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아버지도 그랬는데, 족저근막염도 유전인가요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발뒤꿈치가 3년째 아프신 분이 두 가지를 물으셨습니다. 운전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인지, 아버지도 같은 자리가 아프셨는데 유전인 것인지. 두 물음 다 「아니오」 한마디로 닫기 어렵습니다. 왜 그렇게 보이는지까지 가야 답이 됩니다.

"운전을 많이 해서 그런 걸까요?"

발뒤꿈치가 3년쯤 아프셨다는 분이 앉으시자마자 물으셨습니다. 아침에 첫발을 디딜 때가 제일 아프고, 좀 걸으면 덜해졌다가 오후로 갈수록 다시 온다고 하셨습니다.

운전을 많이 하시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오래 앉아 있는 것과 오래 서 있는 것은 다릅니다

발바닥에 가장 크게 걸리는 일은 발로 몸무게를 오래 받치는 일입니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서서 보내는 분들에게서 이 통증이 뚜렷하게 많습니다. 오래 서 있는 일, 많이 걷는 일이라면 그것 자체가 직접적인 요인이 됩니다.

승용차 운전은 결이 다릅니다. 페달을 밟는 동안 발이 일을 하기는 하지만, 발로 몸무게를 받치고 있는 시간은 아닙니다. 그래서 승용차 운전만으로 발바닥이 3년을 아픈 것을 설명하기는 애매합니다. 아니라고 잘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남느냐. 오래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 남습니다. 이건 발이 아니라 다른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발이 아픈데 발목을 봅니다

발바닥 통증을 두고 여러 요인을 한자리에 놓고 견줘 본 조사가 있습니다. 몸무게도 위험을 올렸고, 하루의 대부분을 서서 보내는 일도 위험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가장 크게 걸린 것은 발목이 위로 젖혀지는 각도였습니다. 무릎을 편 채로 발등을 몸 쪽으로 당겼을 때 젖혀지는 폭이 거의 없는 분들에게서 위험이 두드러졌습니다.

발목이 잘 안 젖혀진다는 것은 대개 종아리 뒤쪽이 짧고 뻣뻣하다는 뜻입니다. 종아리 뒤 근육은 아래로 내려와 뒤꿈치뼈에 붙고, 그 뒤꿈치뼈에서 발바닥 근막이 시작됩니다. 한 뼈에 위아래로 붙어 있는 셈입니다.

걸을 때는 뒤꿈치가 들리면서 발가락이 젖혀지고, 그 순간 발바닥 근막이 팽팽해집니다. 위쪽 종아리가 뻣뻣하면 뒤꿈치가 들리는 데 힘이 더 들고, 그 몫이 아래쪽 발바닥으로 넘어옵니다. 발이 아픈데 종아리와 발목을 함께 보게 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등이 먼저 달라집니다

이분은 오래 앉아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등의 굽이가 뒤로 많이 처져 있었고, 숨을 쉴 때 등의 윗부분이 잘 따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래쪽 허리는 움직이는데 그 위가 덜 움직였습니다.

등이 이렇게 되면 서 있는 자세 전체가 달라집니다. 몸은 한 자리만 따로 세워 두지 않습니다. 위쪽에서 무게 중심이 조금 앞으로 옮겨 앉으면 아래쪽 어딘가가 그것을 받아 냅니다. 받아 내는 자리가 종아리와 발입니다.

그래서 등에서 시작된 변화가 발바닥에 걸리는 당김으로 옮겨 앉을 수 있습니다. 발이 아프다고 해서 원인이 발에만 있다고 보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렸더니, 이분이 다음 물음을 꺼내셨습니다.

"아버지도 발뒤꿈치가 아프셨는데, 유전인가요?"

이 물음에도 저는 아니라고만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족저근막염 같은 근골격계 증상은 유전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부모에게 있으면 자식에게 나타난다는 식의 병이 아닙니다.

그런데 유전처럼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두 가지가 겹칩니다.

하나 — 몸을 이루는 재료가 닮습니다

힘줄과 인대와 근막을 이루는 바탕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잘 늘어나는 쪽인 사람이 있고 뻣뻣한 쪽인 사람이 있습니다. 발의 모양도 그렇습니다. 발바닥이 평평한 쪽인지 오목한 쪽인지는 집안 내력이 뚜렷한 편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사람은 자라면서 몸의 어느 쪽에 힘을 실을지가 조금씩 갈립니다. 근육이 두껍게 붙는 쪽으로 자라는 사람이 있고, 근육은 그리 많지 않은데 힘줄과 인대의 탄성, 그리고 몸을 다루는 신경 쪽이 앞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 안에서도 이 둘은 갈립니다. 근육질인 선수가 있고, 말랐는데 잘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뒤쪽에 가까운 몸은 같은 움직임을 근육보다 힘줄과 인대로 감당하는 몫이 큽니다. 좋고 나쁨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어느 쪽 결이냐에 따라 오래 걷고 난 뒤 먼저 힘들어지는 자리가 달라집니다. 이 결 역시 타고나는 몫이 있어 보이는 자리입니다.

발의 모양과 그 바탕의 성질은 걸을 때마다 발바닥 근막이 얼마나 당겨지는지를 정합니다. 그러니 아버지와 자식이 같은 자리가 아플 조건을 나눠 갖고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병이 물려진 것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쉬운 쪽의 조건이 닮은 것입니다.

둘 — 자세는 같이 사는 동안 닮아 갑니다

이쪽이 잘 생각되지 않는 자리입니다.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의 자세와 몸짓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잠깐 같이 일하기만 해도 상대가 앉은 모양과 손버릇이 옮아온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따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 그렇게 됩니다.

가족은 그것을 수십 년 합니다. 같은 밥상에 같은 모양으로 앉고, 같은 소파에 같은 자세로 기대고, 같은 속도로 함께 걷습니다. 실제로 가족끼리 걷는 시간이 서로 비슷하게 묶인다는 것을 재어 본 조사도 있는데, 연구자들은 그 까닭을 유전이 아니라 같이 사는 환경과 함께 움직이는 시간 쪽에서 찾았습니다.

체형은 닮은 채로 태어나고, 자세는 같이 살면서 닮아 갑니다. 이 둘이 겹치면 결과가 유전처럼 보입니다. 한집 사람 둘이 같은 자리에서 아프니까요.

이 구분이 왜 중요한가

유전이라고 결론이 나면 그다음에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타고난 것이니까요.

그런데 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타고난 발의 모양은 바꿀 수 없지만, 그 발이 하루를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아버지도 그러셨다는 말씀은 그래서 닫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 이 집에 오래 있었는지를 알려 주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발뒤꿈치가 아픈 데는 다른 원인도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면 순서가 다릅니다.

  • 다치지 않았는데 뒤꿈치가 붓고 벌겋게 달아오르거나, 열이 함께 날 때
  • 발을 딛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계속 아프거나, 쉬어도 나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질 때
  • 발바닥이 저리거나 화끈거리고, 그 느낌이 발목 위쪽으로 퍼질 때
  • 양쪽 뒤꿈치가 함께 아프면서 허리나 다른 관절도 뻣뻣하고, 아침의 뻣뻣함이 오래갈 때
  • 당뇨가 있거나, 발의 감각이 전보다 무뎌져 있을 때
  • 높은 데서 뛰어내리거나 발을 접질린 뒤로 시작되었을 때

처음의 두 물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운전 때문이냐 —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냐 — 병이 그대로 물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두 대답이 다 "아니오"인데도 이분의 짐작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등을 바꾸고 그 변화가 발까지 내려간 것은 맞고, 아버지와 닮은 몸으로 아버지와 닮은 자세를 살아오신 것도 맞습니다. 다만 그 까닭이 운전대에만 있지도, 물려받은 것에만 있지도 않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물음을 받으면 아니라고 짧게 답하고 넘어가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보이는지까지 말씀드립니다. 거기서부터 앞으로 무엇을 건드릴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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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