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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더 가렵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낮에는 괜찮다가 자리에 누우면 가렵기 시작합니다. 밤에는 피부 혈류와 호르몬 리듬과 장벽 상태가 각각 다른 이유로 같은 시간에 겹칩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피부 바깥까지 함께 봅니다.

"낮에는 견딜 만한데, 자리에 누우면 가려워서 잠을 못 자요."

이 말씀은 꽤 자주 듣습니다. 그리고 대개 한 가지를 덧붙이십니다. "낮에 바쁠 때는 잊고 있다가, 조용해지면 시작돼요." 그래서 신경 탓인가 싶어 하십니다.

신경을 덜 쓰면 덜 가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밤에 가려운 이유가 그것 하나는 아닙니다.

밤에는 서로 다른 셋이 같은 시간에 겹칩니다

첫째, 피부로 가는 피가 늘어납니다. 잠들 무렵 몸은 체온을 조금 떨어뜨립니다. 그 방법이 피부 혈관을 열어 열을 내보내는 것입니다. 피부 온도가 오르고, 그만큼 가려움도 세게 느껴집니다.

둘째, 코티솔이 내려가 있는 시간입니다. 코티솔은 염증을 눌러 주는 호르몬인데, 아침에 높고 저녁부터 밤에 걸쳐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이것은 정상 리듬이지 무언가 고갈된 상태가 아닙니다. 다만 그 시간대에는 염증을 눌러 주던 힘이 얇아져 있습니다.

셋째, 피부 장벽이 밤에 느슨해집니다. 피부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양이 밤에 늘어납니다. 장벽이 헐거워지면 가려움을 일으키는 물질이 신경 말단까지 더 쉽게 닿습니다.

이 셋은 서로 원인과 결과가 아닙니다. 각각 다른 이유로 움직이는데 시간대만 겹칩니다. 그래서 밤에 가려운 분께 원인 하나를 찾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하나만 건드려서는 잘 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밤에 서로 다른 셋이 같은 시간대에 겹칩니다

긁으면 왜 더 가려워질까

여기가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가려움은 가늘고 느린 신경이 나릅니다. 반면 옷이 스치는 감각, 눌리는 감각은 굵고 빠른 신경이 나릅니다. 원래는 다른 길입니다.

그런데 가려움이 오래가면 척수에서 이 둘을 가르는 역치가 낮아집니다. 그러면 닿기만 한 자극이 가려움으로 번역되어 올라갑니다. 이불이 스치고, 옷깃이 닿고, 손이 지나가기만 해도 가렵습니다. 긁으면 그 자리에 다시 진동과 당김이 생기니, 긁을수록 가려움이 늘어납니다.

피부가 예민해진 것이 아니라 신호를 옮기는 길이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연고를 아무리 발라도 스치기만 해도 가려운 상태는 잘 안 잡힙니다. 그 자리는 피부가 아니라 척수에 있습니다.

병원 자료도 이 악순환을 같은 방향으로 적습니다. 긁으면 습진이 생기고, 습진이 심해지면 가려움이 더 심해진다고요.

히스타민만 잠그면 안 되는 가려움이 있습니다

가려움의 문은 하나가 아닙니다. 히스타민은 그중 널리 알려진 문이고, 항히스타민제는 그 문에서 제 일을 합니다. 두드러기처럼 그 길로 오는 가려움에는 잘 듣습니다.

다만 눌리고 당겨지는 힘이 여는 문, 단백질 분해 효소가 여는 문, 면역 신호가 여는 문이 따로 있습니다. 그 길로 온 가려움은 히스타민 쪽을 잠가도 남습니다. 약이 안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약이 맡은 문이 아닌 것입니다.

가려움을 볼 때 피부 밖까지 봅니다

밤에 가려운 분을 볼 때, 제가 보는 자리는 피부만이 아닙니다.

낮 동안 몸을 얼마나 쓰셨는지, 잠드는 시간이 일정한지, 저녁에 물이 붓는 자리가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조직에 물이 드나드는 형편이 나쁘면 밤에 밀려 들어온 혈장이 빠질 자리가 없고, 그 압력이 다시 신호가 됩니다.

그리고 이 일은 대개 밤에 결판이 납니다. 낮에 편안하다고 나아진 것이 아니고, 하루 이틀 덜 가렵다고 길이 되돌아온 것도 아닙니다. 바뀐 길이 되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럴 때는 검사를 먼저

발진이 없는데 온몸이 가렵고, 여기에 체중이 줄거나 눈 흰자위가 노래지거나 밤에 식은땀이 함께 온다면 그때는 피부 바깥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가려움은 피부병이 아니라 다른 곳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밤에 가려운 것은 마음이 약해서도, 낮에 참다가 밤에 티가 나서도 아닙니다. 그 시간에 몸에서 실제로 여러 가지가 함께 움직입니다.

그러니 밤마다 긁고 계셨다면,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아닙니다. 길이 그렇게 나 있었을 뿐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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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