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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종 수정

산소는 몸 안에서 부위마다 다릅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아플까〉 · 17편 중 8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손가락에서 잰 산소포화도는 폐를 막 지난 동맥혈의 수치입니다. 조직에 닿을 무렵의 산소는 그보다 훨씬 낮고, 부위마다 다릅니다. 연골처럼 원래 낮은 곳도 있습니다.

손가락에 측정기를 끼우면 몇 초 만에 숫자가 뜹니다. 98, 99. 산소포화도입니다. 이 숫자가 정상이면 대개 "산소는 잘 들어가고 있다"고 여기고 넘어갑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볼 때 한 가지를 함께 봅니다. 이 숫자가 몸의 어디를 잰 것인가입니다.

그 숫자는 폐를 막 지난 동맥혈의 수치입니다

산소포화도는 동맥을 흐르는 혈액에 산소가 얼마나 실렸는지를 봅니다. 폐에서 산소를 받아 실은 직후의 혈액입니다. 그래서 이 수치는 폐가 제 일을 했는가를 잘 알려 줍니다.

그런데 그 혈액은 아직 목적지에 닿지 않았습니다. 심장을 지나고, 큰 혈관을 지나고, 점점 가는 길로 갈라져, 마지막에 조직으로 산소를 건넵니다.

건네고 난 혈액이 정맥혈입니다. 동맥혈과 정맥혈의 산소 농도가 다른 것은 병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조직이 산소를 받아 갔다는 뜻입니다. 검사에서 흔히 보는 산소포화도는 그 가운데 건네기 전 쪽을 잽니다.

조직은 원래 낮고, 부위마다 다릅니다

여기서 놀라시는 분이 많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산소는 21% 정도인데, 몸속 조직의 산소는 대개 2%에서 9% 사이입니다. 낮은 것이 정상입니다.

부위마다도 다릅니다. 관절을 덮은 연골은 2~5%로 특히 낮고, 골수는 7% 안팎입니다. 연골에는 혈관이 아예 들어가지 않아서, 필요한 것을 스며드는 방식으로 받습니다. 낮아서 병든 것이 아니라 그만한 산소에서 일하도록 되어 있는 조직입니다.

즉 몸은 산소를 고르게 나눠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부위마다 다른 몫으로 살림을 꾸립니다.

포화도가 정상이어도 그 부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앞뒤가 안 맞아 보이던 일이 풀립니다.

손가락에서 98이 나왔다는 것은 폐가 산소를 잘 실었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필요한 부위까지 갔는지, 거기서 잘 건네졌는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눌려 있는 곳, 흐름이 더딘 곳, 붓기가 오래 남은 곳에서는 도착하는 몫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소 수치는 정상인데 거기가 계속 무겁고 저리다"는 말이 나옵니다. 두 문장은 서로 다른 곳을 말하고 있어서, 둘 다 사실일 수 있습니다.

출발보다 도착 쪽을 봅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숫자보다 닿는 쪽을 봅니다. 그 부위가 따뜻한지, 눌렀다 놓았을 때 색이 늦게 돌아오는지, 자세를 바꾸면 달라지는지. 손가락의 숫자는 출발점을 알려 주고, 이런 것들은 도착점을 짐작하게 해 줍니다.

도착을 돕는 일은 대개 소박합니다. 눌린 곳을 덜 눌리게 하고, 그 부위를 움직이게 하고, 숨이 깊어지게 하는 일입니다. 산소를 더 들이켜는 것보다, 이미 실려 온 산소가 닿게 하는 편이 손댈 곳일 때가 많습니다.

다만 입술이나 손끝이 푸르스름해지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한쪽 팔다리가 창백하고 차가워진다면 — 그것은 이 이야기와 다릅니다. 그 부위를 확인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손가락의 숫자는 폐가 한 일을 정확하게 알려 줍니다. 다만 그것은 출발점의 수치입니다.

몸 안에서 산소는 부위마다 다른 몫으로 나뉘어 있고, 어떤 곳은 원래 낮게 지냅니다. 수치는 정상인데 어느 한 부위만 다르다면, 몸이 말하는 것은 폐가 아니라 거기까지 닿는 길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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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