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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증상이 해마다 옮겨 다닌다면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10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재작년에는 소화, 작년에는 두통, 올해는 잠. 그때마다 검사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병이 여러 번 온 것으로 세지 않습니다.

몇 해에 걸쳐 오시는 분들의 진료 기록을 이어 붙여 놓고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소화가 안 된다고 오셨습니다. 작년에는 두통이었습니다. 올해는 잠이 얕다고 하십니다. 그때마다 검사를 받으셨고, 그때마다 큰 문제는 없다는 말을 들으셨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병이 여러 번 온 것으로 셉니다. 저는 다르게 읽습니다.

표가 나는 곳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조율이 흔들린 몸에서 표는 한 곳에만 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먼저 밀리는 데서 납니다.

일이 몰리던 해에는 소화 쪽이 먼저 밀립니다. 목과 어깨를 오래 쓰던 해에는 두통으로 나옵니다. 잠자리가 바뀐 해에는 잠에서 표가 납니다. 몸에서 달라진 것은 하나인데, 그 하나가 어디서 드러나느냐가 해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증상이 옮겨 다니는 것은 병이 여럿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일 수 있다는 단서입니다.

하나가 여러 곳에서 드러납니다

이런 일이 왜 생기는지는 짐작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통증을 처리하는 회로가 예민해진 상태를 살펴본 연구들을 보면, 그 변화는 아픈 부위 하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잠, 피로, 소화, 소리와 빛에 대한 예민함까지 함께 묶여 나타납니다. 몸에서 조절하는 쪽이 한쪽으로 쏠리면, 그 치우침이 여러 계통에 동시에 걸린다는 뜻입니다.

자율신경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장이 숨에 맞춰 흔들리는 정도 — 조율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를 보여 주는 그 흔들림 — 는 통증의 정도와 함께 움직입니다. 아픈 곳과 심장 박자는 멀어 보이는데, 같은 조율 위에 얹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기를 묻습니다

이 그림이 진료실에서 하는 일은 분명합니다.

저는 지금 아픈 곳만 묻지 않고 그전에는 어디가 불편했는지를 함께 묻습니다. 세 해 전에는 어땠는지, 그때와 지금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지금 증상만 놓고 보면 소화기의 문제로 보이던 것이, 앞의 두 해를 나란히 놓으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한약을 쓸 때도 지금 나온 증상 하나를 겨누지 않습니다. 세 해 동안 표가 옮겨 다닌 그 아래의 조율 쪽에 손을 댑니다. 그래서 소화로 오셨어도 잠과 긴장을 함께 다루고, 두통으로 오셨어도 같은 것을 봅니다.

다만 한 곳에만 계속 머무는 증상, 점점 심해지기만 하는 증상, 밤에 깨울 만큼 아픈 증상은 이 이야기와 다릅니다. 옮겨 다니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다른 신호입니다. 그런 증상은 그 부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증상이 자꾸 옮겨 다닌다고 하시면 대개 걱정하며 말씀하십니다.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는 것 같다고요.

저는 그 말을 반대로 듣습니다. 옮겨 다닌다는 것은 고장 난 부품이 여럿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직 어느 부품도 고장 나지 않았다는 뜻일 때가 많습니다. 부품이 상했다면 그 부위를 옮기지 않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곳을 바꿔 가며 나타난 증상들은, 각각 다른 병의 목록이 아니라 한 이야기의 여러 장면일 수 있습니다. 그 장면들을 이어 붙이는 일이 제가 진료실에서 하는 일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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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