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짓는 일과 허무는 일을 늘 함께 합니다
짧은 답
뼈는 평생 허물고 다시 짓기를 되풀이합니다. 자랄 때는 짓는 쪽이 앞서고, 나이가 들면 허무는 쪽이 조금 앞섭니다. 성장과 노화는 다른 일이 아니라 같은 일의 두 방향입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과 어른이 나이 드는 것을 우리는 반대되는 일로 생각합니다. 한쪽은 만들어지는 일이고 다른 쪽은 낡아 가는 일이라고요.
저는 이 둘을 같은 일의 두 방향으로 봅니다. 몸에서는 짓는 일과 허무는 일이 늘 함께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뼈는 평생 허물고 다시 짓습니다
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뼈는 한 번 만들어지고 그대로 있는 구조물이 아닙니다. 평생 조금씩 허물고 다시 짓기를 되풀이합니다.
그 일을 나눠 맡은 세포가 있습니다. 오래된 뼈를 헐어 내는 세포와, 그 자리에 새 뼈를 채우는 세포입니다. 둘은 번갈아 일합니다. 헐어 낸 자리에 새로 채우고, 또 다른 자리를 헐어 내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뼈는 어릴 때 만든 그 뼈가 아닙니다.
허무는 일은 고장이 아닙니다. 그것이 있어야 낡은 자리가 새것으로 바뀝니다.
어느 쪽이 조금 앞서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그러면 자라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어느 쪽이 조금 앞서느냐입니다.
자라는 동안에는 짓는 쪽이 앞섭니다. 허무는 일도 그동안 계속되지만, 채우는 몫이 더 큽니다. 그래서 뼈가 길어지고 두꺼워집니다. 나이가 들면 그 균형이 조금씩 반대로 기웁니다. 짓는 세포의 몫이 요구에 못 미치면서, 허무는 쪽이 조금 앞서게 됩니다.
같은 두 가지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저울이 어느 쪽으로 쏠려 있느냐만 달라집니다. 성장과 노화가 다른 기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 번 찍은 사진으로는 방향이 안 보입니다
여기서 3부의 이야기와 만납니다.
검사는 오늘의 상태를 잽니다. 뼈가 지금 얼마나 촘촘한지, 키가 얼마인지. 그런데 그 값 하나로는 지금 어느 쪽이 앞서고 있는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같은 값이라도 채우는 중일 수도, 헐리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검사보다 두 번의 검사 사이가 더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한참 뒤에 다시 재 보자고 하는 것은 값이 아니라 방향을 보려는 뜻입니다.
방향은 바꿀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화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강물이라면 손댈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두 가지 일이 지금도 함께 일어나고 있고, 그 균형은 조건에 따라 조금씩 움직입니다.
뼈에 하중이 실리면 짓는 쪽에 신호가 갑니다. 잘 먹고 잘 자면 채우는 일에 쓸 재료와 시간이 생깁니다. 저는 그래서 나이 드신 분께도 "이제 늦었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저울을 크게 뒤집지는 못해도, 기우는 각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키가 눈에 띄게 줄었거나, 가벼운 충격에 부러진 적이 있거나, 뼈의 한 자리가 계속 아프다면 — 그것은 저울의 이야기와 다릅니다. 확인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자라는 몸과 나이 드는 몸은 다른 기계가 아닙니다. 둘 다 짓고 허무는 일을 함께 하고 있고, 다만 어느 쪽이 조금 앞서느냐가 다릅니다.
그러니 나이 든 몸에서 벌어지는 일도 멈춤이 아닙니다. 지금도 짓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어지는 이야기
- 몸은 한꺼번에 나이 들지 않습니다 — 자리마다 다른 교체 속도
- 뼈는 한 덩어리로 늙지 않습니다 — 자리마다 다른 뼈의 형편
참고한 자료
- 뼈는 평생 바뀌며, 허무는 세포와 짓는 세포가 함께 일한다 — 나이가 들면 허무는 쪽이 짓는 쪽을 앞선다 — StatPearls, Physiology, Bone Remodeling, 2023
- 사람의 세포는 하루 약 1.1%가 교체되어, 세포로 된 몸의 무게가 대략 2.4년이면 새것으로 바뀐다 — Tissue Homeostasis and Non-Homeostasis, 2023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