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언제 그런지를 묻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9번째
짧은 답
어디가 불편하신지 들은 다음 저는 대개 언제 더 심한지를 묻습니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드시고 나서인지 공복인지. 그 답이 검사지에는 없는 것을 알려 줍니다.
어디가 불편하신지 들은 다음, 저는 대개 이렇게 묻습니다.
하루 중 언제 더 심하십니까. 아침에 눈뜰 때입니까, 오후입니까, 누우실 때입니까.
드시고 나면 달라집니까. 공복일 때와 다릅니까.
누웠을 때와 앉았을 때가 다릅니까.
계절을 탑니까. 장마 전에 먼저 아십니까.
잠을 못 주무신 다음 날이 다릅니까.
처음 오신 분들은 이 질문들을 조금 뜻밖으로 여기십니다. 아픈 곳을 물어야 하는데 시각과 자세와 계절을 묻고 있으니까요.
제가 이렇게 묻는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검사는 표준화된 조건에서 몸을 봅니다. 대개 아침에, 공복에, 앉아서, 조용한 방에서 잽니다. 그렇게 재야 어제 잰 수치와 오늘 잰 수치를 견줄 수 있으니 옳은 방식입니다. 다만 우리가 사는 하루는 그 조건이 아닙니다. 먹고, 눕고, 더위와 추위를 오가고, 잠이 모자란 채로 지냅니다.
잠은 손발이 따뜻해지며 오고, 밤이 되면 더한 것들이 있고, 누우면 숨이 달라지고, 밥을 먹고 난 몸은 조금 다른 몸이었습니다. 전부 조건이 달라졌을 때만 나타나는 일입니다. 표준 조건에서 재면 사라집니다.
그러니 검사가 정상이면서 몸이 불편하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불편한 그 조건에서는 재지 않았을 뿐입니다.
언제 그런지를 알면 무엇이 걸려 있는지가 좁혀집니다. 답을 아는 분은 이미 절반을 말씀하신 것이고, 모르시겠다면 그것도 답입니다 — 그때는 며칠만 적어 보시자고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