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읽는 데 약 3분 최종 수정

저렸다 풀릴 때가 더 아픕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다리를 꼬고 있다 펴면 저리고, 자고 일어나 눌렸던 팔이 저릿합니다. 눌려 있는 동안보다 풀릴 때가 더 아픈 데는 이유가 있고, 저는 오래된 통증에서도 같은 결을 봅니다.

다리를 오래 꼬고 있다 펴면 저릿합니다. 자다가 팔을 베고 누웠다 일어나면 한동안 남의 팔 같습니다. 쭈그려 앉아 일하다 일어설 때도 그렇습니다.

이때 대부분 이렇게 느끼십니다. 눌려 있는 동안보다 풀릴 때가 더 아프다.

흔한 일이라 그냥 넘기지만, 저는 이 감각을 진료실에서 자주 떠올립니다. 오래된 통증에도 같은 결이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올 때 따로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피가 덜 가던 자리는 그동안 아껴 쓰고 있습니다. 산소가 적은 상태에서 에너지를 만들다 보면 그 자리의 산도가 기울고, 신경 말단은 그 기울어진 환경에 예민해집니다.

그러다 다시 피가 통하면 산소가 한꺼번에 들어옵니다. 그러면 회복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치워야 할 것도 함께 생깁니다. 피가 멈췄다 다시 통할 때 벌어지는 이 일에는 허혈–재관류 손상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심장 치료에서는 이 대목이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막힌 혈관을 다시 여는 처치가 표준 치료이고 그게 사람을 살리지만, 열린 직후의 얼마 동안은 따로 관리해야 할 국면으로 봅니다.

여기서 결론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되돌리는 일을 미루자는 뜻이 아닙니다. 되돌리되, 돌아올 때 생기는 일까지 같이 본다는 뜻입니다.

멈춰 있던 3시간이 한 일

진료실에서 만나는 일은 그런 큰 사건이 아닙니다. 훨씬 약한 일이 오래 반복되는 쪽입니다.

3시간을 앉아 있게 하고 다리 혈관의 반응을 잰 연구가 있습니다. 가만히 둔 다리는 혈관이 넓어지는 능력이 4.5%에서 1.6%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의 반대쪽 다리에 발을 까딱거리게 했더니 그쪽은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앉아 있는 3시간이 문제였다기보다, 그 3시간 동안 흐름이 멈춰 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혈관 안쪽 면은 흐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횟수가 쌓입니다

한 자세로 눌려 있던 자리, 굳어서 피가 덜 드나들던 자리, 부어서 압력이 올라간 자리. 이런 곳은 하루에도 여러 번 조금씩 굶었다가 조금씩 돌아오기를 되풀이합니다. 한 번의 크기는 작지만 횟수가 쌓입니다.

오래된 통증이 있는 자리가 유난히 예민한 데는 이것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그 자리는 이미 여러 번 굶었다 돌아온 자리입니다. (공급만으로는 낫지 않습니다)

한 번에 세게 풀지 않습니다

오래 굳은 자리를 한 번에 세게 풀지 않습니다.

세게 풀면 그 순간은 시원합니다. 다만 굳어 있던 범위가 넓을수록 풀린 자리와 아직 굳은 자리 사이에 경계가 생깁니다. 다음 날 오히려 더 무겁고 더 붓는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그런 자리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범위를 나눠 여러 번에 걸쳐 풉니다.

한약을 쓸 때도 한쪽만 손대지 않습니다. 좁아진 자리로 피를 들여보내는 쪽으로 읽히는 약재가 있고(계지, 건강), 들어온 것이 고이지 않고 빠져나가도록 돕는 쪽으로 읽히는 약재가 있습니다(황기, 백출). 밀어 넣기만 하면 고입니다. 나가는 길을 함께 열어야 합니다.

들어가는 힘과 나가는 힘, 그리고 그것이 닿는 시각이 각각 다릅니다. 한 가지 약이 한 가지 일만 맡지 않습니다. 여러 손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미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럴 때는 병원부터

한쪽 다리나 팔이 갑자기 붓고 아프거나, 색이 변하거나, 저림이 풀리지 않고 감각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때는 시간이 중요하니 먼저 확인을 받으셔야 합니다.


풀릴 때 아픈 것은 잘못되어 가는 신호만은 아닙니다. 다만 그 순간이 몸에서 따로 다뤄야 할 국면인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굳은 것을 풀 때 서두르지 않습니다. 되돌리는 일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고르게 되돌리려는 것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진료가 필요하신 경우

이 글이 자기 얘기 같으셨습니까?

진료 시간을 바로 고르시거나, 오시기 전에 여쭙고 싶은 것을 먼저 보내실 수 있습니다.

이 글과 관련된 진료 안내 — 만성통증 클리닉 →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