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칼럼 최종 수정

흉터는 무엇을 남기는가

〈몸이 스스로를 지키는 법〉 · 8편 중 8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수술이나 상처 자리가 당기고, 그 주변이 뻣뻣하신가요. 몸은 상처를 원래대로 되돌리기보다 먼저 닫습니다. 그렇게 채워 넣은 조직은 콜라겐 구조가 달라서 덜 늘어나고 덜 되돌아옵니다. 겉에서만 생기는 일도 아닙니다.

오래전에 베인 곳을 한번 만져 보십시오. 아물기는 잘 아물었는데, 그 부위만 감촉이 다릅니다. 조금 반들거리고, 털이 안 나고, 땀도 잘 안 납니다. 눌러 보면 옆 피부처럼 부드럽게 밀리지 않고 살짝 당깁니다.

저는 이 흔한 자국에 몸이 상처를 다루는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봅니다.

몸은 원래대로 되돌리기보다 먼저 닫습니다

우리는 상처가 낫는 것을 "원래대로 돌아가는 일"로 여깁니다. 그런데 몸이 실제로 하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몸은 벌어진 곳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보다 먼저 닫습니다.

이유는 짐작하실 만합니다. 벌어진 곳은 곧 세균이 드나드는 통로입니다. 원래 구조 그대로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동안 몸은 열린 채로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몸은 급한 쪽을 고릅니다. 재료를 채워 빈 곳을 막고, 가장자리를 당겨 좁힙니다. 상처 가장자리를 실제로 당겨 주는 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를 근섬유아세포라고 합니다.

흉터는 몸이 실패한 자국이 아니라, 빠르게 닫기를 선택한 대가입니다.

채워 넣은 조직은 구조가 다릅니다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그다음 이야기입니다. 몸이 사용하는 재료는 콜라겐입니다. 피부와 힘줄, 근막을 이루는 그 섬유질 단백질입니다.

처음에는 급한 대로 가늘고 약한 3형 콜라겐이 깔립니다. 그 뒤 몇 달에 걸쳐 더 튼튼한 1형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렇게 채운 조직을 다시 손보는 과정을 리모델링이라고 하고, 대개 3주쯤에 시작해 1년까지도 이어집니다. 다 아물었다고 여긴 뒤에도 그 부위는 한동안 조용히 정리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정리해도 원래와 같아지지는 않습니다. 건강한 피부의 콜라겐은 여러 방향으로 얽힌 그물처럼 배열되는데, 채워 넣은 조직은 그만큼 정돈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흉터는 원래 강도의 8할쯤에서 멈춥니다. 덜 늘어나고, 늘어났다 되돌아오는 폭도 좁습니다.

겉에서만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이 이야기가 피부 바깥으로 넓어집니다.

같은 방식의 회복이 몸속에서도 일어납니다. 힘줄이나 근막이 상한 곳, 염증이 오래 머문 곳에도 몸은 같은 재료를 채웁니다. 그러면 그 부위는 겉의 흉터와 비슷한 성질을 갖습니다. 이어져는 있는데 덜 미끄러지고, 덜 늘어나고, 힘을 받으면 옆으로 잘 나눠 주지 못합니다.

"다 나았다는데 거기만 계속 뻑뻑하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저는 그럴 때 이렇게 채워진 조직을 함께 생각합니다.

사진은 이어진 것까지만 보여 줍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는 조직이 이어져 있는지, 끊어졌는지를 잘 봅니다. 다친 곳이 붙었는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알려 줍니다.

다만 그것이 원래의 구조인지 채워 넣은 구조인지까지는 잘 보여 주지 않습니다. 이어진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붙었다는데 왜 예전 같지 않냐"는 물음이 남습니다. 이어진 것과, 예전처럼 늘어났다 되돌아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없애기보다 길들이는 쪽을 봅니다

저는 아문 부위가 옆 조직 위로 잘 미끄러지는지를 봅니다. 당기는 방향이 일정하면 그쪽으로 움직일 때마다 옆 조직이 대신 일합니다. 정작 아픈 곳은 흉터가 아니라 그 옆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흉터를 없애는 쪽보다 덜 당기게 길들이는 쪽을 봅니다. 리모델링이 1년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그동안은 아직 손댈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자국도 쓰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부드러워집니다.

다만 아문 부위가 붉게 부풀며 경계 밖으로 커지거나, 다시 갈라지고 진물이 나거나, 열감과 함께 아프다면 — 이것은 이 이야기와 다릅니다. 그 부위를 확인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흉터를 우리는 남은 자국으로만 봅니다. 그러나 그것은 몸이 급한 순간에 내린 판단의 기록입니다. 원래대로 짜기를 미루고 먼저 닫기로 한 것이지요.

다 나았다는데 거기만 예전 같지 않다면, 그것은 덜 나은 것이 아니라 몸이 그때 무엇을 먼저 골랐는지 적어 둔 자국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이 글이 자기 얘기 같으셨습니까?

진료 시간을 바로 고르시거나, 오시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을 먼저 보내실 수 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