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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힘을 쓰려면 먼저 숨을 멈춥니다

〈숨 쉬는 동안 벌어지는 일〉 · 10편 중 8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무거운 것을 들 때 우리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숨을 멈춥니다. 힘은 팔다리로 쓰는데 왜 하필 숨일까요. 몸통이 단단해지는 방식에 답이 있습니다.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올릴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우리는 대개 자기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잠깐 멈춘 채로 듭니다. 팔씨름을 할 때도, 변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몸은 힘을 쓰기 직전에 숨을 멈춥니다.

저는 오래 이것이 궁금했습니다. 힘은 팔다리로 쓰는데, 왜 하필 숨을 멈출까요.

몸통이 단단해야 팔다리가 힘을 냅니다

답은 몸통에 있습니다.

팔로 무엇을 밀거나 당기려면, 그 팔이 붙어 있는 몸통이 흔들리지 않는 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받침이 물렁하면 아무리 팔에 힘을 줘도 그 힘이 새어 버립니다. 노를 저을 때 배가 고정되어 있어야 노가 물을 미는 것과 같습니다. 배가 떠 있으면 노를 저어도 배만 돌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통 한가운데는 딱딱한 뼈가 없습니다. 가슴 아래부터 골반까지는 물렁한 장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물렁한 통을 어떻게 단단한 받침으로 바꿀까요.

따지 않은 캔처럼 만듭니다

여기서 숨이 등장합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멈추면, 가슴과 배 안의 압력이 올라갑니다. 배 속에 차는 이 압력을 복강내압이라고 합니다. 그 압력이 몸통을 안에서부터 팽팽하게 채웁니다. 빈 캔은 손으로 쉽게 찌그러지지만, 따지 않은 탄산음료 캔은 단단합니다. 안이 압력으로 차 있기 때문입니다. 숨을 멈추는 순간, 우리 몸통은 따지 않은 캔이 됩니다. 물렁하던 통이 압력으로 단단해지고, 그 위에서 비로소 팔다리가 제 힘을 냅니다.

그러니 힘은 팔다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몸통을 압력으로 단단하게 세우는 일이 먼저이고, 그 일을 숨이 합니다. 무거운 것을 들 때 자기도 모르게 "읏!" 하고 소리가 나는 것도, 알고 보면 같은 이야기입니다. 새어 나가려는 몸통의 압력을 성대를 닫아 순간적으로 가두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근육이 멀쩡해도 힘이 안 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 이야기와 만납니다.

힘이 없다고 하면 우리는 근육을 떠올립니다. 검사도 근육의 크기나 신경의 전달을 봅니다. 그런데 근육이 충분하고 신경도 멀쩡한데 이상하게 힘이 안 실릴 때가 있습니다. 몸통을 압력으로 세우는 움직임이 잘 안 되면 받침이 물러, 팔다리 힘이 그대로 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근육의 크기 — 모양 — 의 문제가 아니라, 압력을 만들고 가두는 움직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사진은 그 움직임을 잘 잡지 못합니다. 그래서 "근육은 괜찮은데 왜 이렇게 힘이 없냐"는 말이 나옵니다. 몸통이 제때 단단해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몸통을 압력으로 세워야 팔다리에 힘이 실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원리입니다. 다만 누구는 왜 그 압력을 제때 못 만들고 못 지키는지, 그 대목을 저는 호흡과 함께 봅니다.

다만 계속 참으면 안 됩니다

한 가지 주의가 있습니다. 힘쓸 때 숨을 잠깐 멈추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오래 참으면 혈압이 급하게 오릅니다. 무거운 것을 들 때 얼굴이 벌게지도록 숨을 참는 습관은, 특히 혈압이 높거나 심장이 약하신 분께는 좋지 않습니다. 힘을 낼 때 짧게 멈추고, 미는 순간 천천히 내쉬는 편이 안전합니다.


무거운 것을 들기 직전, 우리가 무심코 들이쉬는 그 한 숨. 거기에 몸통을 기둥으로 세우는 일의 전부가 들어 있습니다.

근육은 멀쩡한데 힘이 안 실린다면, 몸은 힘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힘을 받쳐 줄 몸통이 제때 단단해지지 못한다고 보고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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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