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대사증후군 클리닉

몸은 정확하게 맞추지 않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몸이 수치를 정확히 유지하려 애쓴다고 여기기 쉽지만, 수많은 세포에서 딱 맞는 조절은 애초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은 값이 아니라 방향과 속도를 읽고 조절합니다. 혈당에도 혈압에도 그것을 읽는 장치가 따로 있습니다.

"수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괜찮은 건가요?"

검사 결과를 들고 오신 분들이 자주 물으십니다. 저는 이 물음에 답하기 전에, 몸이 애초에 어떻게 조절하는지부터 말씀드립니다.

몸은 정확한 값을 맞추지 못합니다

몸이 혈당이나 혈압을 정해진 수치에 맞춰 놓으려 애쓴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수십조 개의 세포가 저마다 다른 형편에 있는데, 그 전부를 한 값에 맞추는 조절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이 하는 일은 다릅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를 정하고, 얼마나 빠르게 갈지를 정합니다. 정확한 값이 아니라 방향과 속도로 조절합니다.

몸이 안을 일정하게 지키려 한다는 것을 항상성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이 말이 값을 정확히 붙들어 둔다는 뜻으로 읽히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바뀌면서 안정을 얻는 쪽에 가깝습니다.

몸에는 속도를 읽는 장치가 따로 있습니다

이건 비유가 아닙니다. 실제로 그런 장치가 있습니다.

췌장이 인슐린을 내는 방식을 보면, 혈당이 얼마인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를 함께 봅니다. 사람의 췌도로 확인해 보니 첫 번째 인슐린 분비량이 혈당이 오르는 기울기를 따라 달라졌습니다. 같은 수치에 도달해도 천천히 올랐느냐 급하게 올랐느냐에 따라 나오는 양이 다릅니다.

혈압도 그렇습니다. 목의 혈관에 압력을 재는 장치가 있는데, 평균 압력뿐 아니라 압력이 변하는 속도에도 반응합니다.

혈당과 혈압, 두 곳에서 따로따로 「값이 아니라 변화 속도」를 읽는 장치가 확인되어 있습니다. 몸이 속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빠르게 오르면 크게 내려갑니다

방향과 속도로 조절하면 정확히 멈추기 어렵습니다. 대개 조금 지나치게 됩니다.

혈당이 급하게 오르면 몸은 급하게 대응합니다. 그러면 출발점보다 더 내려가는 일이 생깁니다. 고혈당지수 식사를 한 청소년들을 관찰한 연구에서, 인슐린이 오른 뒤 혈당이 처음보다 더 낮아지고 아드레날린이 함께 올라가는 것이 한 연구 안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낮아진 혈당을 되돌리려고 몸이 혈당을 올리는 신호를 냅니다. 아드레날린이 먼저 나서고, 오래갈 때는 코티솔이 뒤를 받칩니다.

신호는 꺼져도 작용은 남습니다

여기가 이 이야기에서 제가 눈여겨보는 대목입니다.

아드레날린은 혈액에서 몇 분이면 사라집니다. 그런데 그 신호가 사라진 뒤에도 간이 포도당을 계속 내보내고, 근육이 포도당을 덜 받아들이는 상태는 이어집니다. 실제로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 내보내는 일은 삼십 분쯤에 정점을 찍고 세 시간이면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혈당은 그 뒤로도 내려오지 않습니다. 포도당을 쓰는 쪽이 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혼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코티솔이 함께 올라갑니다. 코티솔은 아드레날린이 제 효과를 내도록 판을 깔아 주고, 조직 주변의 아드레날린이 흩어지는 것을 늦춥니다. 이렇게 한 호르몬이 다른 호르몬의 일이 되게 해 주는 것을 허용작용이라고 부릅니다.

이 차이가 혈당에서 뚜렷합니다. 사람에게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들을 하나씩 주면 혈당이 조금 오르다 맙니다. 그런데 함께 주면 인슐린이 크게 늘어나는데도 혈당이 각각의 합보다 세 배 넘게 올라갔습니다.

신호는 꺼졌는데 결과는 남아 있습니다. 밀어 올린 쪽과 붙잡아 두는 쪽이 다릅니다. 그래서 한번 올라간 혈당은 잘 내려오지 않고, 오르내림의 폭이 한 번 커지면 그다음이 이어집니다.

오래 높으면 받는 자리가 줄어듭니다

이 오르내림이 오래 되풀이되는 분들에게서 인슐린 저항성과 내당능 장애가 함께 관찰됩니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확실한 조각이 하나 있습니다. 인슐린이 오래 높게 유지되면 그것을 받는 자리 자체가 줄어듭니다. 사람 근육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모자라면 받는 자리를 늘리고, 넘치면 줄입니다. 몸은 늘 이렇게 형편에 맞춰 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신경 쪽에서 벌어지는 같은 일은 기운이 없다면서 왜 이렇게 예민할까요에 적어 두었습니다.

혈압도 같은 형태입니다

혈압이 오르는 것을 혈관이 굳은 탓으로만 보기 쉽습니다. 그런데 다른 쪽도 있습니다.

콩팥으로 가는 피가 줄면 몸은 혈압을 올려 그것을 메우려 합니다. 오래전부터 확인된 방식입니다. 뇌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연구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데, 이쪽은 아직 확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혈압을 「높아진 숫자」가 아니라 「어딘가를 지키려는 조정」으로 보게 만드는 관점입니다.

진료실에서는 폭을 봅니다

저는 수치 하나보다 오르내리는 폭과 속도를 봅니다. 언제 먹고 언제 힘들어지는지, 하루 중 어느 때가 다른지를 묻습니다.

같은 평균값이라도 완만하게 움직이는 몸과 급하게 오르내리는 몸은 다른 상태입니다. 제가 손대고 싶은 쪽은 값이 아니라 그 폭입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식은땀이 나면서 손이 떨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일이 되풀이되거나, 체중이 이유 없이 줄거나, 물을 유난히 많이 마시게 되었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드시던 약이 있다면 임의로 조절하지 마시고 처방하신 곳과 상의하십시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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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