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대사증후군 클리닉

기름진 음식만 먹으면 오른쪽 윗배가 묵직합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다른 건 괜찮은데 기름진 것을 먹은 날만 오른쪽 윗배가 묵직한 경우가 있습니다. 기름진 것이 들어오면 쓸개가 담즙을 짜내야 하고, 그 길이 오른쪽 윗배를 지납니다.

"다른 건 다 괜찮아요. 그런데 고기 구워 먹은 날이나 튀김 먹은 날만 오른쪽 윗배가 묵직하고 오래 갑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한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시면서 한 마디를 더 붙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요새 등이 자꾸 뻐근한데… 그건 상관없는 거죠?"

두 가지를 따로 가지고 오신 것입니다. 배는 배고 등은 등이라고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래 이야기보다 이쪽이 앞섭니다.

먼저 확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기름진 음식 뒤에 오른쪽 윗배가 아픈 것은 흔한 일이지만, 그 안에는 시간을 다투는 경우가 섞여 있습니다. 이 글이 그 순서를 늦추면 안 되므로 앞쪽에 적습니다.

다음 중 하나라도 있으시면, 한의원이 아니라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 열이 나거나 오한이 드는 것. 미열이라도 그렇습니다
  • 통증이 몇 시간 이어지는 것. 잠깐 묵직한 것과 다릅니다
  • 눈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되는 것
  • 소변이 홍차처럼 진해지고, 대변 색이 도리어 옅어지는 것
  • 구역질과 토가 멎지 않는 것
  • 의도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줄어드는 것
  • 기름진 대변이 계속되는 것

특히 열 · 오른쪽 윗배 통증 · 눈이 노래지는 것, 이 셋이 함께 오는 것은 지체하면 안 되는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는 이 글을 덮고 바로 병원으로 가십시오.

위험한 것을 가려내는 일은 검사만 할 수 있습니다. 그 순서를 건너뛰는 글을 쓰지 않겠습니다.

아래는 그 검사에서 위험한 것이 없다고 확인된 뒤에도 불편이 남는 분들께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왜 다른 음식은 괜찮고 기름진 것만 유독한가

밥이나 국수를 드실 때와 삼겹살·튀김·치즈·크림 든 것을 드실 때, 몸 안에서 일하는 곳이 다릅니다.

기름은 물에 섞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름진 것이 소화되려면 먼저 그것을 잘게 흩어 놓는 물질이 있어야 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 담즙입니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쓸개에 모여 있다가, 기름이 창자에 닿는 순간 신호를 받고 짜여 나옵니다.

그리고 그 담즙이 창자로 내려가는 길이 오른쪽 윗배를 지납니다.

여기까지 오면 앞의 말씀이 달리 들립니다.

"다른 건 괜찮은데 기름진 것만 그렇다"는 것은 막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음식 종류가 자리를 좁혀 주는 이야기입니다. 밥 한 그릇은 이 길을 크게 부르지 않고, 기름진 한 끼는 이 길에 일을 몰아 줍니다. 그 길에 사정이 있는 분은 기름진 날에만 표가 납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서 "어떤 음식에서 특히 그러십니까"를 꼭 여쭙습니다. 전부 불편하신 것과 기름진 것에서만 불편하신 것은 같은 「소화불량」이 아닙니다.

화장실에서 이미 보고 계셨을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면 그제야 꺼내시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변이 좀 이상해요. 기름이 뜬 것 같고, 물에 떠서 잘 안 내려가요."

담즙이 제 몫만큼 나오지 못하면, 먹은 기름이 흡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내려갑니다. 그러면 대변이 묽고 부피가 크고 색이 옅어지며, 냄새가 심하고, 물에 떠서 여러 번 내려야 하는 모양이 됩니다.

이것은 지저분해서 말씀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소화의 어느 단계가 비어 있는지를 알려 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습니다.

색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변이 우리가 아는 그 색을 띠는 것은, 담즙에 실려 내려온 물질이 장 안에서 바뀌면서 색을 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대변 색은 담즙이 제 길로 내려왔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대변 색이 도리어 옅어지는 것」을 먼저 확인할 신호로 적어 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거꾸로도 그렇습니다. 밥은 하얗지만 밥을 먹었다고 대변이 하얗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시금치를 아무리 많이 드셔도 대변이 파랗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먹은 것의 색이 그대로 나온다면, 그것은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그 색을 만드는 쪽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변 색이 좋지 않다고 하시면 "무엇을 드시고 어떤 색이 되었습니까"를 늘 여쭙습니다. 「안 좋아요」 한 마디로는 알 수 없고, 무엇 뒤에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있어야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만 앞에서 적었듯, 이 모양이 계속된다면 그 자체가 검사가 앞서는 신호입니다. 담즙 쪽 사정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같은 모양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등 이야기입니다

처음의 그 한 마디로 돌아갑니다.

"등이 자꾸 뻐근한데, 그건 상관없는 거죠?"

상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담즙이 지나는 길과, 췌장에서 나온 소화액이 나가는 길은 배 앞쪽이 아니라 몸 깊은 곳, 등에 가까운 자리를 지납니다. 그래서 이 길에서 생긴 불편은 배 앞에서만 느껴지지 않고 등이나 오른쪽 날개뼈 쪽으로 옮겨 앉는 양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를 눌러 봐도 그 자리가 아닌데 등이 결린다고 하시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오래된 윗배 통증이나 등 통증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위내시경도 했고 다 정상이라고 들으셨습니다. 그런 분들 중에, 그 길 자체가 좁아지거나 눌리거나 주변 조직과 들러붙어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길이 막힌 정도가 아니라 길이 편하지 않은 정도여서, 이름 붙는 병으로는 잡히지 않는 자리입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병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쪽에 문제가 생기기 쉬운 사람」으로 놓고 봅니다. 지금 무엇이 망가졌는지를 찾는 일과, 이 사람이 어느 쪽으로 잘 기우는지를 보는 일은 다른 일입니다.

그래서 "윗배가 아프다"와 "등이 결린다"를 두 개의 증상으로 적지 않습니다. 한 사람 안에서 같은 길을 두고 나온 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한 뼘 안에서도 자리가 나뉩니다

「소화가 안 된다」는 한 마디로 오시지만, 명치 한가운데 이야기일 때와 오른쪽 윗배 이야기일 때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명치 쪽 이야기 — 먹으면 명치가 막히고 가슴까지 답답해지는 것 — 는 따로 적어 두었으니 여기서는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소화가 안 되는데 가슴이 답답합니다

이 글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 뼘 오른쪽입니다. 같은 배인데, 무엇을 드셨을 때 표가 나는지, 화장실에서 무엇을 보셨는지, 등이 언제 결리는지 — 이 셋이 자리를 갈라 줍니다.

제가 듣는 순서

저는 이런 분께 「소화불량」이라는 한 낱말을 붙이고 끝내지 않습니다.

무엇을 드셨을 때 그러신지를 여쭙고, 화장실에서 무엇을 보셨는지(모양과 색을 함께) 여쭙고, 등이 언제 어떻게 결리는지를 여쭙습니다.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진료과로 가져가야 할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저에게는 같은 길을 세 방향에서 말씀하고 계신 것으로 들립니다.

그리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확인이 앞서야 한다는 것은, 몇 번을 말씀드려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름진 것을 먹은 날만 유독 오래 가는 것, 대변이 물에 떠서 잘 내려가지 않는 것, 등이 까닭 없이 결리는 것.

세 가지를 따로 가지고 오십니다. 한 길에서 나온 세 마디일 수 있습니다.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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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