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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좁은데, 지나갈 것은 많습니다

〈숨 쉬는 동안 벌어지는 일〉 · 10편 중 3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목은 한 뼘 남짓한 좁은 자리인데 숨과 음식이 지나는 길, 혈관과 신경이 모두 그곳을 지납니다. 횡격막을 움직이는 신경도 목에서 나옵니다. 목이 뻐근한 날 숨까지 얕아지는 데는 이 좁음이 담겨 있습니다.

목이 뻐근한 날은 이상하게 숨도 얕고 머리가 무겁습니다. 셔츠 단추를 끝까지 채우거나 목이 올라오는 옷을 입으면 답답해서 자꾸 당겨 내리게 됩니다.

손으로 목을 감싸 보면 한 뼘 남짓입니다. 저는 그 좁음이 이 답답함의 절반쯤을 설명한다고 봅니다.

좁은 자리에 길이 여럿 지납니다

숨이 드나드는 길, 음식이 내려가는 길, 머리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혈관, 팔로 뻗어 가는 신경다발, 목소리를 내는 신경. 여기에 기도 앞에 나비 모양으로 걸터앉은 갑상선과, 머리를 받치고 돌리는 근육들까지 같은 칸에 들어 있습니다.

몸의 다른 곳이라면 이만한 것들이 훨씬 넉넉한 자리를 나눠 씁니다. 배에는 여유가 있고, 가슴에는 갈비뼈가 만든 방이 있습니다. 목에는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좁은 자리에서는 한쪽의 사정이 옆에 닿기 쉽습니다.

숨을 만드는 일에도 목이 끼어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뜻밖의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우리는 숨을 가슴에서 쉰다고 여기지만, 숨을 만드는 주된 근육인 횡격막을 움직이는 신경은 목에서 나옵니다. 목뼈 셋째에서 다섯째 마디 사이에서 갈라져 나와, 목을 지나 가슴을 타고 내려가 횡격막에 닿습니다. 이 신경을 횡격신경이라고 합니다.

목 자체도 숨을 돕습니다. 목 옆으로 비스듬히 내려오는 근육들, 이름을 붙이면 사각근은 갈비뼈 위 두 대를 들어 올립니다. 크게 몰아쉴 때만 쓰는 근육으로 알기 쉬운데, 편히 숨 쉬는 동안에도 여기에는 전기 활동이 이어집니다. 목은 숨이 드나드는 길이면서, 숨을 만드는 일에도 조금씩 손을 보태고 있습니다.

목 사진은 괜찮다는데 늘 뻐근합니다

목을 보는 검사는 대개 뼈의 모양이나 한 장기를 따로 봅니다. 마디 사이가 좁아졌는지, 어느 기관의 크기가 어떤지. 그런데 그 좁은 칸을 함께 지나는 것들이 서로 자리를 어떻게 나눠 쓰는지까지는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괜찮다는데 목은 늘 뻐근하고 숨은 얕다"는 일이 생깁니다.

목만 풀면 잠깐 나아졌다 돌아옵니다

저는 목이 뻐근해서 오신 분께 숨이 어디까지 벌어지는지를 함께 봅니다. 목 옆 근육이 팽팽한 분은 들이쉴 때 가슴이 옆으로 덜 벌어지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그러면 몸은 모자란 만큼 목을 더 씁니다. 목이 더 일하니 더 뻣뻣해지고, 뻣뻣해지니 가슴은 더 안 벌어집니다. 목만 주무르면 잠깐 편해졌다 도로 돌아오는 이유를 저는 여기서 봅니다.

그래서 목을 풀 때도 목만 만지지 않습니다. 숨이 가슴 옆까지 닿게 하는 쪽을 함께 봅니다. 목을 데우고 천천히 크게 숨을 쉬는 일이 사소해 보여도, 목이 맡은 짐을 얼마쯤 덜어 줍니다.

다만 한쪽 팔이 새로 저리거나 힘이 빠지고, 삼키기가 계속 불편하고, 목 앞에 만져지는 것이 생기거나 열이 함께 난다면 — 이것은 이 이야기와 다릅니다. 확인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목은 머리를 받치는 기둥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좁은 자리에는 숨과 피와 신경이 함께 지나며 서로 자리를 나눠 쓰고 있습니다.

목이 늘 뻐근하고 숨이 얕다면, 그것은 목 하나의 사정이 아니라 숨이 지나는 길 전체의 사정을 담은 보고서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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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