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검사는 한 시점을 보고, 몸은 세월을 담습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아플까〉 · 17편 중 5번째
짧은 답
검사에도 시간을 보는 것이 있습니다. 당화혈색소는 지난 두세 달의 평균을 봅니다. 다만 대부분의 검사는 오늘의 값을 재고, 몸의 불편은 쌓인 시간에서 옵니다.
"작년 검사도 정상이었고 올해도 정상인데, 몸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이 말씀 안에서는 두 가지가 서로 맞지 않습니다. 숫자는 그대로인데 사람은 달라졌다고 하시니까요. 저는 둘 중 하나가 틀렸다고 보지 않습니다. 둘이 서로 다른 시간을 보고 있다고 봅니다.
시간을 보는 검사도 있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검사가 오늘만 본다고 말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당화혈색소가 좋은 예입니다. 혈당은 먹은 것과 잰 시각에 따라 오르내리지만, 당화혈색소는 지난 두세 달의 평균을 담습니다. 적혈구가 그만큼 살아 있는 동안 포도당이 조금씩 달라붙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한 끼를 조심해도 이 값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시간을 담도록 설계된 검사입니다.
하루 동안 오르내리는 혈압을 재는 방식이나, 하루 종일 심장 박동을 기록하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한 번의 값이 아니라 흐름을 보려고 만들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은 오늘의 값을 잽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받는 검사의 상당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뽑은 혈액, 오늘 찍은 사진, 오늘 잰 압력입니다.
그리고 몸은 오늘 하루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조직은 쓰인 만큼 성질이 바뀌고, 되돌아오는 힘은 세월에 따라 무디어지고, 아문 자리는 원래와 다른 구조로 남습니다. 어떤 자리는 며칠 만에 새것으로 바뀌고, 어떤 자리는 평생 처음 것을 그대로 씁니다.
오늘의 값이 정상이라는 말과, 지난 세월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는 말은 다릅니다.
쌓인 것은 값보다 성질을 바꿉니다
여기가 이 부에서 하려는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시간이 몸에 남기는 것은 대개 숫자가 아니라 성질입니다. 얼마나 늘어나는지, 얼마나 되돌아오는지, 얼마나 미끄러지는지, 얼마나 빨리 갈아 대는지. 이런 성질은 재는 항목으로 잡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검사지에는 남지 않고, 몸에는 남습니다.
"검사는 다 정상인데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자리가 대개 여기입니다. 그 말은 엄살이 아니라, 다른 시간대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아니라 흐름을 묻습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언제부터였는지를 자주 묻습니다. 몇 달인지 몇 해인지, 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오늘의 상태만으로는 그 자리가 지금 나빠지는 중인지, 나빠졌다가 멈춘 것인지, 천천히 돌아오는 중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만든 것은 대개 시간을 들여 돌아옵니다. 낙담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천천히 왔다는 것은 아직 급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조건을 바꿔 두면 몸이 그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편들은 무엇이 쌓이고 무엇이 되돌아오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다만 몇 주 안에 눈에 띄게 나빠지거나, 체중이 까닭 없이 줄거나, 밤에 깨울 만큼 아프다면 — 그것은 세월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인을 찾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검사는 대개 오늘을 잽니다. 정확하게 잽니다. 다만 몸은 오늘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정상인데 예전 같지 않다면,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은 값이 아니라 그 값을 만들어 내는 몸의 성질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 몸은 한꺼번에 나이 들지 않습니다 — 자리마다 다른 시계
- 흉터는 무엇을 남기는가 — 아문 자리에 남는 구조
참고한 자료
- 당화혈색소는 적혈구가 사는 약 석 달 동안의 평균 혈당을 담는다 — StatPearls, Hemoglobin A1C, 2023
- 사람의 세포는 하루 약 1.1%가 교체되어, 세포로 된 몸의 무게가 대략 2.4년이면 새것으로 바뀐다 — Tissue Homeostasis and Non-Homeostasis, 2023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