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봄에 유독 감기가 잦고 잠이 얕다면

〈계절이 바뀔 때 몸이 하는 일〉 · 6편 중 2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겨울에 맞춘 몸의 하루 시계를 봄에는 다시 옮겨야 합니다. 그 일을 맡은 시교차상핵은 하루에 조금씩만 움직입니다. 그 사이 꽃가루가 코 점막의 방어를 얇게 만들고, 큰 일교차가 교감신경을 계속 깨웁니다. 세 가지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겹칩니다.

봄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산다는 말씀을 봄마다 듣습니다. 잠도 얕아지고 낮에는 까닭 없이 처진다고 하십니다.

겨울이 끝났으니 편해질 때인데 왜 그럴까요. 봄에는 몸이 해야 할 일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해가 길어지면 몸도 시각을 옮깁니다

몸에는 하루를 재는 시계가 있습니다.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을 거쳐 뇌로 전해지고, 그 빛을 받은 곳이 시계를 맞춥니다. 빛 정보만 따로 받는 자리인데 시교차상핵이라고 부릅니다.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집니다. 몸은 그 빛에 맞춰 잠드는 시각과 깨는 시각을 잡습니다. 그런데 봄이 되면 해 뜨는 시각이 매주 앞당겨집니다. 시계를 다시 맞춰야 합니다.

이 조정은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습니다. 몸의 시계는 하루에 조금씩만 움직입니다. 밖은 벌써 여름 쪽으로 가는데 몸은 아직 겨울 시각에 머무는 며칠이 생깁니다. 봄에 잠들기 어렵고 아침이 무거운 것이 그 틈입니다.

그 사이에 코가 먼저 반응합니다

봄에는 꽃가루가 날립니다. 꽃가루가 코 점막에 닿으면 점막 속 세포가 히스타민을 내놓습니다. 이 세포를 비만세포라고 부릅니다. 혈관이 열리고 점막이 붓고 콧물이 납니다. 재채기와 가려움도 여기서 나옵니다.

그런데 코가 막히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코 점막은 숨으로 들어오는 것을 처음 거릅니다. 그 점막이 붓고 헐면 거르는 힘이 떨어집니다. 봄에 알레르기와 감기를 함께 앓는 일이 잦은 데는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코가 막히면 밤에 입으로 숨을 쉽니다. 잠이 얕아집니다. 앞의 시계 이야기와 여기서 만납니다.

몸이 계속 깨어 있습니다

봄은 하루 안의 기온 차가 큽니다. 아침과 낮이 10도 넘게 벌어지는 날이 이어집니다. 몸은 그때마다 혈관을 조이고 넓히며 맞춥니다.

환경이 급하게 바뀌면 교감신경이 켜집니다. 가려움과 재채기도 몸을 깨우는 자극입니다. 낮에도 밤에도 조금씩 켜진 상태가 이어집니다.

셋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깎습니다

봄에 잘 앓는 이유를 하나로 꼽기 어렵습니다.

코 점막은 막는 쪽이 얇아지고, 얕은 잠은 회복하는 쪽을 줄이고, 켜진 교감신경은 몸이 힘을 나눠 쓰는 방식을 바꿉니다. 셋은 서로 다른 층에서 일어나고 때도 다릅니다. 코는 꽃가루가 닿는 그때 곧바로, 잠은 며칠에 걸쳐, 교감신경은 기온이 흔들리는 동안 내내.

잠 쪽은 재어 본 연구가 있습니다. 164명이 7일 동안 실제로 얼마나 자는지를 손목에 찬 기기로 기록한 뒤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했더니, 하루 6시간 아래로 잔 사람들이 7시간 넘게 잔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린 비율이 뚜렷하게 높았습니다. 잠이 모자라면 같은 바이러스에도 다르게 반응합니다.

하나만 잡아서는 봄이 편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봄에는 밖에 나가시라고 합니다

시계를 맞추는 것은 빛입니다. 특히 아침 빛입니다. 아침에 밖에서 잠깐이라도 빛을 받으면 몸의 시계가 훨씬 빨리 봄에 맞춰집니다. 실내 조명으로는 잘 안 됩니다. 밝기가 수십 배 차이 납니다.

그래서 봄에 잠이 얕다고 오시는 분께 저는 잠자리보다 아침 시간을 먼저 묻습니다. 몇 시에 일어나 언제 빛을 보시는지가 그날 밤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피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안 그래도 얇아진 점막에 부담을 더합니다. 그런 날은 창가에서 빛을 받는 정도로 줄이시면 됩니다.

계절마다 몸이 겪는 일이 다릅니다. 여름은 또 다른 이유로 힘든 계절이고, 몸이 때를 재는 방식 자체를 따로 말씀드린 글도 있습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열이 며칠 이어지거나, 누런 콧물과 얼굴 통증이 함께 오거나, 숨쉬기 힘들 만큼 코가 막힌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가 먼저입니다.


한의학은 계절이 바뀌는 때를 따로 눈여겨보았고, 특히 봄을 안에 있던 것이 밖으로 올라오는 때로 적었습니다. 겨울에 안으로 거두었던 것이 다시 퍼지는 시기라고 본 것입니다.

지금 말로 옮기면 겨울에 맞춰 둔 조절을 봄에 다시 옮기는 일이고, 시계도 점막도 자율신경도 그 옮기는 일에 함께 매달려 있으니까요.

먼저 본 사람들이 계절마다 다르게 적어 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하나씩 확인하며 진료실에서 씁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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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