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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은 그 자리를 모릅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아플까〉 · 17편 중 6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검사는 몸 전체를 하나의 수치로 모읍니다. 그런데 같은 물질도 혈액을 도는 몫과 조직에 저장된 몫이 다르고, 증상은 어느 한 부위에서 납니다. 수치가 정상이라는 말과 그 부위가 괜찮다는 말은 다릅니다.

"칼슘 수치는 정상이랍니다. 그런데 밤에 종아리에 쥐가 납니다."
"혈액 검사는 다 괜찮다는데, 여기 이 부위만 계속 아픕니다."

이런 말씀을 들을 때 저는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다고 봅니다. 검사가 알려 준 것은 몸 전체를 하나로 모은 수치이고, 환자분이 말씀하시는 것은 어느 한 부위의 사정입니다.

혈액 검사는 몸 전체를 하나의 수치로 모읍니다

혈액 검사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팔의 정맥에서 혈액을 조금 뽑아, 그 안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를 잽니다. 아주 정확한 방법입니다. 다만 그렇게 얻은 수치는 그 순간 혈관을 돌고 있던 혈액의 수치입니다.

몸은 그보다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세포 안의 수분, 조직 사이를 적시는 체액, 혈관 안을 도는 혈액이 각각 다른 구획입니다. 세포도 그렇습니다. 면역세포의 상당수는 혈액을 타고 떠다니지 않고 조직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뽑아낸 혈액은 몸의 표본이기는 하되, 바늘이 닿는 구획에서 얻은 표본입니다.

수치가 지켜진다고 저장량이 넉넉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몸에는 농도를 좁게 지키는 물질이 있습니다. 칼슘이 그렇습니다. 혈중 칼슘 농도는 호르몬 여럿이 함께 붙들어 좁은 범위 안에 둡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농도가 흔들리면 신경과 근육이 곧바로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체내 칼슘의 99%가 넘는 몫은 혈액이 아니라 뼈에 있습니다. 혈중 농도는 창고가 아니라 창구의 숫자에 가깝습니다. 창구가 정상이라는 말이 창고가 넉넉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농도가 지켜진다는 것과, 그 농도를 지키느라 어딘가에서 꺼내 쓰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정상인데 아프다」가 생깁니다

이 부에서 볼 글들이 다 여기에 있습니다.

혈액 검사는 정상인데 멍이 잘 드는 분이 계십니다. 문제가 혈액이 아니라, 그 혈액을 담고 있던 혈관 쪽에 있을 때입니다.

염증 수치는 정상인데 한 부위만 계속 불편한 분도 계십니다. 온몸에서 걷은 합계로는 한 곳에서 낮게 타는 염증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체액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붓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수분이 혈관 안에 있느냐 조직 사이에 있느냐가 달라진 것입니다.

하나하나는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검사는 모아서 보고 몸은 나누어 겪는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검사가 틀린 것이 아닙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이 말은 검사가 부정확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검사는 재기로 정해 놓은 것을 정확하게 잽니다. 혈중 농도를 재는 검사는 혈중 농도를 알려 주고, 그 일을 아주 잘합니다. 다만 그 수치 하나로 조직 구석구석의 사정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그러라고 만든 검사가 아니니까요.

수치를 본 다음에는 어디가 그런지를 묻습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수치를 본 다음에 어디가 그런지를 묻습니다. 한쪽인지 양쪽인지, 늘 같은 부위인지 옮겨 다니는지, 눌렀을 때 거기가 다른지. 수치는 몸 전체의 상태를 알려 주고, 그 대답은 어디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알려 줍니다. 둘을 겹쳐 놓아야 그림이 됩니다.

다만 수치가 뚜렷하게 벗어나 있거나, 한쪽만 갑자기 붓고 아프거나, 열이 함께 난다면 — 그때는 부위를 따지기 전에 그 수치와 그 부위를 확인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검사는 몸 전체를 하나의 수치로 모읍니다. 그 수치는 정확하고,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다만 증상은 몸 전체가 아니라 어느 한 부위의 사정을 말합니다. 검사지가 다 정상인데 거기만 계속 다르다면, 그것은 몸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균은 그 자리를 모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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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