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
짧은 답
저녁이면 다리가 아프다고 하다가 아침에는 뛰어다닙니다. 흔히 성장통이라 부르지만, 키가 자라는 일 자체가 아프게 한다는 근거는 생각보다 약합니다. 같은 자극에도 더 아프게 느끼는 아이가 있고, 그 정도는 하루의 형편에 따라 달라집니다.
목차
"저녁만 되면 다리가 아프다고 우는데, 아침에는 멀쩡히 뛰어다녀요."
어머니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왜 하필 저녁에만 그러는지가 오래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대개 이 말이 뒤따릅니다. "성장통이라고들 하던데, 정말 크느라 그런 건가요?"
이름과 원인이 꼭 같지는 않습니다
먼저 이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성장통이라는 말은 오래 쓰였지만, 키가 자라는 일 자체가 통증을 만든다는 근거는 생각보다 약합니다.
키가 빠르게 자라는 시기와 이 통증이 잦은 시기가 서로 어긋난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그리고 뼈가 자라는 자리는 무릎이나 발목 근처인데,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는 곳은 대개 종아리나 허벅지 앞쪽, 무릎 뒤 같은 근육 쪽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통증을 "크느라 아픈 것"으로 설명해 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 것을 봅니다.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같은 자극을 받아도 어떤 아이는 아프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그냥 넘어갑니다. 몸에는 여기서부터 아프다고 하겠다는 선이 있고, 그 선이 사람마다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이것을 통증 역치라고 부릅니다.
저녁마다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들을 재어 보면, 이 선이 또래보다 낮게 나오는 경향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다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몸 여러 곳에서 그렇습니다. 다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신호를 조금 더 크게 듣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그림이 맞다면 설명되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왜 양쪽이 같이 아픈지, 왜 붓거나 열이 나지 않는지, 왜 검사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는지, 그리고 왜 자고 나면 없어지는지입니다.
그 선은 하루 안에서도 움직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이 선은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낮에 많이 뛴 날 저녁에 더 아파합니다. 근육이 하루치 일을 하고 나면 그 자리의 형편이 달라지고, 회복하는 동안에는 같은 자극도 더 크게 들립니다. 어른도 오래 걸은 날 저녁에 종아리가 유난히 뻐근한 것과 같은 자리입니다.
이 통증이 늦은 오후부터 밤 사이에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무렵에는 낮 동안 들어오던 다른 신호들이 줄어듭니다. 놀 것도 볼 것도 없어지면, 낮에는 묻혀 있던 신호가 앞으로 나옵니다. 아이가 꾀병을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그때 더 크게 들립니다.
주무르면 나아지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주물러 주면 좋아한다고 하십니다. 이것도 그냥 위로가 아닙니다.
만지고 누르는 감각은 통증보다 굵고 빠른 신경을 타고 올라갑니다. 그 신호가 먼저 도착하면 뒤따라오는 통증 신호가 척수에서 덜 넘어갑니다. 따뜻하게 해 주면 그 자리의 순환이 늘어나 회복이 빨라집니다.
그러니 밤에 다리를 주물러 주시는 것은 잘하고 계신 것입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보는 것
저는 다리만 보지 않습니다.
잠은 어떤지, 낮에 얼마나 뛰는지, 밥은 어떻게 먹는지, 다른 데도 자주 아프다고 하는지를 함께 묻습니다. 통증 역치가 낮아져 있는 아이는 다리 하나만 그런 경우가 드뭅니다. 배도 자주 아프다고 하고, 잠도 얕고, 소리나 냄새에도 예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의학이 아이를 어른과 나누어 보아 온 것도 같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곳만 붙들지 않고 그 아이가 놓인 형편 전체를 보는 쪽입니다. 그 형편을 함께 손보는 편이 다리만 붙들고 있는 것보다 낫습니다. 아이의 몸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라서, 한 가지가 흔들리면 여러 곳이 같이 흔들립니다. (아이의 몸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이럴 때는 검사를 먼저 받으십시오
다만 성장통으로 넘겨서는 안 되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한쪽 다리만 아프거나, 특정한 한 지점을 정확히 짚거나, 그 자리가 붓거나 붉거나 뜨겁거나, 아침에 오히려 더 뻣뻣하거나, 열이나 체중 감소가 함께 오거나, 절뚝거리거나 걷기 싫어한다면 — 그때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이런 것들은 성장통의 모습이 아닙니다.
크느라 아픈 것이냐는 물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제가 드리는 답은 이렇습니다. 키가 크는 일이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선이 내려와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 선은 낮에 얼마나 움직였는지, 얼마나 잘 잤는지에 따라 저녁마다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통증을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으로만 두지 않습니다. 그 선이 왜 내려와 있는지를 보는 편이, 아이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남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한 자료
- 성장통의 임상 양상과 언제 걱정해야 하는가 — Sports Health, 2017
- 성장통 아이들의 통증 역치가 또래보다 낮게 나왔다 — Pediatric Rheumatology Online Journal, 2007
- 평소보다 많이 움직인 날 통증이 잦고 세다 — 아동 863명 조사 — PAIN Reports, 2024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