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오래 앉아 있으면 왜 다리만 무거워지는가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오후 늦게 일어서면 다리가 뻣뻣하고 종아리가 묵직합니다. 몇 발짝 걸어야 다리가 제 것 같아집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을 같은 자세로 있었는데도 팔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분들이 계십니다.

오후 늦게 일어서면 다리가 뻣뻣하고 종아리가 묵직합니다. 몇 발짝 걸어야 다리가 제 것 같아집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을 같은 자세로 있었는데도 팔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이 글은 붓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리가 붓고 양말 자국이 남는 쪽은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여기서는 다리로 내려간 피가 어느 길로 돌아오는지만 보겠습니다.

같은 시간을 앉아 있어도 팔은 그렇지 않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혈관에 무엇을 하는지 실제로 재어 본 것이 있습니다. 세 시간 동안 앉아 있게 한 뒤 다리로 가는 큰 동맥을 보면, 흐름에 맞춰 넓어지는 반응이 뚜렷하게 무뎌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의 팔 쪽 동맥은 그대로였습니다.

한 몸인데 위와 아래가 달랐습니다. 앉아 있는 것은 몸에 고르게 걸리는 일이 아니라 허리 아래로 몰립니다.

팔은 심장과 높이가 비슷하고, 돌아오는 길에 접히는 자리가 없습니다. 다리는 둘 다 반대입니다. 심장보다 아래에 있고, 돌아오는 길이 접힌 몸통 한가운데를 지나갑니다.

혈관 안쪽 면이 흐름을 느끼고 응답한다는 이야기는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다리 피를 올리는 힘은 종아리만이 아닙니다

다리로 내려간 피는 중력을 거슬러 올라와야 합니다. 여기서 대개 종아리를 떠올리십니다. 걸을 때마다 종아리 근육이 정맥을 짜 주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습니다. 숨입니다.

숨을 들이쉬면 가슴 안이 넓어지면서 위쪽에서 피를 당겨 올립니다. 그와 동시에 횡격막이 내려가 배 안은 잠시 눌립니다. 내쉬면 그 눌림이 풀립니다. 잠든 동안에도 쉬지 않는 이 오르내림이 다리에서 올라오는 흐름을 함께 밀어 줍니다.

여기에 짚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눌림이 풀리는 것은 배가 피를 빨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막고 있던 것이 잠깐 비켜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 안의 압력이 계속 걸려 있으면 비켜 주는 그 순간 자체가 없어집니다.

숨과 배가 나눠 맡고 있는 일은 배에 손을 얹으면 알 수 있는 것에 적어 두었습니다.

앉은 자세는 그 눌림을 계속 걸어 둡니다

앉으면 몸통이 접힙니다. 서 있을 때보다 골반과 배 쪽이 더 접히고, 그 상태로 몇 시간이 지나갑니다.

배 쪽에 압력을 걸어 놓고 초음파로 다리 정맥을 들여다본 자료에서는 정맥이 굵어지고, 피가 지나가는 속도는 떨어졌습니다. 길은 늘어났는데 흐름은 느려진 것입니다.

게다가 다리에서 올라온 굵은 정맥은 사타구니 앞을 가로지르는 질긴 띠 아래를 지나 골반으로 들어갑니다. 원래 넉넉하지 않은 통로입니다. 골반 앞쪽이 접힌 채로 오래 있으면 그 자리의 사정도 함께 달라집니다.

일어나 걸으면 세 가지가 한꺼번에 돌아옵니다

일어나서 걸으면 종아리가 다시 쓰입니다. 몸통이 펴지면서 배 안의 눌림이 풀립니다. 그리고 숨이 깊어집니다. 하나가 아니라 셋이 함께 돌아옵니다. 자주 일어나 움직이라는 말이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의 자료에서 다리 쪽 반응이 무뎌진 것도 세 시간을 내리 앉은 뒤였습니다. 중간에 끊어 주는 것이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걸어도 잘 안 풀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허리가 오래 아프면 등과 허리를 감싼 근막이 뻣뻣해지고, 숨을 쉴 때 척추와 갈비뼈가 움직이는 폭이 줄어듭니다. 횡격막이 오르내릴 자리가 그만큼 좁아집니다. 걸어서 종아리 몫은 돌아오는데 숨 몫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배 안에 압력을 오래 걸어 두는 사정이 따로 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변을 잘 못 보는 상태가 이어지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리가 무겁다는 분에게 허리 사정과 배 사정이 함께 걸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리만 보면 절반입니다. 몸통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걷는 것이 제 몫을 합니다.

정맥류 이야기와는 구분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걱정이 커지실 수 있어 덧붙입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정맥류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리 정맥 안에는 피가 아래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막아 주는 판막이 있습니다. 그 판막에 이미 약한 자리가 있는 분 — 다리 정맥 쪽으로 이미 진단이나 치료를 받아 보신 분 — 에게서는 배 쪽 압력이 자주 걸리는 것이 나빠지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약점이 있는 자리에 부담이 더해진다는 이야기이지, 앉는 것 자체가 없던 병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료를 먼저 받으셔야 하는 때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아프거나, 그 자리에 열감이 있고 피부색이 달라지거나 겉으로 정맥이 도드라져 보이거나, 눌렀을 때 유독 아프다면 — 이 이야기보다 진료가 앞섭니다. 다리 깊은 곳의 정맥이 막혔을 때 이런 모습으로 옵니다. 한쪽에만 오는 것이 흔하지만 양쪽으로 오기도 하고, 뚜렷한 표시 없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가려내려 하지 마시고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여기에 숨이 갑자기 차거나, 숨 쉴 때 가슴이 결리거나, 기침에 피가 섞이거나, 아찔해지거나 쓰러질 것 같다면 — 그때는 응급실입니다. 다리에서 시작된 것이 폐로 옮겨 가 생기는 일이고, 시간을 다툽니다.


다리가 무겁다는 말의 답이 늘 다리에 있지는 않습니다. 다리로 내려간 피가 어디를 지나 올라오는지가 함께 걸려 있고, 그 길의 사정은 허리와 배에서 정해집니다.

앉아 있는 동안 다리가 무거워지는 것과, 숨이 얕아지는 것과, 오래된 허리가 잘 안 펴지는 것을 저마다 다른 일로 여기고 계셨을 수 있습니다. 셋이 한 길에 걸려 있습니다.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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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