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아픈데 손이 저립니다
짧은 답
이야기를 조금 더 듣다 보면 목 이야기가 뒤늦게 나옵니다. 목도 요새 뻐근하다고, 그런데 그건 따로 온 것 같다고 하십니다. 목은 목이고 손은 손이니까요.
목차
손이 저리다고 오신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대개 비슷합니다.
"손에 혈액순환이 안 되는 걸까요?"
이야기를 조금 더 듣다 보면 목 이야기가 뒤늦게 나옵니다. 목도 요새 뻐근하다고, 그런데 그건 따로 온 것 같다고 하십니다. 목은 목이고 손은 손이니까요.
그래서 가시는 곳도 갈립니다. 목 사진을 찍고 "디스크가 조금 있다"는 말을 듣고 오시기도 하고, 손만 보고 손목 쪽 이야기를 듣고 오시기도 합니다. 두 말을 다 들으신 분은 그 사이에서 더 헷갈립니다.
먼저 병원으로 가셔야 하는 때
저림에는 시간을 다투는 것이 섞여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는 것이 있으면 이 글을 읽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 양쪽 손이나 양쪽 발이 함께 저립니다
- 걸음이 휘청이거나 다리가 무겁게 끌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 단추를 잠그거나 젓가락질을 하거나 글씨를 쓰는 잔손질이 눈에 띄게 서툴러졌습니다
- 소변이 급하거나, 잘 안 나오거나, 새는 일이 생겼습니다
- 팔이나 손에 힘이 빠집니다
- 넘어지거나 부딪친 뒤에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목뼈 안쪽을 지나는 척수 자체가 눌렸을 때 나오는 신호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잔손질이 서툴러지는 것과 균형이 흔들리는 것은 목이 별로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도 먼저 나타날 수 있어서, 마흔다섯을 넘기신 분에게는 그 두 가지만으로도 확인해 볼 이유가 됩니다.
위험한 것을 가려내는 일은 검사가 합니다. 이 글은 그 순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팔로 가는 신경은 목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가려낼 것을 가려낸 뒤에 남는 이야기가 여기서부터입니다.
어깨와 팔과 손을 움직이게 하고 느끼게 하는 신경은 팔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목에서 나옵니다. 목뼈 다섯째 마디 언저리에서 등뼈 첫째 마디까지, 다섯 자리에서 나온 가닥들이 목 아래쪽에서 한 다발로 얽힙니다. 그 다발에서 다시 갈라진 가지들이 겨드랑이를 지나 팔을 타고 손끝까지 내려갑니다.
그러니까 손은 그 신경의 끝이지 시작이 아닙니다.
눌린 곳과 느껴지는 곳은 같지 않습니다
목에서 나오는 그 가닥 하나가 나오는 자리에서 눌리면, 아픈 곳은 목인데 저린 곳은 팔과 손이 됩니다. 목에서 시작해 팔을 따라 내려가는, 날카롭거나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나타난다고 적혀 있습니다.
몸의 다른 곳에서는 아픈 자리와 다친 자리가 대개 붙어 있습니다. 발목을 접질리면 발목이 아픕니다. 그런데 신경은 길어서, 눌린 자리에서 한참 떨어진 끝에서 신호가 납니다. 목이 아픈데 손이 저린 것이 이상한 조합처럼 들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은 한 줄의 위와 아래입니다.
자리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목에서 나오는 가닥은 하나가 아닙니다. 가닥마다 맡고 있는 살갗의 구역이 다르고, 맡고 있는 근육도 다릅니다. 그래서 어느 가닥의 일인지에 따라 저린 자리가 달라지고, 힘이 덜 들어가는 동작도 달라집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보며 자기 손가락을 세어 보지 마십시오. 어느 손가락이 저린지로 자리를 짚는 일은 진찰과 검사가 합니다. 구역은 서로 겹치고, 사람마다 그대로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서 드리는 말씀은 "자리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까지입니다. 그다음은 짚어 봐야 압니다.
목이 아니라 팔에서 눌리기도 합니다
그 신경은 목에서 손끝까지 꽤 깁니다. 긴 만큼 좁은 데를 여러 번 지납니다.
팔꿈치 안쪽에 손을 대 보면 뼈가 도드라진 자리가 만져집니다. 그 뒤쪽으로 신경 하나가 얕게 지나갑니다. 목에서 내려온 그 다발에서 갈라진 가지입니다. 팔꿈치를 굽히고 있을 때 저린 것이 되살아나는지를 그 자리의 단서로 삼습니다.
손목에도 그런 자리가 있습니다. 손목 쪽 이야기는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목이라는 좁은 칸에 무엇 무엇이 함께 지나는지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한 팔에 두 자리가 같이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목이냐, 손목이냐"로 가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그 물음이 잘 안 풀릴 때가 있습니다.
한 신경이 지나는 길에서 두 군데 이상이 함께 눌려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에는 1973년에 따로 이름이 붙었습니다. 뒷날 목 쪽 신경 눌림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모아 본 자료에서는, 손목 쪽 눌림이 함께 확인된 경우가 열에 하나쯤이었습니다.
그러니 "어느 쪽이냐"는 물음보다, 그 길 전체에서 어디어디가 좁아져 있느냐는 물음이 먼저입니다. 한쪽만 보고 닫으면 남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목에서 오지 않는 저림도 있습니다
저림이 늘 눌림에서 오는 것도 아닙니다. 신경과 근육이 놓여 있는 몸의 상태가 기울어도 저리고 쥐가 납니다. 그쪽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제가 보는 것
손이 저리다고 오신 분께 저는 손만 보지 않습니다. 목에서 손끝까지 이어진 그 길을 함께 봅니다.
목 옆으로 비스듬히 내려오는 근육들이 어떤 상태인지 봅니다. 어깨가 어느 자리에 매달려 있는지, 갈비뼈가 숨을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함께 봅니다. 팔은 어깨에 매달려 있고, 어깨가 놓인 자리가 달라지면 그 아래로 지나는 것들이 놓이는 모양도 함께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오른손잡이인데 왼손만 저리다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왼손으로는 별로 하는 일이 없는데도 그렇다고 하십니다. 손을 쓴 양으로 셈이 맞지 않을 때, 저는 손만이 아니라 그 손이 매달린 쪽을 함께 봅니다.
목과 손 사이가 비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줄이 지나갑니다.
그 줄이 어디서 좁아졌는지는 목에서도, 팔꿈치에서도, 손목에서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서 느껴지는가와 어디서 벌어졌는가는 같지 않습니다. 그 둘을 나누어 묻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참고한 자료
- 팔로 가는 신경은 목뼈 다섯째 마디에서 등뼈 첫째 마디 사이에서 나온 가닥들이 한 다발로 얽힌 것이고, 어깨·팔·손의 움직임과 감각을 맡는다 — StatPearls, Anatomy, Shoulder and Upper Limb, Brachial Plexus
- 목에서 나온 신경 가닥이 눌리면 증상이 목을 넘어 팔과 손으로 퍼지고, 날카롭거나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신경이 맡은 구역을 따라 나타난다 — StatPearls, Cervical Radiculopathy
- 잔손질이 서툴러지는 것, 걸음이 흔들리는 것, 소변이 급한 것은 척수가 눌렸다는 신호이며 목이 별로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양쪽으로 오거나 다친 뒤에 시작된 경우는 즉시 확인이 필요하다 — StatPearls, Cervical Myelopathy
- 팔꿈치 안쪽에서 신경이 눌리는 자리가 있고, 팔꿈치를 굽혔을 때 증상이 되살아나는 것을 그 자리의 단서로 본다 — StatPearls, Ulnar Nerve Entrapment
- 한 신경이 지나는 길에서 두 군데 이상이 함께 눌리는 경우에 1973년 이름이 붙었고, 목 쪽 신경 눌림으로 수술받은 환자에서 손목 쪽 눌림이 함께 확인된 비율은 9.98%였다 — Global Spine Journal,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