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칼럼

그래서 저는 부품이 아니라 사이를 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11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배와 숨, 장과 뇌, 심장과 자율신경. 전부 둘 사이의 이야기였습니다. 한 기관이 고장 났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시 놓고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띕니다.

배와 숨. 장과 뇌. 심장과 자율신경. 숨과 심장. 그리고 겨누는 일과 멈추는 일.

전부 둘 사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편에서도 한 기관이 고장 났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배도 숨도 각각 멀쩡한데 함께 움직일 때 어긋나고, 심장도 폐도 각각 정상인데 물리는 방식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붙잡고 있는 자리입니다.

검사는 항목을 나누어 봅니다. 그래야 정확하게 잽니다. 심장은 심장대로, 폐는 폐대로, 위는 위대로 재고 각각 결과를 냅니다. 그런데 그 항목과 항목 사이가 어떤지를 적는 칸은 어느 표에도 없습니다. 나누어 재는 방식이 얻는 정확함의 대가입니다.

증상은 하필 그 사이에서 납니다. 그래서 검사지를 여러 장 들고 오시는 분들이 생깁니다. 한 장도 이상이 없고, 몸은 계속 불편합니다.

저는 그런 분께 검사가 틀렸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검사는 자기 일을 정확히 했습니다. 다만 지금 불편한 일이 검사가 세는 항목에 들어 있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저는 부품을 하나 더 찾기보다, 이미 정상이라고 나온 부품들이 서로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봅니다. 맥을 짚으면서 숨을 함께 보고, 소화를 물으면서 잠을 함께 묻습니다.

부품이 다 정상이라는 말은 좋은 소식입니다. 고장 난 것을 고치는 일보다, 어긋난 물림을 되돌리는 일이 대개 더 손댈 데가 많습니다.

이 글이 자기 얘기 같으셨습니까?

진료 시간을 바로 고르시거나, 오시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을 먼저 보내실 수 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