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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안과 밖, 물을 나누는 저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몸속의 물은 밀어내는 힘(정수압)과 붙잡는 힘(삼투압·알부민)의 저울 위에 있습니다. 잘 못 먹어 붓는 것은 물이 넘쳐서가 아니라, 물을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진 것입니다.

오래 앓거나 잘 못 먹은 분이 붓는 것을 자주 봅니다. 흔히 "물을 많이 마셔서" 또는 "짜게 먹어서"로 여기십니다. 그런데 이런 붓기는 오히려 그 반대일 때가 많습니다. 물이 넘쳐서가 아니라, 물을 제자리에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져서 붓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몸속의 물이 늘 두 힘 사이에 놓여 있다는 것부터 봐야 합니다.

물을 내보내는 힘과, 도로 붙잡는 힘

혈관 안의 물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두 힘이 서로 반대로 잡아당깁니다.

하나는 밀어내는 힘입니다. 혈관 안 물의 압력이 얇은 벽을 밀어, 물을 조직 쪽으로 조금씩 내보냅니다. 이 미는 압력을 정수압이라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붙잡는 힘입니다. 혈관 안에는 물에 녹지 않고 남아 있는 단백질이 떠다닙니다. 이 단백질이 물을 잡아당겨 도로 혈관 안으로 들입니다. 단백질이 물을 끌어당기는 이 힘을 삼투압이라고 하고, 그 대부분을 알부민이라는 단백질 하나가 냅니다.

그러니 혈관 벽에서는 늘 줄다리기가 벌어집니다. 미는 정수압은 물을 밖으로, 당기는 삼투압은 물을 안으로. 어느 쪽이 세냐에 따라 물이 나가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나갔다 돌아오고, 남는 것은 림프가 걷어 갑니다

건강한 몸에서는 이 줄다리기가 자리를 따라 방향을 바꿉니다.

혈관의 앞쪽(동맥 끝)에서는 미는 힘이 세서 물이 조직으로 조금 나갑니다. 뒤쪽(정맥 끝)으로 가면 미는 힘이 약해져, 이번에는 붙잡는 힘이 이겨 물이 도로 들어옵니다. 나간 만큼 대개 돌아오고, 그래도 남는 얼마간은 림프가 조용히 걷어 갑니다. 이 오고감의 균형을 정리한 옛 생리학자의 이름을 따 스털링 힘이라고 부릅니다.

몸이 붓지 않는 것은 물이 아예 안 나가서가 아니라, 나간 물이 제대로 돌아오고 남는 것은 걷어지기 때문입니다.

붓는다는 것은 이 저울이 기운 것입니다

그래서 붓는다는 것은 물이 많아졌다기보다, 이 저울이 한쪽으로 기운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되는 길은 몇 가지입니다.

미는 힘이 너무 세질 때가 있습니다. 오래 서 있어 다리로 피가 몰리거나, 심장이 약해 피가 정맥에 밀려 고이면, 미는 정수압이 올라가 물이 자꾸 밖으로 나갑니다.

붙잡는 힘이 약해질 때가 있습니다. 잘 못 먹어 단백질이 모자라거나, 간이 약해 알부민을 덜 만들거나, 신장이 새어 알부민을 잃으면, 물을 도로 당기는 힘이 떨어집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잘 못 먹은 분이 붓는다"가 바로 이 자리입니다. 물이 넘쳐서가 아니라, 붙잡을 손이 부족해서 붓습니다.

그리고 벽 자체가 헐거워져 새는 경우, 걷어 가는 림프가 막힌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몸에는 일부러 새는 혈관이 있습니다땀은 열을 식히려고만 나는 것이 아닙니다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같은 붓기라도, 어느 힘이 쏠렸는지에 따라 봐야 할 곳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붓기를 볼 때 '어느 힘인지'를 봅니다

붓기를 보면 흔히 물부터 빼려 합니다. 저는 그 앞에 한 걸음을 둡니다. 미는 힘이 세진 붓기인지, 붙잡는 힘이 약해진 붓기인지, 벽이 새거나 림프가 막힌 붓기인지 — 저울의 어느 쪽이 쏠렸는지를 먼저 봅니다.

물의 양을 재는 검사는 몸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려 주지만, 그 물이 왜 자리를 옮겼는지 — 저울의 어느 쪽이 무거워졌는지 — 까지 늘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붓는데 검사는 별말이 없다"는 일이 생깁니다. 붓기는 물의 양보다 힘의 균형 문제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붓기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아프거나, 숨이 차면서 붓거나, 얼굴과 눈두덩이 아침마다 심하게 붓는다면 — 이것은 저울을 넘어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심장·신장·혈관을 확인하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붓는다는 것을 우리는 흔히 '물이 많다'로 읽습니다. 그러나 몸속의 물은 늘 미는 힘과 붙잡는 힘 사이에 놓여 있고, 붓기는 그 저울이 한쪽으로 기운 자국일 때가 많습니다.

잘 못 먹고 나서 붓는 몸은, 물을 너무 마셨다는 신호가 아니라 물을 붙잡아 둘 힘이 모자란다는 몸의 보고서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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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