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지금이 아니라 흐름을 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8번째
짧은 답
같은 분을 두 번째 뵐 때 제가 먼저 보는 것은 그날의 상태가 아닙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가입니다. 두 점을 이어야 방향이 보입니다.
같은 분을 두 번 만납니다. 처음 뵙고, 몇 달 뒤에 다시 뵙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제가 먼저 눈여겨보는 것은 그날의 상태가 아닙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가입니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 좋을 수도 있고 유난히 나쁠 수도 있습니다. 그날의 컨디션은 흔들립니다. 두 점을 이어야 방향이 보입니다.
한 번의 검사는 한 시점을 봅니다. 그 시점을 정확하게 봅니다. 다만 몸은 세월을 담고 있고, 담는 속도가 몸 안에서도 부위마다 다릅니다. 며칠이면 바뀌는 곳이 있고 평생 그대로인 곳이 있습니다. 흉터는 아문 뒤에도 무언가를 남기고, 되돌아오는 힘은 천천히 더디어집니다. 짓는 일과 허무는 일은 늘 함께 일어나고 있고, 다만 어느 쪽이 조금 앞서느냐가 다릅니다.
그러니 오늘 찍힌 수치 하나로는 지금 어느 쪽이 앞서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같은 수치라도 채우는 중일 수 있고 헐리는 중일 수 있습니다.
한참 뒤에 다시 재 보자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수치가 아니라 방향을 보려는 것이고, 그 간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검사가 담는 기간만큼은 기다려야 새 기록이 쌓입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말은 나쁜 소식처럼 들립니다. 저는 반대로 읽습니다. 오래 걸려 한쪽으로 쏠린 것은 오래 걸려 돌아오고, 그렇게 돌아온 것은 쉽게 다시 쏠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좋아진 것이 눈에 띄지 않아도 저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세 번째 만남에서 두 점이 세 점이 되면, 그때 비로소 선이 그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