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항목을 나누어 보고, 증상은 그 사이를 말합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2번째
짧은 답
검사는 장기를 하나씩 나누어 봅니다. 그런데 몸의 불편은 장기 하나가 아니라 그것들 사이의 조율에서 오는 때가 많습니다. 부품은 다 정상인데 손발이 안 맞는 상태입니다.
여러 과를 돌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장은 심장대로 봤고, 위는 위대로 봤고, 갑상선도 확인했습니다. 어디서도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근거리고, 속이 불편하고, 잠은 얕습니다.
이럴 때 "그럼 어디가 문제냐"는 물음이 남습니다. 저는 그 물음의 답이 어느 한 곳이 아닐 때가 많다고 봅니다.
많은 표준검사는 나누어 보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검사표는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심장은 심장을 보는 방법으로, 위는 위를 보는 방법으로 봅니다. 그래야 정확해지기 때문입니다. 한 자리를 깊이 보려면 나머지를 잠시 밀어 두어야 합니다.
이 나눔은 의학이 얻어 낸 힘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심장의 판막이 새는지, 위의 점막이 헐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나누어 보면 사이에 있는 것은 항목에서 빠집니다. 심장을 보는 검사도, 위를 보는 검사도, 그 둘이 서로 주고받는 신호를 재도록 만들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몸은 나뉘어 일하지 않습니다
몸에서 장기는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숨을 한 번 쉬면 가슴과 배의 압력이 함께 바뀌고, 심장으로 돌아오는 피의 양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다시 박동의 간격에 실립니다. 긴장이 오르면 위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장은 급해집니다. 장이 편치 않으면 그 소식이 위로 올라가 잠과 기분을 건드립니다.
이 주고받음에는 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켜지고 어느 쪽이 뒤따르는지, 얼마나 빨리 멈추는지가 다 다릅니다. 하나하나는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순서와 타이밍이 어긋나면 몸은 분명히 불편합니다.
부품이 다 멀쩡한데 합주가 어긋난 상태 — 5부는 그 자리를 봅니다.
그래서 검사지에는 이름이 안 붙습니다
여기서 이 부의 어려움이 나옵니다.
조율이 흔들린다는 것은 어느 항목의 값이 선을 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검사지에 적을 이름이 없습니다. 각 과에서는 "우리 쪽은 이상 없습니다"가 정확한 답이고, 그 답이 여럿 모이면 환자에게는 "아무 데도 이상이 없는데 나는 아프다"가 됩니다.
저는 그 상황을 모순으로 보지 않습니다. 나누어 본 결과가 다 정상인 것과, 사이가 잘 맞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이를 묻습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한 증상만 따로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두근거림이 언제 오는지, 그때 속은 어땠는지, 숨은 어디까지 들어갔는지, 그 뒤에 잠은 어땠는지를 함께 듣습니다. 하나씩 떼어 놓으면 다 흔한 증상인데, 순서를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먼저 움직였는지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한약을 쓰는 자리도 여기와 닿아 있습니다. 한 곳을 세게 누르기보다 여러 자리를 조금씩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라, 사이의 조율이 흔들린 몸에서 제 몫을 합니다. 이어지는 편들은 그 사이에서 실제로 무엇이 오가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봅니다.
다만 가슴 통증이 조이듯 오거나, 갑자기 숨이 차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일이 있었다면 — 그것은 조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자리를 확인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몸을 나누어 보는 일은 의학이 얻어 낸 힘입니다. 그 힘 덕분에 우리는 한 자리를 아주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나눈 항목이 모두 정상이라는 말은, 그 사이가 잘 맞는다는 뜻까지는 아닙니다. 여러 곳을 돌고도 답을 못 들으셨다면, 몸이 말하고 있는 것은 어느 한 부품이 아니라 그 사이의 형편일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 장이 뇌에게 거는 전화 —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신호
- 심장은 정상인데 두근거린다면 — 브레이크 쪽을 보는 이야기
참고한 자료
- 미주신경은 장에서 뇌로 올라가는 방향이 대부분이며, 장의 신호가 기분·각성에 영향을 준다 — Vagus Nerve as Modulator of the Brain–Gut Axis, 2018
- 자율신경은 교감과 부교감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며, 그 되먹임은 대개 의식 아래에서 처리된다 — StatPearls, Anatomy, Autonomic Nervous System, 2023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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