 때 몸에서 벌어지는 일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 113년 사이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분석한 보고서 — 기상청, 2024
- 몸이 더위에 맞춰지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 상태가 유지되려면 자극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정리한 연구 — Sports Medicine, 2018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