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건강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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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봅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렇게 봅니다〉 · 11편 중 3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검진 결과지 세 장을 나란히 펴 놓으면 한 장으로는 안 보이던 것이 보입니다. 어느 줄도 선을 넘지 않았는데 세 줄이 같은 쪽으로 가고 있을 때 저는 그것을 봅니다.

진료실 책상에 종이 세 장을 나란히 펴 놓을 때가 있습니다. 재작년, 작년, 올해 검진 결과지입니다.

한 장만 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세 장을 나란히 놓으면 보입니다. 어느 줄도 선을 넘지 않았는데, 세 줄이 같은 쪽으로 조금씩 가고 있습니다. 종이마다 찍힌 '정상'은 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그 표는 줄을 하나씩 재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줄과 줄이 함께 움직였다는 것까지는 적어 주지 않습니다.

종이 한 장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기준선은 병을 가르려고 그은 선이지, 건강한 몸이 머무는 곳을 표시한 선이 아닙니다. 그러니 모든 줄이 선 안쪽에 있는데도 몸은 달라져 있을 수 있습니다. 표는 줄을 하나씩 재도록 만들어졌고, 몸은 여럿이 함께 움직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몸에서 달라지는 일은 한 곳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피로가 수치보다 먼저 오고, 저울 눈금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혈압과 혈당과 체중은 서로를 밀어 주고, 지질 네 줄에도 움직이는 차례가 있었습니다. 경계마저 한 번에 뚫리기보다 여러 겹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쪽이 흔했습니다.

하나씩 재면 다 정상입니다. 제가 오래 붙들고 있는 자리가 거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치 하나가 얼마인지를 오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여럿을 함께 놓고, 그것들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를 봅니다. 어느 하나도 아직 병이 아닐 때, 그 방향이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이 세 장을 나란히 놓는 데는 몇 초면 됩니다. 그 몇 초가 한 장만 볼 때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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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