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목이 뻐근한데 눈도 침침합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목 이야기를 하러 오셨으니 눈은 다른 이야기라고 여기십니다. 저에게 물으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셔서, 대개 미안해하시면서 꺼내십니다.


목이 뻐근한데 눈도 침침합니다

목과 어깨가 뻐근해서 오신 분이, 진료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지나가듯 한 마디를 붙이시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눈이 좀 침침해요. 이건 그냥 노안이겠죠?"

목 이야기를 하러 오셨으니 눈은 다른 이야기라고 여기십니다. 저에게 물으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셔서, 대개 미안해하시면서 꺼내십니다.

그런데 그 두 곳은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눈이 쓰는 피는 목을 지나 올라옵니다

눈은 피를 아주 많이 쓰는 기관입니다. 그 피가 어디서 오는지를 따라가 보면 목이 나옵니다.

목 안쪽에는 머리로 올라가는 굵은 동맥이 지납니다. 이 동맥이 머리뼈 안으로 들어간 뒤 가장 먼저 내는 가지가 눈으로 가는 가지입니다. 첫 번째입니다. 그 가지가 눈구멍 안으로 들어가 눈알과 그 둘레에 피를 대고, 거기서 다시 갈라진 하나가 망막 안쪽까지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눈은 목을 지나온 피를 씁니다. 해부학으로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눈과 목은 따로 놓인 두 부위가 아니라 한 줄로 이어진 위아래입니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립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다음 질문이 바로 나옵니다. "그럼 목을 풀면 눈이 좋아지나요?"

거기까지는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피가 지나는 길이 이어져 있다는 것과, 한쪽을 손보면 다른 쪽이 달라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앞의 것은 해부학이고 뒤의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는 그 사이를 건너뛰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드리려는 말씀은 하나입니다. 눈 이야기를 목 이야기 옆에서 꺼내신 것이 엉뚱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안해하며 꺼내실 말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목이 뻐근한 분의 숨

한 가지를 덧붙이면, 목 옆으로 비스듬히 내려오는 근육들은 목을 움직이는 일만 하지 않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쉴 때 갈비뼈를 들어 올리는 일을 함께 맡습니다. 그래서 그 근육이 굳어 있으면 숨이 얕아지고, 숨이 얕으면 그 근육이 더 일하게 됩니다.

이 되풀이가 왜 잘 안 끊기는지는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목과 어깨가 아무리 풀어도 다시 뭉친다면
목은 좁은데, 지나갈 것은 많습니다

여기서는 그 되풀이 자체가 아니라, 그 좁은 자리를 눈으로 가는 피가 함께 지난다는 것만 말씀드립니다.

함께 말씀하시는 것들이 있습니다

목이 오래 뻐근하신 분들이 진료 중에 자주 덧붙이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가끔 두근거린다. 가슴이 답답하다. 별일 없는데 불안하다. 그리고 검사는 다 정상이었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 저는 심장 하나만 떠올리지 않습니다. 숨이 어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목과 어깨가 숨을 대신 지고 있는 동안에는, 몸이 늘 조금씩 힘을 쓰고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두근거림 자체가 왜 검사에 안 잡히는지는 이미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심장은 정상인데 두근거린다면

먼저 병원으로 가셔야 하는 때

눈이 침침한 것은 먼저 안과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 글은 그 순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침침함에는 목과 상관없이 안과에서 찾아야 할 이유가 여럿 있고, 그중에는 시간을 다투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시력이 갑자기 떨어졌거나, 한쪽 시야가 가려지거나, 물체가 둘로 보인다면 미루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목과 눈이 함께 급하게 나빠지는 경우는 응급입니다. 전에 없던 목·뒤통수·눈 주위 통증이 갑자기 한쪽에서 시작되고, 거기에 한쪽 눈꺼풀이 처지거나 양쪽 동공 크기가 달라지거나 한쪽 시야가 잠깐씩 어두워지는 일이 겹친다면 — 목을 지나는 그 동맥 자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목을 세게 돌리거나 부딪친 뒤에 시작되었다면 더 그렇습니다. 그때는 이 글이 아니라 응급실입니다.

위험한 것을 가려내는 일은 검사만 할 수 있습니다. 그 순서를 건너뛰면 안 됩니다.

제가 하는 일

가려낼 것을 가려낸 뒤에도 남는 자리가 있습니다.

목이 뻐근하다고 오신 분께 저는 목만 보지 않습니다. 숨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목 옆 근육이 숨을 거들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눈이 침침해진 것도, 두근거림도, 목 이야기와 나란히 놓일 때가 있습니다. 따로 오신 줄 알고 계셨을 뿐입니다.


목이 뻐근하다는 말과 눈이 침침하다는 말을, 다른 진료실에 가져가야 하는 두 이야기로 여기십니다.

한 길목을 아래에서 말하느냐 위에서 말하느냐가 달랐을 뿐입니다.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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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