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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몸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아이의 심장이 몇 번 뛰는 것이 정상인지, 그 기준표조차 오랫동안 어른이 짐작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재어 보니 달랐습니다. 아이를 볼 때 저는 크기를 줄인 어른이 아니라 다른 조건에 놓인 몸으로 봅니다.

"우리 애만 이런 건가요?"

아이를 데리고 오신 부모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자주 아프고, 쉽게 지치고, 사소한 일에 크게 반응하는데 우리 아이만 그런지 물으십니다.

저는 대개 이렇게 답합니다. 아이의 몸은 어른의 몸을 작게 줄여 놓은 것이 아닙니다.

기준표부터 어른이 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의 맥이 1분에 몇 번 뛰어야 정상인지, 숨을 몇 번 쉬어야 정상인지 — 병원에서 쓰는 그 기준표조차 오랫동안 근거 없이 쓰여 왔습니다.

2011년에 연구자들이 14만 명이 넘는 아이들의 실제 기록을 모아 다시 그려 봤습니다. 그동안 쓰던 기준표와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기존 범위의 경계값이 실제 분포의 위아래 끝을 넘어가 있거나, 아예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1분에 44번쯤 숨을 쉬는데, 두 살이면 26번으로 떨어집니다. 맥은 태어날 때 127번에서 생후 한 달에 145번까지 올라갔다가 두 살에 113번으로 내려옵니다.

같은 아이 안에서도 두 해 사이에 이만큼 달라집니다. 어른의 자를 대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동안 쓰던 기준표와, 실제로 재어 본 분포

구조가 아직 다릅니다

크기만 작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정도가 다릅니다.

돌 전 아기는 가슴벽이 폐보다 세 배쯤 물렁합니다. 그래서 어른과 같은 자세로 누워도 숨쉬는 데 드는 품이 다릅니다. (안고 있으면 자다가 눕히면 깹니다)

코 안쪽 혈관이 모인 자리도 그렇습니다. 어른보다 얕게 지나가서 같은 자극에도 쉽게 터집니다. 아이 코피가 늘 같은 자리에서 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아이 코피가 자주 납니다)

조절이 아직 자리를 잡는 중입니다

몸을 조절하는 장치들은 태어날 때 완성되어 나오지 않습니다. 자라면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상황을 미리 읽고 준비 태세로 드는 반응이 어른보다 크게 나타납니다. 학교에 가야 하는 아침에만 배가 아픈 아이는 꾀병을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에서만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시계도 그렇습니다. 사춘기를 지나면 졸음이 오는 시각 자체가 뒤로 밀립니다. 게을러진 것이 아니라 몸의 시각이 옮겨 갔습니다. (아무리 깨워도 아침에 못 일어납니다)

여력이 적어서 크게 흔들립니다

부모님들이 자주 겪으시는 대목이 이쪽입니다.

아이는 어른보다 가진 여유가 적습니다.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도 짧고, 굶었을 때 버티는 시간도 짧고, 잠이 모자랐을 때 견디는 폭도 좁습니다.

그래서 어른이라면 그냥 지나갔을 일에 아이는 크게 흔들립니다. 기운이 없다면서 동시에 예민해지는 것도 여기서 옵니다. 여력이 줄면 반응은 오히려 커집니다. (기운이 없다면서 왜 이렇게 예민할까요)

그런데 같은 이유로 빨리 돌아옵니다. 크게 흔들리는 몸은 회복도 빠릅니다. 아이가 자주 아프면서도 금세 뛰어노는 까닭이 그것입니다.

자주 아픈 것이 약한 것은 아닙니다

부모님들이 크게 걱정하시는 쪽이 잦은 감기입니다. 그런데 이 나이의 아이가 감기를 자주 앓는 것은 아직 겪어 보지 않은 것이 많아서입니다. 면역이 목록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어린이집 다니고부터 감기를 달고 삽니다)

약해서 자주 앓는 것과, 처음이라 자주 앓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볼 때 눈여겨보는 쪽은 앓는 횟수보다 회복이 제때 오는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아이를 볼 때 저는 어른에게 쓰던 기준을 그대로 대지 않습니다. 몇 살인지, 그 나이에 무엇이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인지를 먼저 봅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아이에게서는 다른 뜻일 때가 있고, 어른이라면 걱정할 일이 아이에게는 지나가는 과정일 때가 있습니다.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는 자라는 중인 몸입니다. 그 사실 하나가 진찰의 절반을 정합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아이가 잘 먹지 못하면서 체중이 줄거나, 자다가 아파서 깨거나, 열이 오래가거나, 전에 하던 것을 갑자기 못 하게 되었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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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