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짧은 답
물은 방향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끌리는 쪽으로 따라갑니다. 대신 몸은 물이 지나갈 문을 따로 두고, 그 문을 몇 개 열지를 정합니다. 그래서 붓는 것은 물이 많아서라기보다 물이 있을 자리를 벗어난 쪽에 가깝습니다.
목차
"물을 좀 적게 마시면 붓기가 빠질까요?"
붓는 분들이 자주 물으십니다. 그런데 마시는 양을 줄여도 붓기는 잘 안 빠집니다. 저는 그 까닭부터 설명하고 진료를 시작합니다.
물은 끌려다닙니다
물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못합니다. 소금이나 당분처럼 물을 끄는 것이 많은 쪽으로 따라갈 뿐입니다.
그래서 몸이 물을 옮기려 할 때 물을 미는 방법은 없습니다. 끌 것을 어디에 두느냐로 옮깁니다.
그냥 스며들게 두기에는 너무 느립니다
물은 세포막을 조금씩 스며들 듯 지나갈 수 있습니다. 막을 이루는 지질 사이로 새어 들어가는 것인데, 문제는 속도입니다.
신장은 하루에 180리터쯤을 걸러 내고 그 대부분을 도로 거둬들입니다. 스며드는 속도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몸은 물이 빠르게 지나갈 문을 따로 두었습니다. 아쿠아포린이라고 부르는 단백질입니다. 이 문이 열리면 물이 지나가는 속도가 10배에서 100배까지 빨라집니다.
이 문은 까다롭습니다
물 분자 하나가 겨우 지나갈 굵기라, 줄을 세워 한 알씩 통과시킵니다. 그러면서 소금은 지나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전하를 띤 입자는 물론이고 수소이온까지 걸러 냅니다.
물은 보내되 전기 신호는 새지 않게 하는 구조입니다. 이 문의 구조를 밝힌 연구에 2003년 노벨화학상이 주어졌습니다.
종류에 따라서는 물과 함께 글리세롤 같은 작은 분자를 같이 옮기는 것도 있습니다. 신장·침샘·눈물샘·땀샘·뇌·피부·수정체·지방·간 — 사람 몸에서 확인된 것만 열 종류가 넘고, 자리마다 얼굴이 다릅니다.
문을 몇 개 열지는 몸이 정합니다
신장의 집합관은 이 문을 평소 세포 안 주머니에 넣어 둡니다. 그러다 물을 아껴야 한다는 호르몬 신호가 오면 주머니를 세포막 쪽으로 옮겨 문을 붙입니다. 신호가 그치면 도로 거둬들입니다.
물은 끌려갈 뿐이지만, 길을 몇 개 열지는 몸이 정합니다. 몸이 물의 양을 직접 주무르는 것이 아니라 통로를 여닫아 형편을 바꿉니다.
그래서 붓는 것은 자리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부종은 혈관 안에 있어야 할 물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와 세포 사이에 고이는 것입니다. 몸 전체의 물이 늘어서 붓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흔히 보는 붓기는 양보다 자리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마시는 물을 줄인다고 이미 자리를 벗어난 물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처음의 물음에 제가 드리는 답이 이것입니다.
자리를 벗어난 그 물이 어떤 길로 빠져나가는지는 땀은 열을 식히려고만 나는 것이 아닙니다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물을 겨냥하지 않습니다
붓기를 볼 때 저는 물을 빼는 쪽보다 물이 다니는 형편을 봅니다.
복령은 전해질을 크게 흔들지 않는 방향으로 물의 이동에 관여한다고 봅니다. 신장에 그치지 않고 위장관·신경 주변·결합조직의 물길에도 함께 걸리는 것으로 보아, 저는 이 약재를 신장 약이라기보다 체액이 어디에 놓이느냐를 바꾸는 약으로 읽습니다.
여기까지는 이 약재가 몸에서 무엇을 움직이는가입니다. 제가 진료에서 복령을 쓰는 자리는 물보다 신경 쪽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신호가 제자리를 벗어나 커지거나 자꾸 되풀이되는 상태를 가라앉히는 쪽입니다.
백출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방향이 한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장에서는 물길을 여는 쪽으로, 신장에서는 닫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한 약재가 같은 문을 자리마다 반대로 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는 물을 빼는 것이 아니라 눌리던 압력을 되돌리는 쪽으로 나옵니다.
황기는 새는 쪽을 붙들고, 이미 나간 물을 혈관으로 되돌리는 쪽에 관여합니다.
다만 여기까지는 동물과 세포 단계의 연구입니다. 사람에게서 확인된 단계는 아닙니다.
문 하나로 다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물길은 여러 경로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같은 경로에 걸리는 약재를 모아 놓으면 효과가 커질 듯싶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흡수되는 속도가 다르고, 대사되는 속도가 다르고, 혈관과 신경 쪽에서 서로 보완하거나 맞겨루기도 합니다. 오래 쓰여 온 조합들이 값진 까닭이 그것입니다 — 함께 썼을 때 서로를 받쳐 준다는 것이 겪어서 확인된 짝들이기 때문입니다.
진료가 먼저인 경우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거나, 숨이 차면서 붓거나,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며칠 사이 체중이 크게 늘었다면 —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료와 검사가 먼저입니다.
참고한 자료
- 부종 — 혈관 안의 체액이 혈관 밖 세포 사이에 축적되는 현상이라는 설명 — 국가건강정보포털(질병관리청)
- 물이 지질막으로도 지나가지만 여러 생리 과정에 필요한 만큼 빠르지는 않다는 것과, 이 통로가 펌프가 아니라는 것을 정리한 글 — 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2002
- 물길 조절과 한약을 다룬 연구들을 모으고, 아직 동물과 세포 단계라는 것을 함께 밝힌 종설 — Frontiers in Cardiovascular Medicine, 2025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