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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호흡이 심장을 조율합니다

〈숨 쉬는 동안 벌어지는 일〉 · 10편 중 10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건강한 심장은 시계처럼 똑같은 간격으로 뛰지 않습니다. 들이쉴 때 조금 빨라지고 내쉴 때 조금 느려집니다. 이 흔들림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 정리했습니다.

지금 한 번 해 보셔도 됩니다. 한 손으로 반대쪽 손목의 맥을 짚고, 숨을 평소보다 조금 길게 들이쉬었다 내쉬어 보십시오. 들이쉬는 동안 맥이 조금 빨라지고, 내쉬는 동안 조금 느려지는 것이 손끝에 잡힙니다.

건강한 심장은 시계처럼 똑같은 간격으로 뛰지 않습니다. 숨에 맞춰 이렇게 흔들립니다.

이 오르내림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호흡성 동성부정맥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에 부정맥이 들어가 있지만 고장이 아니라 정상이고, 오히려 이 흔들림이 잘 살아 있는 쪽이 건강한 심장입니다.

날숨에 켜지고 들숨에 꺼지는 신경

이 오르내림을 만드는 것은 심장에 닿아 있는 미주신경입니다. 이 신경이 켜지면 심장은 느려집니다.

숨을 내쉬는 동안 이 신경이 켜지고, 들이쉬는 동안 잠시 꺼집니다. 그래서 들숨에 심장이 조금 빨라지고 날숨에 느려집니다. 숨을 길게 내쉬면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드는 것도 기분 탓만은 아닙니다. 내쉬는 동안 실제로 심장이 느려집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대동맥과 목동맥에는 혈압을 순간순간 재는 감지기가 붙어 있습니다. 이것을 압력수용기라고 합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안 압력이 달라지고 심장으로 돌아오는 피의 양이 달라지니, 이 감지기도 호흡에 맞춰 신호를 바꿔 보냅니다. 심장은 그 신호를 받아 박자를 미세하게 고칩니다.

숨의 곡선과, 그 아래 심장 박동의 간격

조율은 한쪽이 지휘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숨이 심장을 이끄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반대 방향도 확인되었습니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혈관에 압력 파동이 생깁니다. 날숨이 끝나갈 무렵 이 파동이 압력수용기를 건드리면, 그 신호가 숨을 쉬게 하는 뇌줄기 쪽에 닿아 다음 들숨이 시작되는 시점을 조금 늦춥니다. 사람에게서 마지막 심장 박동과 다음 들숨 사이에 0.2초 남짓의 일정한 간격이 관찰됩니다.

그러니까 숨이 심장의 박자를 흔들고, 심장이 다시 숨의 시작을 늦춥니다. 한쪽이 지휘하고 다른 쪽이 따라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관계입니다. 제가 조율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검사는 둘을 따로 잽니다

"심장도 괜찮고 폐도 깨끗하다는데요."

심전도를 찍고 가슴 사진까지 찍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씀을 듣고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도 가끔 두근거리고, 숨이 끝까지 안 들어오는 느낌이 있고, 그런 날은 유난히 피곤합니다.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 신호를 봅니다. 폐기능 검사는 폐가 얼마나 들이고 내보내는지를 봅니다. 두 검사 모두 각각의 부품을 정확하게 잽니다. 다만 이 둘 사이의 물림이 얼마나 매끄러운지는 어느 표에도 적히지 않습니다.

심장은 심장대로 정상이고 폐는 폐대로 정상인데, 두 기관이 맞물리는 방식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장이 정상인데도 두근거림이 남는 몸을 앞에서 따로 다룬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보는 것

그래서 저는 맥을 짚을 때 빠르고 느린 것만 보지 않습니다. 숨을 들이쉴 때와 내쉴 때 맥이 달라지는지, 그 차이가 살아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그리고 말씀하시는 동안의 숨을 봅니다. 문장이 길어질 때 어디서 숨이 끊기는지, 눕고 앉을 때가 다른지, 계단 몇 층에서 호흡이 흐트러지는지. 이런 것들은 검사실에서 잠깐 재는 것으로는 잘 잡히지 않습니다.

가슴을 쥐어짜듯 아프거나 잠깐이라도 정신을 잃은 적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때는 조율보다 부품 쪽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한약이 이 사이에 닿는 방식

한약을 쓸 때도 저는 심장을 느리게 하는 쪽이나 숨을 깊게 하는 쪽을 따로 겨누지 않습니다. 두 기관이 맞물리는 조건 — 가슴 안이 눌려 있는지, 긴장이 오래 켜져 있는지, 잠이 짧아 회복이 밀렸는지 — 쪽에 손을 댑니다. 조율이 흔들린 몸에서는 한 곳을 세게 누르는 것보다 이 편이 낫습니다.


숨과 심장은 각각 셀 수 있는 리듬을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에서는 그 둘이 서로의 박자를 고쳐 가며 함께 돕니다.

검사지에는 두 리듬이 각각 정상이라고 적힙니다. 그 사이가 어떤지는 적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두 장의 정상 결과를 받고도 몸이 이상하다고 느끼셨다면, 그 감각이 틀린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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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