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손 쓰는 일은 다 손목을 지나갑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손목에는 정작 힘을 내는 근육이 거의 없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은 팔뚝에 있고, 손목을 건너는 것은 그 힘줄과 신경과 혈관입니다. 손을 쓴 다음 날 손목이 먼저 시큰한 데에는 그런 사정이 있습니다.

"물병 뚜껑을 돌리는데 손목이 시큰했습니다."

손을 많이 쓰시는 분들께 자주 듣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 보면 이상한 데가 있습니다. 뚜껑을 돌린 것은 손가락이고, 가위질을 한 것도 손가락인데, 다음 날 시큰한 것은 손목입니다.

손목이 그 사이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손목에는 근육이 거의 없습니다

주먹을 쥐었다 펴면 손목 안쪽에서 줄 몇 개가 오르내립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입니다.

그런데 그 힘줄을 당기는 근육은 손목에 없습니다. 팔뚝에 있습니다. 손가락을 굽히고 펴는 근육은 팔꿈치 가까이에서 시작하고, 힘줄만 길게 뻗어 손목을 건너 손끝까지 갑니다.

그러니 손목은 힘을 만드는 자리가 아닙니다. 만들어진 힘이 지나가는 자리입니다. 무언가를 꽉 쥘 때 그 힘은 손목에서 난 것이 아니라 팔뚝에서 출발해 손목을 건너온 것입니다.

잘게 움직이는 자리일수록 지나갈 것이 많습니다

손가락은 몸에서 가장 잘게 나뉘어 움직입니다. 하나하나 따로 굽고, 서로 다른 세기로 쥐고, 글씨를 쓰고 단추를 끼웁니다.

그렇게 움직이려면 지나갈 것이 많아집니다. 힘줄이 여러 개 지나가야 하고, 손가락마다 신호를 나눠 주는 신경이 지나가야 하고, 그만큼 피도 넉넉히 가야 합니다.

손 안쪽에는 작은 근육들이 따로 빽빽하게 들어 있습니다. 큰 힘을 내는 근육이 아니라 손가락을 벌리고 모으고 각도를 맞추는 잔일을 맡은 근육들입니다.

이것들이 전부 손목이라는 한 자리를 지나서 손으로 들어갑니다. 가장 잘게 움직이는 자리로 가는 길이 그만큼 좁습니다.

힘줄이냐 신경이냐를 고르는 물음이 아닙니다

손목이 아프고 저리면 흔히 둘 중 하나로 나누어 생각하게 됩니다. 힘줄 문제인가, 신경 문제인가.

그런데 손바닥 쪽 손목에는 지붕이 덮인 자리가 있습니다. 작은 손목뼈들이 바닥을 이루고, 그 위를 질긴 인대가 가로질러 덮습니다. 손가락으로 가는 힘줄 여러 개와 손으로 가는 신경이 그 아래를 함께 지납니다. 서로 다른 방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방에 같이 있습니다.

덮고 있는 인대는 질기고 잘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아래에서 한 가지가 조금 달라지면 같이 지나가는 것들이 함께 그 영향을 받습니다.

힘줄 쪽 일일 때도 있고, 신경 쪽 일일 때도 있고, 둘이 함께 있을 때도 있습니다. 같은 방에 든 것들이라 한쪽만 떼어 놓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힘을 주지 않는 동안에도 각도는 정해져 있습니다

무릎은 앉으면 쉽니다. 허리는 누우면 쉽니다. 그런데 손목은 앉아서도 씁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힘을 주지 않는 동안에도 손목은 어느 각도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자판 앞에서, 운전대에서, 화면을 든 손에서, 젖병을 받친 손에서 손목은 저마다 다른 각도로 놓입니다.

각도가 달라지면 그 안을 지나는 것들이 놓이는 모양도 달라집니다. 젖혀져 있는 동안과 굽어 있는 동안이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을 몇 번 썼는가만으로는 잘 갈리지 않습니다. 하루 중에 손목이 어느 각도로 얼마나 오래 놓여 있었는가가 함께 걸립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손을 짚고 넘어진 뒤로 엄지 쪽 손목이 계속 아프다면, 손목을 다루기 전에 확인받으실 것이 있습니다. 그 자리의 손목뼈는 처음 찍은 사진에 금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추를 끼우거나 젓가락을 쥐는 잔손질이 눈에 띄게 서툴러지거나 감각이 둔해질 때도 그렇습니다. 손목만이 아니라 여러 관절이 함께 붓고 아침에 뻣뻣한 것이 오래갈 때는 시작한 자리가 다릅니다.


손목은 손과 팔 사이에 있습니다. 사이에 있는 자리는 자기 일을 따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양쪽의 일이 다 지나갑니다.

그래서 손목이 아프다는 말은, 손목에서 무엇이 부러졌다는 말보다 손목을 지나는 일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에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크게 상하지 않아도 그렇게 됩니다. 손목이 오래 끄는 까닭이 거기 있다고 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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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