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자율신경 클리닉

코는 원래 한쪽씩 번갈아 씁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코가 막힌다는 것은 콧물이 길을 막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코 안쪽 벽이 두꺼워졌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 두께는 벽 속 혈관에 든 피의 양으로 정해지고, 몸은 그 양을 좌우 번갈아 바꾸며 하루를 보냅니다.

"자려고 누우면 아래쪽 코가 막힙니다. 돌아누우면 이번엔 반대쪽이 막힙니다."

밤마다 겪는 일이라고 하십니다. 코를 풀어도 나오는 것이 없는데 막혀 있고, 몇 시간 지나면 막힌 쪽이 바뀌어 있습니다.

풀 것이 없는데 막혀 있다면, 막고 있는 것은 콧물이 아닙니다.

막고 있는 것은 코 안의 벽입니다

코 안은 생각보다 훨씬 좁습니다. 두 콧구멍 안쪽에서 공기가 지나는 길은 관이라기보다 좁은 틈에 가깝습니다.

그 틈의 양옆이 코 안의 벽입니다. 이 벽은 두께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벽 속에 피가 차면 벽이 두꺼워지고, 피가 빠지면 얇아집니다. 그 틈이 사라지는 데는 몇 밀리미터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코를 풀어도 그대로인 막힘이 있습니다. 밖으로 나올 것이 아니라 벽 안에 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 안에 피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겨울에 찬 공기를 들이마셔도 그 공기가 목에 닿을 때는 이미 몸의 온도에 가깝고 축축합니다. 코를 지나는 짧은 사이에 데워지고 적셔진 것입니다.

그 일을 하려면 표면 바로 밑으로 따뜻한 피가 넉넉히 흘러야 합니다. 그래서 코 안의 벽은 얇은 혈관이 촘촘히 들어찬, 스펀지에 가까운 조직으로 되어 있습니다.

부풀 수 있게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코가 막히는 일은 원래 있던 장치가 한쪽으로 오래 가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두 콧구멍은 번갈아 일합니다

몸은 양쪽을 동시에 같은 정도로 쓰지 않습니다. 한쪽 벽을 부풀려 그쪽을 쉬게 하고, 숨은 주로 반대쪽으로 보냅니다. 짧으면 삼십 분, 길면 여섯 시간쯤 지나 자리를 바꿉니다. 마르고 헐기 쉬운 자리에 번갈아 쉴 틈을 주는 셈입니다.

평소에 이것을 못 느끼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한쪽이 좁아지는 동안 반대쪽은 넓어져서, 숨은 트인 쪽으로 지나갑니다. 안에서는 계속 바뀌고 있는데 밖에서는 표가 안 납니다.

그런데 코 안이 이미 조금 부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바탕에 얹힌 부기 위로 번갈아 오는 부기가 겹치면, 좁아지는 차례가 올 때마다 그쪽이 아예 막히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한쪽씩 번갈아 막힌다고 느끼시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새로 생긴 증상 하나가 아니라, 원래 있던 일과 새로 얹힌 일이 함께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자세와 때와 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옆으로 누우면 아래쪽 코가 더 막힙니다. 누우면 양쪽 다 조금씩 더 막힙니다. 서 있을 때보다 머리 쪽에서 피가 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계단을 몇 층 오르고 나면 잠깐 뚫립니다. 찬 바람을 맞으면 코가 막히면서 맑은 것이 흐릅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는 조절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낮에는 견딜 만하다가 저녁부터 심해지는 것도 여기서 나옵니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벽이 조여져 있고, 그 조임이 물러나는 때에 눕는 일까지 겹칩니다.

여름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더운 바깥과 냉방 안을 하루에도 여러 번 오가는 이야기는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뚫어 주는 약을 오래 쓰면

코에 뿌려서 바로 뚫리는 약이 있습니다. 벽 속 혈관을 조여 부기를 빼는 쪽입니다. 급할 때 짧게 쓰는 것과, 몇 주에 걸쳐 매일 쓰는 것은 몸에서 다른 일이 됩니다.

같은 자극이 되풀이되면 그 자극은 점점 덜 먹힙니다. 같은 양으로 덜 조여지고, 약 기운이 빠지는 사이에는 전보다 더 벌어집니다. 그래서 더 자주 뿌리게 되고, 자주 뿌릴수록 그 사이가 더 답답해집니다.

이 고리는 코가 나빠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조이는 일을 오래 밖에서 대신해 준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코가 막힌다고 오실 때 쓰고 계신 것이 있으면 함께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까지 넣어야 지금 코가 왜 이런 상태인지가 설명됩니다.

한 사람의 코에 여러 자리가 함께 걸려 있습니다

어느 쪽이냐를 고르는 물음이 아닙니다.

닿기만 해도 곧바로 부어오르는 예민함이 얹혀 있을 때도 있고, 부기를 넣고 빼는 조절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을 때도 있고, 코 한가운데를 지나는 벽이 원래 기울어 있어 한쪽이 늘 좁을 때도 있습니다. 오래 써 온 것이 그 위에 더 얹혀 있기도 합니다.

한 사람에게 이 중 둘이나 셋이 같이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 하나를 지목해 이름을 붙이는 일보다, 지금 이 사람에게서 어느 몫이 크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코 옆 뼛속에 있는 빈 방의 사정은 또 다릅니다. 그쪽은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코만 보고 끝나지 않습니다

코 이야기를 하러 오셔도 입 안쪽까지 함께 봅니다.

코와 입과 목은 앞에서만 나뉘어 있고 뒤에서는 이어져 있습니다. 코 쪽이 오래 막혀 있으면 그 뒤쪽 사정도 함께 달라져 있습니다.

이비인후과 진료가 먼저인 경우

오래도록 한쪽만 막혀 있으면서 코를 풀 때 피가 섞여 나오는 일이 이어진다면, 부딪히거나 다친 뒤로 한쪽이 막힌 채라면, 냄새를 못 맡는 상태가 오래간다면 — 이 이야기보다 진료가 앞섭니다. 아이가 잘 때 숨이 자꾸 걸리고 멎는 것처럼 보일 때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돌아눕는 사이에 막힌 쪽이 바뀌었다면, 그 코는 굳어서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넣고 빼기를 되풀이하고 있는 중입니다.

"막혔다"는 한마디 안에는 여러 층이 겹쳐 있습니다. 그 층들은 서로 다른 때에, 서로 다른 만큼 움직입니다. 어느 하나만 눌러서는 나머지가 그대로 남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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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