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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수치보다 먼저 옵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아플까〉 · 17편 중 15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검사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선을 넘어야 잡습니다. 몸의 여유(예비력)가 얇아지는 것은 대개 그 선을 넘기 한참 전이고, 몸은 그것을 가장 먼저 피로로 알려 옵니다.

"요즘 너무 피곤하다"며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큰 병일까 걱정되어 검사를 받아 보면 대개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럼 왜 이렇게 피곤하냐"는 물음만 남습니다.

저는 이럴 때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피로는 대개 수치보다 먼저 옵니다.

몸에는 '여유분'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필요한 것보다 늘 조금 넉넉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심장도, 신장도, 근육도, 평소 쓰는 것보다 더 낼 수 있는 힘을 남겨 둡니다. 이 남겨 둔 힘을 예비력이라고 부릅니다. 갑자기 계단을 뛰어오르거나 밤을 새워도 몸이 버티는 것은 이 여유분 덕입니다.

건강할 때는 이 예비력이 두둑합니다. 그래서 웬만한 무리에도 표가 안 납니다. 그런데 여러 곳에서 조금씩 이 여유가 깎이기 시작하면 — 잠이 얕고, 소화가 더디고, 잔불 같은 염증이 낮게 타고, 순환이 조금 정체되면 — 몸은 아직 '병'은 아니지만 여유가 얇아진 상태가 됩니다.

검사는 선을 넘어야 잡고, 피로는 그 전에 옵니다

검사에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선이 있습니다. 어떤 값이 그 선을 넘어야 "이상"으로 잡힙니다. 그런데 예비력이 깎이는 것은 대개 그 선을 넘기 한참 전의 일입니다. 각 수치는 아직 정상 범위 안에 있고, 다만 여유만 얇아져 있습니다.

몸은 여유가 줄어서 언제든 부족할 수 있다는 상황을 가장 먼저 피로로 알려 옵니다. 예비력이 줄면 같은 일을 해도 더 힘들고, 회복도 더딥니다. 그러니 피로는 게으름이나 나약함이 아니라, 아직 수치에 안 잡힌 여유의 감소를 몸이 먼저 보고하는 신호입니다. 검사가 정상인데 피곤한 것이 모순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유분이 줄어드는 동안과, 검사가 잡기 시작하는 선

피곤할 때가 살펴야 할 때입니다

흔히 피곤은 좀 쉬면 낫는 것으로 여기고 넘깁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여유가 얇아진 그때가, 평소 넉넉함에 가려 안 보이던 쏠림이 드러나는 때입니다. 예비력이 두둑할 때는 어느 한쪽이 조금 치우쳐도 표가 안 나지만, 여유가 줄면 그 치우침이 피로로 먼저 나타납니다.

그래서 저는 피곤하다는 말을 "쉬면 될 일"로만 두지 않고, 어디의 여유가 깎이고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잠인지, 소화인지, 순환인지. 피로는 그 자리를 가리키는 이른 이정표일 때가 많습니다.

다만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가 오래 이어지거나, 체중이 까닭 없이 줄거나, 열·식은땀·통증이 함께 온다면 — 그것은 이 이야기와 다릅니다. 원인을 찾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검사가 정상이라는 말은 "선을 넘은 이상은 없다"는 뜻이지, "여유가 넉넉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늘 피곤한데 검사는 괜찮다면, 그것은 엄살이 아니라 아직 수치에 안 잡힌 여유가 얇아지고 있다는, 몸의 가장 이른 보고서일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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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