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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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신다, 아리다, 시리다 — 다 다른 말입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쑤신다" 전용 감지기가 몸에 따로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느낌은 몇 갈래 감지기가 어떤 비율로 켜졌는지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환자분이 쓰시는 말은 서툰 표현이 아니라 실마리입니다.

"쑤셔요." "아려요." "시려요." "스멀스멀해요."

진료실에서 아픈 것을 말씀하실 때 쓰시는 말이 참 다양합니다. 저는 이 말을 제 말로 바꿔 적지 않습니다. 그대로 받아 적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쑤신다" 전용 감지기는 없습니다

느낌의 가짓수만큼 감지기가 따로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실제로 알아차리는 것은 몇 갈래입니다 — 눌리고 늘어나는 것, 온도, 주변이 산성 쪽으로 기우는 것, 그리고 손상 신호.

그런데 말은 수십 가지가 나옵니다. 이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가 — 그 이야기입니다.

색을 보는 방식과 닮았습니다

눈에서 색을 알아차리는 장치는 세 종류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백만 가지 색을 봅니다.

세 장치가 각각 얼마나 켜졌는지, 그 비율이 색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주황 전용 장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감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감지기들이 함께 켜졌고, 그 비율이 어떠한가 — 여기서 느낌이 나옵니다. 그래서 감지기는 몇 갈래인데 말은 수십 가지가 됩니다.

배치도 관여합니다. 따뜻한 것과 시원한 것을 나란히 엇갈려 피부에 대면 타는 듯한 통증이 생깁니다. 뜨거운 것은 하나도 닿지 않았는데도 그렇습니다. 같은 자극이라도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됩니다.

욱신거림은 맥박을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욱신욱신 뛴다"고 하시면 대개 맥이 뛰는 것을 느끼시는 줄 압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재 본 연구가 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욱신거리는 박자는 분당 마흔네 번쯤이었고, 같은 시각 맥박은 분당 일흔세 번쯤이었습니다. 두 박자가 따로 놀았습니다.

그러니 욱신거림은 바깥에서 들어온 박자가 아니라 몸 안에서 만들어진 박자입니다. 무엇이 그 박자를 정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잠자던 감지기가 깨어나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는 감지기가 상당수 있습니다. 가만히 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염증 물질이 고이면 이 감지기들이 깨어납니다. 그러면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움직임에도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관절에서는 동물 실험에서 직접 기록되었고, 사람에게서는 피부에서 같은 종류가 확인되었습니다.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던 동작이 오늘부터 아픈 것은, 관절이 갑자기 망가져서가 아니라 자고 있던 감지기가 깨어났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오래 쓴 자리가 뻐근한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앞에서 산성 쪽으로 기우는 것을 아는 감지기를 말씀드렸습니다.

근육이 오래 일하면 그 주변 환경이 조금씩 산성 쪽으로 기웁니다. 몸은 그 기울기를 읽어 이 자리가 지금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 감지기가 켜졌을 때 오는 느낌은 찌르는 통증이 아니라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입니다. 계단을 오래 오른 다음 날 종아리가 그런 식으로 뻐근한 것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표현을 그대로 듣습니다

"뻐근하다"와 "찌릿하다"는 서로 다른 조합이 만든 말입니다.

저에게 "뻐근하다"는 말씀은 이 자리가 오래 일했고 아직 뒷정리가 안 끝났다로 들리고, "찌릿하다"는 말씀은 전혀 다른 곳을 보게 만듭니다. "시리다"와 "스멀스멀하다"도 각각 다른 데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 표현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적습니다. 둘 다 '통증'으로 적어 버리면 그 실마리가 지워지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곳

통증이 손상의 크기를 재는 자가 아니라 따로 켜지는 장치라는 이야기는 붓기는 빠졌는데 아직 뻐근합니다에 적어 두었습니다.

아픈 자리가 반드시 문제의 자리는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픈 곳을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면에 있습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감각이 무뎌진 자리가 뚜렷하거나, 힘이 빠지거나, 한쪽만 갑자기 그러거나, 다친 뒤로 계속 그렇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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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