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재면 다 정상입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아플까〉 · 17편 중 3번째
짧은 답
검사는 한 번에 한 가지를 잽니다. 그래야 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몸은 한 가지씩 치우치지 않습니다. 여러 쪽이 조금씩 같은 방향으로 쏠리면, 하나씩 재는 자리에서는 전부 정상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30초로 보기 검사는 정상인데 왜 계속 불편할까요? | 《검사 밖의 몸》 검사지를 들고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나하나는 다 정상이라는데 몸은 계속 무겁다고요.
저는 그 말씀을 모순으로 듣지 않습니다. 하나씩 재면 정상인 것과, 몸이 편한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많은 검사는 한 번에 한 가지를 잽니다
그 검사들은 한 가지를 떼어 내어 잽니다. 그래야 잴 수 있습니다. 피의 어떤 성분이 얼마인지, 어느 자리가 얼마나 두꺼운지. 떼어 내지 않으면 숫자가 안 나옵니다.
그리고 그 숫자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가르는 선이 있습니다. 그 선은 대개 건강한 사람들을 모아 재어 본 뒤, 그 가운데 대부분이 들어오는 폭으로 정합니다. 이것을 기준 범위라고 부릅니다.
이 방식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를 정확히 재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몸은 한 가지씩 치우치지 않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보는 것은 대개 이렇습니다. 어느 하나가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쪽이 조금씩 같은 방향으로 쏠려 있습니다.
물의 사정이 조금 마르고, 순환이 조금 느려지고, 근육의 긴장이 조금 올라가 있고, 잠이 조금 얕아져 있습니다. 하나씩 보면 어느 것도 선을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서로 남남이 아닙니다. 하나가 치우치면 나머지가 그쪽으로 조금씩 따라갑니다.
하나만 떼어 놓고 보면 오히려 엉뚱해 보입니다. 잠이 조금 얕은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넷과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보는 방식은 이미 의학 안에 있습니다
이건 제가 새로 지어낸 관점이 아닙니다.
허리둘레, 혈압, 혈당, 중성지방, 좋은 콜레스테롤 — 이 다섯 가지를 묶어서 보고 대사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항목의 기준선이 그 병 하나하나를 진단하는 선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혈압만 놓고 보면 고혈압이라 부르지 않을 값이고, 혈당만 놓고 보면 당뇨라 부르지 않을 값입니다. 그런데 그런 값이 여럿 모이면 따로 이름을 붙여 관리합니다.
의학이 이미 "각각은 정상인데 모이면 다르다"를 제도로 인정하고 있는 자리입니다. 저는 그 방식을 다섯 가지 항목 바깥으로도 넓혀서 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을 보는가
제가 보는 자리는 조금 다릅니다. 어느 하나가 선을 넘었는지가 아니라, 어느 쪽으로 함께 몰려 있는지를 봅니다.
같은 방향으로 기운 것이 여럿이면, 그 방향을 되돌리는 쪽으로 손을 씁니다. 하나를 크게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리를 조금씩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검사는 그때의 몸을 봅니다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혈당이 경계 수치일 때 흔들림부터 보는 것도 같은 생각입니다. 숫자가 선을 넘었는지보다,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다만 "하나씩은 정상"이라는 말이 검사를 안 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체중이 저절로 줄거나, 열이 오래가거나, 없던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오래 가는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검사에서도 드러납니다.
검사지 한 장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여기까지 끌고 왔습니다.
한의학이 오래 해 온 일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한 항목을 재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어느 쪽이 우세한지를 보는 일. 맥을 보고 배를 만지고 혀를 보는 것은 값을 재려는 것이 아니라 그 쏠림을 읽으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방식이 검사와 겨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검사는 한 자리를 정확히 재고, 진찰은 여러 자리의 방향을 봅니다. 보는 것이 다르니 함께 쓰면 됩니다.
숫자가 선을 넘기 전에 방향이 먼저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자리를 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