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칼럼 최종 수정

허리가 아픈데 발을 봅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몸은 자기가 어떤 자세인지를 감각으로 알아냅니다. 서 있을 때 그 정보가 크게 기대는 곳이 발바닥과 발목입니다. 정보가 흐려지면 균형을 맞추는 계산이 흔들리고, 그 부담은 대개 다른 곳에서 느껴집니다.

"허리가 아프다는데 왜 발을 보세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말씀입니다. 아픈 곳은 허리인데 제가 발목을 잡고 움직여 보고 있으니 이상하실 만합니다.

설명해 드리면 대개 납득하십니다. 몸이 자세를 잡는 방식이 생각보다 계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몸은 자기 자세를 감각으로 알아냅니다

눈을 감고 서 있어도 우리는 자기가 서 있다는 것을 압니다. 팔이 어디쯤 있는지도 보지 않고 압니다.

근육과 힘줄과 관절 안에는 자기 길이와 장력과 각도를 재는 감각기가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올라오는 정보를 고유수용감각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발바닥 피부가 바닥을 누르는 압력 정보가 더해집니다.

뇌는 이 정보를 모아 지금 몸이 어떤 모양인지 계산하고, 그 계산에 맞춰 어느 근육을 얼마나 쓸지 정합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쉬지 않고 돌아가는 일입니다.

정보가 흐려지면 계산이 흔들립니다

이건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푹신한 폼 위에 서게 하면 발바닥이 받는 압력 정보가 뭉개집니다. 그러면 몸의 흔들림이 곧바로 커집니다. 근육이 약해진 것도 아니고 관절이 상한 것도 아닌데, 정보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만으로 균형이 나빠집니다.

서 있을 때 발바닥은 몸이 바닥과 닿는 면이어서, 여기서 올라오는 정보의 몫이 큽니다.

발목을 한번 다치면 그 감각이 남아서 떨어져 있습니다

발목을 접질린 적 있는 분이 많습니다. 대개 며칠 아프다 말았다고 기억하십니다.

그런데 여러 연구를 모아 본 자료에서는, 발목이 반복해서 불안정한 분들의 그 발목 위치 감각 자체가 실제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붓기가 빠지고 걷는 데 지장이 없어져도 감각 쪽은 그대로 회복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발목을 다친 뒤에는 그보다 위쪽 근육을 쓰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같은 동작을 하는데 동원되는 순서와 정도가 전과 같지 않습니다. 감각이 어긋난 채로 몸이 자세를 다시 짜는 것입니다.

몸은 그물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근육을 싸고 있는 막은 근육마다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발바닥에서 종아리 뒤를 타고 등을 지나 머리까지 이어지는 줄기가 있습니다.

그물의 한 귀퉁이를 당기면 반대쪽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한 곳에서 시작된 장력이 먼 곳에서 느껴지는 일이 생깁니다. 이걸 뼈와 지렛대로만 그리면 설명이 잘 안 됩니다. 뼈는 그물 안에서 버티는 기둥에 가깝고, 실제로 모양을 잡는 것은 그 사이에 걸린 장력입니다.

몸을 이렇게 보는 틀을 텐세그리티라고 부릅니다. 당기는 힘과 버티는 힘이 균형을 이뤄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저는 이것을 확정된 지도가 아니라 볼 수 있게 해 주는 그림으로 씁니다. 다만 이 그림으로 보면 설명되는 일이 진료실에 실제로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것

저는 아픈 자리를 먼저 만져 보고, 그다음에 그 자리가 왜 그 일을 떠맡게 됐는지를 봅니다.

한쪽 발로 서 보게 하고, 발목이 어느 방향으로 잘 흔들리는지 보고, 발바닥에서 먼저 닿는 자리가 어디인지 봅니다. 그러고 나서 정보가 어긋나 있는 자리 쪽을 건드립니다. 아픈 곳만 계속 풀어도 얼마 안 가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대개 계산의 재료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픈 곳을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면과 이어집니다. 그 글이 힘이 어디로 옮겨 가느냐를 다뤘다면, 이 글은 몸이 무엇을 보고 그렇게 정하느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몸통 한가운데에서 자세를 잡아 주는 쪽은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배에 손을 얹으면 알 수 있는 것) 발이 정보를 올려 보내는 쪽이라면, 배는 그 정보로 몸을 잡아 주는 쪽입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무뎌진 자리가 뚜렷하거나, 대소변 조절이 달라졌거나, 밤에 아파서 깨거나, 다친 뒤로 체중을 싣지 못한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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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