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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열을 식히려고만 나는 것이 아닙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다친 자리에 피가 몰리면 조직 사이에 물이 늡니다. 그런데 몸은 자루가 아니라 칸이어서, 물이 늘면 압력이 오르고 그 압력이 거꾸로 혈관과 림프관을 눌러 버립니다. 땀구멍은 그 압력을 빼 주는 밸브입니다.

열이 나면 땀이 납니다. 식히려고 나는 것이지요.

절반은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땀에는 열을 내리는 일 말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땀을 자주 묻는 이유가 그쪽에 있습니다.

피를 더 보내면 물이 늡니다

다치거나 염증이 생긴 자리는 피를 더 받습니다. 면역을 맡은 세포와 혈장 성분을 그리로 실어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붓기는 빠졌는데 아직 뻐근합니다)

그 과정에서 혈관 벽이 성글어지고, 혈장이 조직 사이로 새어 나옵니다. 조직 사이의 물이 늘어납니다.

여기까지는 몸이 뜻을 두고 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몸은 자루가 아니라 칸입니다

물이 늘어난 그 자리는 사방이 막혀 있습니다. 근막과 결합조직이 둘러싸고 있어서, 물이 는다고 마음껏 부풀지 못합니다.

좁은 칸에 물이 늘면 압력이 오릅니다. 그리고 그 압력은 안쪽으로만 작용하지 않습니다. 거꾸로 모세혈관과 림프관을 밖에서 눌러 버립니다.

여기가 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압력이 어느 선을 넘으면 피를 밀어 넣는 힘보다 조직이 누르는 힘이 커집니다. 그러면 혈류가 오히려 막힙니다.

피를 더 보내려던 일이 피를 못 가게 하는 일로 뒤집힙니다. 도우려던 것이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빠져나갈 구멍이 필요합니다

늘어난 물이 나갈 길이 있어야 이런 뒤집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림프관이 그 길이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땀샘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맞물립니다. 땀샘이 땀을 만들 때 쓰는 재료가 바로 그 조직 사이의 액체입니다. 땀은 피부에서 새로 생겨나는 물이 아니라, 조직 사이에 고여 있던 그 물을 퍼내어 내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땀으로 물이 나가면 조직 사이의 압력이 내려갑니다. 눌려 있던 모세혈관과 림프관이 다시 제 일을 하고, 그제야 보낸 것이 돌아 나옵니다.

땀구멍은 압력을 빼 주는 밸브입니다. 열을 식히는 일은 그 밸브가 하는 여러 일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그래서 진료에서 땀을 봅니다

땀이 나는지, 저절로 나는지, 아예 안 나는지를 묻습니다. 밸브가 열려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왜 중요한가 하면 이렇습니다. 혈류를 늘리는 쪽으로 도우려 할 때, 나갈 구멍이 먼저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닫힌 칸에 물을 더 부으면 압력만 올라갑니다. 구멍이 열려 있으면 같은 일이 씻어 내리는 일이 됩니다.

같은 상황처럼 보여도 땀이 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손대는 순서가 달라집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꽤 큰 갈림길입니다.

약재들이 나누어 맡습니다

계지는 이 대목의 중심입니다. 계피 향을 내는 성분을 사람 팔에 발라 본 연구가 있는데, 바른 자리의 피부 혈류가 늘었습니다. 반응은 바르고 십 분에서 이십 분 사이에 뚜렷했습니다. 말초 감각신경에 있는 채널이 관여하는 경로 가운데 하나로 보입니다. 계지는 이렇게 피를 말초로 밀어 보내는 쪽을 맡습니다.

생강의 매운 성분은 고추의 매운 성분이 붙는 것과 같은 채널 — TRPV1 — 에 붙습니다. 혈관이 열리고 조이는 신호 쪽을 조절합니다. 다만 이쪽은 아직 세포와 동물에서 확인된 단계입니다.

대조는 결합조직의 바탕이 되는 재료를 대 주고, 신경 쪽을 가라앉혀 통증의 세기에 관여합니다.

감초는 통증 신호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신경의 문턱을 붙듭니다.

닿는 자리가 넷 다 다릅니다. 넓히는 쪽, 신호를 고르는 쪽, 바탕을 채우는 쪽, 문턱을 붙드는 쪽. 미는 힘도 다르고 방향도 제각각인데 결과는 한 방향으로 갑니다. 여러 사람이 큰 공의 서로 다른 곳을 밀어 한쪽으로 굴리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만 떼어 보면 엉뚱해 보이는 것이 그래서입니다.

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곳

조직 사이의 압력이 손에 어떻게 만져지는지는 배에 손을 얹으면 알 수 있는 것에 적어 두었습니다.

물이 애초에 세포막을 어떻게 건너다니는지, 그 문을 몸이 어떻게 여닫는지는 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에 적었습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땀이 갑자기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밤에 흠뻑 젖을 만큼 나거나, 한쪽만 나거나, 체중이 함께 줄고 있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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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