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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 번의 숨이 온몸에 만드는 물결

〈숨 쉬는 동안 벌어지는 일〉 · 10편 중 7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한 번의 숨은 산소를 들이는 동안 몸통 전체에 압력의 물결을 하나 만듭니다. 심장이 밀어내는 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환의 절반이 여기 있습니다.

숨은 산소를 들이는 일이라고 배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숨이 그 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숨은, 산소를 들이는 동안 몸통 전체에 압력의 물결을 하나 만듭니다. 그리고 그 물결이 하는 일이 따로 있습니다.

심장은 밀어낼 뿐, 잘 빨아들이지 못합니다

우리는 흔히 혈액이 도는 일을 심장이 혼자 하는 것으로 압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심장은 혈액을 힘차게 밀어냅니다. 그런데 온몸을 돌고 돌아오는 혈액을 빨아들이는 힘은 생각보다 약합니다. 특히 다리처럼 심장보다 낮고 먼 곳의 피는, 중력을 거슬러 올라와야 하는데 그 일을 심장이 다 당겨 주지 못합니다.

그러면 그 혈액은 무엇을 타고 올라올까요. 여기서 숨이 등장합니다.

숨이 빨아올리는 펌프가 됩니다

숨을 들이쉬면 가슴 안의 압력이 내려갑니다. 압력이 낮은 쪽으로는 무언가가 빨려 듭니다. 그래서 들이쉴 때마다 가슴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정맥혈액을 위로 빨아올립니다. 숨이 이렇게 혈액을 끌어올리는 작용을 호흡 펌프라 하고, 온몸을 돌아 심장으로 돌아오는 이 혈액의 흐름을 정맥환류라고 합니다. 심장이 미는 펌프라면, 숨은 빨아올리는 펌프인 셈입니다. 두 펌프가 번갈아 일해야 혈액이 한 바퀴를 돕니다.

스스로 뛰는 힘이 아예 없는 것도 있습니다. 림프입니다. 림프는 조직 사이에 고인 물을 걷어 나르는 길인데, 심장 같은 펌프가 없습니다. 그래서 림프는 주로 숨과 몸의 움직임에 실려 흐릅니다. 숨이 만드는 압력의 물결이, 고인 물을 밀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 번의 숨은 산소만 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맥혈액을 끌어올리고 림프를 밀어 주는 일을 동시에 합니다. 얕은 숨 하나하나가 실은 온몸의 순환을 조금씩 거드는 셈입니다.

숨이 얕으면 물결이 가슴에서 끝납니다

문제는 숨이 얕아질 때입니다.

숨이 얕아 가슴 위쪽에서만 들썩이면, 이 압력의 물결이 배와 골반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가슴에서 끝나 버립니다. 물결이 닿지 않는 아래쪽에서는 정맥혈액과 림프가 조금씩 고입니다. 그러면 다리가 무겁고 잘 붓고, 머리가 맑지 않고, 소화가 더디고,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하나하나는 사소한데, 공통점은 "잘 안 돌고 조금씩 고여 있다"는 것입니다.

심장도 폐도 정상인데 몸은 무겁습니다

이 물결은 멈춰 있는 상태가 아니라 움직임입니다. 심장 검사는 심장의 모양과 뛰는 힘을 보고, 폐 검사는 폐의 모양과 용량을 봅니다. 그런데 두 검사 모두 숨이 만드는 압력의 물결이 온몸을 적시는지는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심장도 폐도 정상인데 몸은 자꾸 붓고 무거운, 언뜻 앞뒤가 안 맞는 일이 생깁니다.

여기까지는 호흡이 정맥과 림프의 순환을 돕는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봅니다. 숨을 몸 전체의 압력을 조절하는 큰 흐름으로 보는 것인데, 이것은 제가 진료실에서 오래 다듬어 온 관점입니다.

다시 물결을 아래까지 보내는 일

그래서 저는 이런 분께 순환을 억지로 짜내기보다, 숨의 물결이 배와 골반까지 닿게 하는 쪽을 먼저 봅니다. 깊고 느린 숨 하나가, 약보다 먼저 그 물결을 아래로 내려보내 줄 때가 있습니다. 다만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아프거나 숨이 급하게 차오른다면, 그것은 이 이야기와 다른 급한 문제이니 진료를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우리가 하루에 이만 번 넘게 쉬는 숨. 그 하나하나가 산소를 들이는 동안, 온몸에 작은 물결을 만들어 혈액과 물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몸이 자꾸 붓고 무거운데 심장도 폐도 정상이라면, 그 보고서가 가리키는 곳은 심장이나 폐가 아니라 아래까지 닿지 못한 물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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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