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자율신경 클리닉

아이가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 아이는 아픈 자리를 짚지 못합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배가 아프다는 아이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대개 배꼽 근처를 가리킵니다. 그 자리가 아파서가 아닙니다. 배 속에서 오는 통증은 원래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리 대신 다른 것을 봅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그냥 배를 문지릅니다."

진료실에서 부모님께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한 또래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아이에게서도 나오고, 중학생 고등학생에게서도 다시 나옵니다. 초등 고학년쯤 되면 화장실을 자꾸 들락거린다는 말씀이 여기에 겹칩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 보신 분도 많으십니다. 대개 별다른 것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가 다른 쪽으로 기웁니다. 큰 병이면 어쩌나 싶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왜 자꾸 아프다고 할까 싶어집니다. 그 사이에서 오래 흔들리게 됩니다.

이 글은 그 흔들림 중 한 가지만 덜어 드리려고 씁니다. 어디가 아프냐는 물음이 잘 안 좁혀지는 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알면 볼 곳이 바뀝니다.

먼저 — 이럴 때는 이 글을 덮고 진료부터 받으십시오

아이 배 아픔은 급한 병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것이 있으면 이 글의 이야기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 오른쪽 아랫배 한 곳으로 아픔이 모이고, 그 자리가 계속 아플 때
  • 열이 함께 날 때
  • 구토가 멎지 않을 때. 특히 토한 것에 초록빛이나 짙은 노란빛이 섞일 때
  • 대변에 피가 비칠 때. 특히 젤리 같은 것이 섞인 혈변일 때
  • 아이가 축 처지고 놀지 않을 때. 아파서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으려 할 때
  • 밤에 자다가 아파서 깰 때
  • 체중이 줄거나, 자라는 속도가 처질 때
  • 배를 만지면 손도 못 대게 하거나, 배가 딱딱하게 굳어 있을 때

이 목록은 「이러면 이 병입니다」가 아닙니다. 「이럴 때는 판단을 진료실에 맡기십시오」라는 뜻입니다. 배 아픔은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를 수 있어서, 이 갈림은 직접 진찰하고 필요하면 검사를 해서 가리는 자리입니다. 망설여지시면 늦추지 마시고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먼저 받으십시오.

아래 이야기는 그런 것이 없고, 검사에서도 별다른 것이 나오지 않았을 때 그다음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아이가 가리키는 자리는 아픈 자리가 아닙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대목입니다.

살갗의 통증은 자리가 정확합니다. 바늘 끝이 닿은 곳을 눈을 감고도 짚습니다. 그런데 배 속 장기에서 오는 통증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장기로 들어가는 감각 신경은 살갗만큼 촘촘하지 않고, 한 장기에서 올라온 신호가 척수의 여러 마디로 나뉘어 들어갑니다. 몸이 「어느 지점」을 되짚어 낼 근거가 애초에 부족합니다.

그래서 배 속에서 오는 통증은 흐릿하게, 그리고 대개 몸 한가운데로 느껴집니다. 그나마 갈리는 것은 위아래 세 칸 정도입니다.

  • 식도 아래쪽과 위(胃) 쪽에서 오면 — 명치
  • 소장 쪽에서 오면 — 배꼽 둘레
  • 대장 쪽에서 오면 — 아랫배

배꼽 둘레는 이 셋의 한가운데입니다. 아이가 배꼽을 문지르는 것은 배꼽이 아프다는 뜻이 아니라, 배 속에서 온 신호가 원래 그 언저리로 모여 느껴진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어른도 사정은 같습니다. 다만 아이에게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아이는 아직 가진 말이 적습니다. 배가 조이는 것과 메스꺼운 것과 속이 빈 것과 마음이 조마조마한 것을 따로 부르는 말을 다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가 「배 아파」 한마디로 나옵니다. 어른이 아이의 말을 대신 옮겨 주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 「정확히 어디」를 다시 묻는 것으로는 잘 좁혀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대답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몸이 아닌 것입니다.

자리로 갈리지 않으면 무엇으로 갈리는가

자리가 실마리가 되기 어려우면 남는 것은 입니다.

같은 배꼽 언저리를 가리켜도 그 뒤에 서 있는 것은 여럿입니다. 그 여럿을 갈라 주는 것은 아픈 지점이 아니라 아픈 시점입니다. 아침에만 그러는지, 먹고 나서인지 굶은 뒤인지, 학교 가는 날과 안 가는 날이 다른지, 그리고 — 그날 대변을 봤는지.

마지막 것이 유독 자주 걸립니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늦게 보입니다

네 살이 넘은 아이 962명의 진료 기록을 되짚어 본 연구가 있습니다. 배가 아파서 온 아이들의 원인을 하나씩 세어 보니, 가장 많은 것이 변비였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48%였습니다.

흔한데도 늦게 발견됩니다. 이유가 몇 가지 겹칩니다.

첫째, 부모님이 알 길이 없어집니다. 기저귀를 뗀 뒤로, 아이가 혼자 화장실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며칠에 한 번 보는지 알 방법이 사라집니다. 이건 살피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 나이 아이를 키우는 집은 다 그렇습니다.

둘째, 아이 자신도 잘 모릅니다. 며칠 만인지 세고 다니는 아이는 없습니다. 물어보면 대개 "몰라"라고 합니다.

셋째, 매일 조금씩 나오기도 합니다. 안쪽에 굳은 것이 밀려 있어도, 그 옆으로 무른 것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 겉으로는 매일 보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일 봤으니 변비는 아니라고 넘어가게 되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왜 배 아픔이 되는가 — 장은 안쪽이 늘어나면 그것을 신호로 올려 보냅니다. 밀려 있는 것이 장을 늘려 놓으면 그 신호가 계속 올라갑니다. 다만 그 신호도 자리를 정확히 달고 오지 않습니다. 대장은 아랫배 쪽인데 아이는 여전히 배꼽을 가리킵니다.

앞 절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자리로는 갈리지 않으니, 자리를 되묻는 것보다 날짜를 세어 보는 편이 빠를 때가 많습니다.

다만 이것은 부모님이 원인을 가리시라는 뜻이 아닙니다. 며칠 만에 보는지는 부모님만 아실 수 있는 것이라 알아 두시면 도움이 되는 것이지, 그 숫자 하나로 원인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변을 잘 못 보는 것 자체가 다른 일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리는 일은 진료실 몫으로 남겨 두십시오. 스스로 약을 정해 먹이는 쪽으로 가시면 오히려 늦어집니다.

배가 아니라 때를 타는 아이도 있습니다

집에서는 멀쩡한데 학교 가는 아침에만 아프다고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발표를 앞두고 그러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실마리가 자리에 없고 때에 있다는 것. 다만 그 쪽은 따로 한 편으로 다루었으니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학교에서만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아이는 어른의 몸을 줄여 놓은 것이 아니라서 같은 증상이라도 나이마다 뜻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몸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그래서 남는 것

아이가 "배 아파"라고 할 때, 그 말은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배 속에서 오는 통증이 원래 자리를 달고 오지 않고, 아이가 가진 말이 그것뿐이어서 그렇게 나옵니다.

그러니 되물을 것은 「어디가」가 아닙니다. 언제 그러는지, 그날 어땠는지입니다. 그것을 아신다고 병이 가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가 못 하는 말을 대신 전해 주실 수 있게 됩니다.

아이가 짚은 배꼽과, 아무도 세어 보지 않은 날짜 — 이 둘이 따로 온 것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였던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에 적어 둔 것들이 하나라도 보인다면, 그때는 이 이야기의 순서가 아닙니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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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