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는 부품이 아니라 사이를 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11번째
짧은 답
배와 숨, 장과 뇌, 심장과 자율신경. 전부 둘 사이의 이야기였습니다. 한 기관이 고장 났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시 놓고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띕니다.
배와 숨. 장과 뇌. 심장과 자율신경. 숨과 심장. 그리고 겨누는 일과 멈추는 일.
전부 둘 사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편에서도 한 기관이 고장 났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배도 숨도 각각 멀쩡한데 함께 움직일 때 어긋나고, 심장도 폐도 각각 정상인데 물리는 방식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붙잡고 있는 자리입니다.
검사는 항목을 나누어 봅니다. 그래야 정확하게 잽니다. 심장은 심장대로, 폐는 폐대로, 위는 위대로 재고 각각 결과를 냅니다. 그런데 그 항목과 항목 사이가 어떤지를 적는 칸은 어느 표에도 없습니다. 나누어 재는 방식이 얻는 정확함의 대가입니다.
증상은 하필 그 사이에서 납니다. 그래서 검사지를 여러 장 들고 오시는 분들이 생깁니다. 한 장도 이상이 없고, 몸은 계속 불편합니다.
저는 그런 분께 검사가 틀렸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검사는 자기 일을 정확히 했습니다. 다만 지금 불편한 일이 검사가 세는 항목에 들어 있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저는 부품을 하나 더 찾기보다, 이미 정상이라고 나온 부품들이 서로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봅니다. 맥을 짚으면서 숨을 함께 보고, 소화를 물으면서 잠을 함께 묻습니다.
부품이 다 정상이라는 말은 좋은 소식입니다. 고장 난 것을 고치는 일보다, 어긋난 물림을 되돌리는 일이 대개 더 손댈 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