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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은 뼈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약이 몸에서 하는 일〉 · 10편 중 9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칼슘 하면 뼈를 떠올리시지만, 세포가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쓰는 신호가 칼슘입니다. 문이 열려 칼슘이 들어오면 그 세포가 원래 하던 일이 켜집니다. 그래서 같은 문이 열려도 세포마다 벌어지는 일이 다릅니다.

"칼슘 챙겨 드세요."

뼈 때문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이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칼슘이 몸에서 하는 일 가운데 뼈는 저장고 쪽에 가깝고, 정작 중요한 일은 다른 데서 벌어집니다.

세포는 칼슘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세포가 무엇인가를 하려면 신호가 있어야 합니다. 그 신호로 널리 쓰이는 것이 칼슘 이온입니다.

평소 세포는 안쪽의 칼슘을 아주 낮게 유지해 둡니다. 바깥보다 만 배 넘게 낮습니다. 그래서 문이 조금만 열려도 안쪽 농도가 확 올라갑니다. 그 순간이 신호입니다.

세포막에는 이 문이 여럿 있습니다. 어떤 것은 전압이 바뀌면 열리고, 어떤 것은 특정 물질이 와서 붙으면 열리고, 어떤 것은 눌리거나 당겨지면 열립니다. (미는 힘이 세포에 말을 거는 자리)

문이 열리면 그 세포가 하던 일이 켜집니다

여기가 제가 중요하게 보는 대목입니다.

칼슘이 들어온다고 모든 세포가 같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 세포가 원래 맡고 있던 일이 켜집니다.

  • 신경세포에서는 신호를 다음으로 넘기는 일이 일어납니다
  • 면역세포에서는 방어하고 삼키는 일이 켜집니다
  • 분비하는 세포에서는 호르몬이나 소화액이 나갑니다
  • 근육에서는 조이거나 푸는 일이 벌어집니다

같은 문이 열려도 벌어지는 일이 자리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성분이 특정 채널을 연다는 것을 알아도, 그것만으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세포에서 열렸느냐가 결과를 정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작용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약재를 설명할 때 "이 약은 혈관에 작용합니다" 같은 말을 흔히 씁니다. 편하지만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생강의 매운 성분이 여는 문은 고추의 매운 성분이 붙는 것과 같은 채널입니다. TRPV1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채널은 혈관에만 있지 않습니다. 감각신경 끝에도 있고, 소화관 점막에도 있고, 면역세포에도 있습니다. 한 성분이 여러 자리에서 각각 다른 일을 켭니다.

그러니 대표 작용 하나로 적어 놓은 설명은 요약이지 전부가 아닙니다. 실제로는 여러 곳에서 벌어진 일이 묶여 하나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산성으로 기울면 문이 달라집니다

한 가지가 더 겹칩니다. 이온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움직입니다.

염증이 있는 자리는 산성 쪽으로 기웁니다. 수소이온이 늘어난다는 뜻인데, 이 수소이온 자체가 어떤 채널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같은 자극이라도 그 자리가 산성으로 기울어 있으면 더 크게 반응합니다.

아픈 자리가 유난히 예민한 데는 신경 쪽만이 아니라 이런 이유도 겹칩니다. 그 자리의 환경이 문턱을 낮춰 놓은 것입니다.

많으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칼슘이 신호라는 말은 적절할 때 잠깐 들어왔다 나가야 신호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포 안에 칼슘이 오래 높게 머물면 신호가 아니라 부담이 됩니다. 그 상태가 이어지면 세포는 에너지를 만드는 기능부터 흔들리고, 심하면 스스로 정리되는 쪽으로 갑니다. 허혈이 오래된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렇습니다. (저렸다 풀릴 때가 더 아픕니다)

그래서 몸이 신경 쓰는 것은 총량보다 여닫는 조절입니다. 혈액 검사의 칼슘 수치가 정상이어도 세포 안팎의 사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온을 보는 자리

저는 이온을 영양소보다 스위치 쪽으로 봅니다. 부족한 것을 채워 넣는 문제로만 보면 놓치는 자리가 많습니다.

무엇이 그 문을 여닫고 있는지, 그 자리의 환경이 문턱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봅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손볼 자리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손발이 저리면서 근육이 굳거나, 의식이 흐려지거나, 심하게 어지럽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드시고 계신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알려 주십시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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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