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대사증후군 클리닉

덜 먹을 때 몸이 하는 일 — 저는 오래 회의적이었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간헐적 단식, 저한테도 괜찮을까요. 간헐적 단식에 저는 오래 회의적이었습니다. 혈당이 흔들리면 교감신경이 켜지는 것을 진료실에서 자주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포 쪽을 공부하면서 다른 층이 보였습니다. 두 이야기가 다른 층에 있었습니다.

"간헐적 단식, 해 보면 어떨까요?"

이 질문에 저는 오래 회의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는데,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적어 두려 합니다.

제가 회의적이었던 이유

저는 불안이나 자율신경 쪽 증상으로 오시는 분을 많이 봅니다. 그런 분들에게서 혈당이 흔들릴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자주 봅니다.

혈당이 내려가면 몸은 그것을 되돌리려 아드레날린 같은 신호를 냅니다. 그러면 가슴이 뛰고 손이 떨리고 잠이 얕아집니다. 이미 예민해져 있는 분에게 그 흔들림을 하나 더 얹는 일이 저에게는 조심스러웠습니다. (몸은 정확하게 맞추지 않습니다)

이 생각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다만 그것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세포 쪽에는 다른 층이 있었습니다

노화 쪽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세포에는 자기 안의 낡고 망가진 것을 스스로 치우는 장치가 있습니다. 오토파지라고 부릅니다.

이 청소는 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켜고 꺼집니다. 그리고 그 스위치를 잡고 있는 것이 세포 안의 에너지 사정입니다.

영양이 넉넉하면 mTOR라는 경로가 켜져 청소를 멈추게 합니다. 에너지가 모자라면 AMPK라는 경로가 켜져 청소를 시작하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 경로가 같은 단백질의 서로 다른 자리에 신호를 보내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세포는 잘 먹고 있을 때는 짓고, 부족할 때는 정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살아남는 스위치와 청소 스위치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가 제가 흥미롭게 본 대목입니다.

세포 안에는 살아남을지 스스로 정리될지를 가르는 조절 단백질이 있습니다. Bcl-2는 생존 쪽으로, Bax는 정리 쪽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그 Bcl-2가 오토파지도 함께 붙들고 있습니다. 청소를 시작하는 단백질인 베클린-1이 평소 Bcl-2에 묶여 있다가, 스트레스가 오면 그 결합이 풀리면서 청소가 시작됩니다.

살아남는 일과 치우는 일이 같은 단백질의 같은 자리를 나눠 쓰고 있습니다. 몸이 이 둘을 따로 다루지 않는다는 뜻으로 저는 읽습니다.

생쥐에서는 수명이 늘었습니다

2018년에 나온 연구가 있습니다. 생쥐에서 Bcl-2와 베클린-1의 결합만 약하게 만들어 청소가 조금 더 활발히 돌아가게 했더니, 수명이 늘고 신장과 심장의 노화성 변화가 줄었습니다.

유전자 하나를 건드려 청소만 올렸는데 수명이 달라진 것이라, 인과를 보여주는 근거로는 꽤 강합니다.

다만 생쥐입니다. 이 대목을 흐리지 않으려 합니다.

사람에서는 아직 잴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가 이 이야기에서 약한 자리입니다.

사람에게서 이 청소가 얼마나 돌아가는지를 재는 확립된 방법이 없습니다. 정확히 재려면 분해되는 단계를 잠시 막아야 하는데 사람에게는 할 수 없고, 같은 사람 안에서도 장기마다 다르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몇 시간 굶으면 청소가 켜진다"는 식의 숫자는 사람에게서 확인된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동물 실험에서 넘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는, 덜 먹는 방식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시간을 나누어 먹든 전체 양을 줄이든 결과가 비슷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지금 제 생각은

이 이야기는 가벼운 자극이 오히려 몸의 유지·복구 장치를 깨운다는 오래된 개념과 이어집니다. 다만 거기에는 늘 단서가 붙습니다. 가볍고 주기적일 때의 이야기이지, 심하거나 오래 끄는 것은 반대로 갑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덜 먹는 방식들 사이에 우열이 있다기보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가 답을 정합니다.

혈당을 낮추는 약을 드시는 분, 체중이 이미 적은 분, 임신이나 수유 중인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혈당이 실제로 크게 흔들리는 분에게는 저는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처음에 회의적이었던 그 이유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누구에게나 조심스럽다」에서 「누구에게 조심스러운가」로 좁혀졌을 뿐입니다. 저는 이것을 권하는 쪽이 아닙니다. 이미 하고 계시거나 하실 생각이신 분과 어떤 조건에서 하실지를 함께 보자는 쪽입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혈당을 조절하는 약을 드시고 계시다면 식사 시간을 바꾸기 전에 처방하신 곳과 먼저 상의하십시오. 굶는 동안 식은땀이 나고 손이 떨리고 정신이 아득해진 적이 있다면 그것도 알려 주십시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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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