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겨울에는 같은 일이 더 무겁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 몸이 하는 일〉 · 6편 중 5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겨울이라고 몸이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아닙니다. 체온을 지키는 데는 오히려 더 씁니다. 대신 몸은 움직이는 쪽에 배정한 몫을 낮게 유지하려 합니다. 겨울잠이 그 경향의 극단이고, 늦게 일어나고 덜 움직이게 되는 것이 그 옅은 판입니다.

겨울이 되면 아무것도 안 했는데 피곤하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요즘 겨울은 예전만큼 춥게 지내지도 않는데 왜 그럴까요.

겨울에 관해 진료실에서 제가 드리는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잠을 충분히 주무시고, 이 계절에는 과로하지 마시라는 것. 왜 그런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추위를 견디는 데는 에너지가 듭니다

추운 곳에 놓이면 몸은 먼저 떨지 않고 열을 만듭니다. 몸속에 열을 내는 데 쓰이는 지방이 따로 있는데, 색이 짙어 갈색지방이라고 부릅니다. 이 조직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대신 태워서 열로 바꿉니다. 떨림은 그다음에 옵니다.

여기에 드는 몫이 작지 않습니다. 갈색지방이 남아 있는 사람을 서늘한 곳에 두고 재어 보면, 하루에 쓰는 에너지가 30% 가까이 늘어납니다. 다만 갈색지방이 거의 없는 사람에서는 그 변화가 매우 작았습니다. 같은 추위에 놓여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러니 겨울이라고 해서 몸이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아닙니다. 체온을 지키는 쪽으로는 오히려 더 씁니다.

그래서 몸은 다른 쪽을 아낍니다

여기가 중요한 대목입니다. 몸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양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체온을 지키는 데 들어가는 몫이 커지면, 몸은 다른 데 쓰던 몫을 낮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대개 그 다른 데가 움직이는 일입니다.

이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겨울잠입니다. 어떤 동물은 겨울에 아예 활동을 접고 대사를 최소한으로 낮춰 버립니다. 사람은 거기까지 가지 않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겨울에 늦게 일어나고, 밖에 덜 나가고, 몸을 덜 움직입니다. 해가 짧아지는 것도 여기에 함께 작용합니다.

겨울에 처지는 것은 그래서 고장이 아니라 경향입니다.

재어 보면 실제로 그렇습니다

혈당이 경계에 있는 분들 120명의 걸음 수를 2년 동안 센 연구에서, 겨울의 하루 걸음은 여름보다 700걸음가량 적었습니다. 그리고 11만 명이 넘는 사람의 잠을 3년 동안 기기로 잰 자료에서, 북반구에서는 겨울에 자는 시간이 다른 계절보다 하루 15분에서 25분 깁니다.

둘 다 큰 숫자는 아닙니다. 그런데 한 계절 내내 이어집니다.

옷과 난방이 좋아진 요즘은 추위에 오래 놓일 일도 줄었습니다. 여름이 겨울보다 힘들어진 것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움직임을 아끼는 쪽의 경향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일이 더 무겁습니다

몸은 지금 움직이는 쪽에 배정한 몫을 줄여 놓고 겨울을 나는 중입니다. 그 상태에서 일과 일정만 여름과 똑같으면, 같은 일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겨울에 처지는 것을 두고 의지가 없다거나 게으르다고 하실 일이 아닙니다. 몸이 지금 다른 규모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아끼시는 편이 낫습니다

잠이 길어지는 것은 고쳐야 할 일이 아닙니다. 겨울에 더 주무시게 되면 그대로 주무시는 편이 낫습니다. 줄일 것은 잠이 아니라 일정입니다.

그리고 이 계절에는 무리한 일정을 겹쳐 잡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몸이 움직이는 쪽에 여름만큼 배정하지 않은 상태라, 같은 과로가 더 오래 남습니다.

통증이 겨울과 새벽에 유독 심해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 따로 말씀드린 글이 있습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겨울에 처지는 것과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몇 달째 계속 무겁고 살이 늘거나 붓는다면, 추위를 남달리 심하게 타신다면 — 갑상선 쪽을 비롯해 확인해 볼 것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가 먼저입니다.


이 계절을 지나 봄이 오면 몸은 또 한 번 자리를 옮겨야 합니다. (봄에 유독 감기가 잦고 잠이 얕다면)

한의학은 겨울을 갈무리하는 계절로 적었습니다. 밖으로 쓰기보다 안으로 거두어 두는 때라고 보고, 이 계절에는 무리하지 말라고 일렀습니다.

저는 처음에 그것을 오래전 권고쯤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재어 보면 실제로 그렇습니다. 몸이 체온에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를 낮게 유지하는 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권고가 아니라 관찰이었습니다. 저는 그 관찰에 지금의 이름을 붙여 환자분께 말씀드립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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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