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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손발이 따뜻해지며 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잠은 손발이 따뜻해지며 옵니다. 손발의 혈관이 열려 열을 내보내고 몸 중심 온도가 내려가야 잠으로 들어갑니다. 손발이 차면 그 창문이 잘 안 열립니다.

아이가 졸리기 시작하면 손이 따뜻해지고 귀가 발그레해집니다. 어른도 잠이 밀려올 때 손발이 노곤하게 더워집니다. 반대로 손발이 차가운 밤에는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뒤척입니다. 저는 이 흔한 경험이 잠이 어떻게 오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잠은 몸의 중심 온도가 내려갈 때 옵니다

우리는 잠을 '뇌가 스위치를 끄는 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잠이 오려면 몸에서 먼저 벌어져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몸 중심의 온도가 조금 내려가는 것입니다.

몸은 겉과 속의 온도가 다릅니다. 우리가 재는 체온은 대개 몸속 깊은 곳의 온도, 곧 심부 체온입니다. 이 심부 체온은 하루 동안 오르내리는데, 잠들 무렵이 되면 살짝 떨어집니다. 그 하강이 잠으로 들어가는 신호 가운데 하나입니다.

손발은 그 열을 내보내는 창문입니다

그럼 중심의 열을 어떻게 내릴까요. 여기서 손발이 등장합니다.

잠들 무렵이 되면 손발의 혈관이 열립니다. 따뜻한 피가 손발로 몰리면서 그곳으로 열을 바깥에 내보냅니다. 손발이 따뜻해지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겉(손발)이 더워지는 만큼 속(심부)의 열이 빠져나가 중심 온도가 내려갑니다. 그렇게 온도가 내려가면 잠이 옵니다. 손발은 잠들기 위해 열어 두는 창문인 셈입니다.

그러니 손발이 따뜻해지는 것은 잠이 온다는 결과이자, 동시에 잠을 오게 하는 과정입니다.

중심 체온이 내려가고 손발 체온이 오르며 엇갈리는 무렵

그래서 손발이 차면 잠들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보면, 손발이 찬 사람이 잠들기 힘든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창문이 잘 안 열리는 것입니다.

손발의 혈관이 잘 열리지 않으면 열이 바깥으로 빠지지 못하고, 그러면 중심 온도가 잘 안 내려가 잠으로 들어가는 신호가 약해집니다. "피곤한데 손발이 차서 잠이 안 온다"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자기 전에 따뜻한 물에 손발을 담그거나 양말을 신으면 잠이 잘 오는 것도 같은 자리입니다. 겉을 데워 혈관을 열면, 오히려 속의 열이 잘 빠져 중심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입니다. 겉을 덥혀 속을 식히는 셈입니다.

잠의 구조와, 잠으로 드는 과정은 다릅니다

수면을 재는 검사는 잠의 시간과 단계를 봅니다. 그런데 잠들 무렵 손발이 열려 중심 온도가 내려가는지는 재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사상 큰 문제는 없다는데 유독 잠들기가 어렵다"는 일이 생깁니다. 잠의 구조와, 잠으로 들어가는 그 문턱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손발이 늘 차고 저리며 색이 변하거나, 낮에도 견디기 힘들 만큼 졸리다면 — 그것은 이 이야기를 넘어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순환과 수면을 확인하는 진료가 먼저입니다.


잠이 오는 것을 우리는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일로만 압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손발이 조용히 열을 내보내며 몸의 중심을 식히고 있습니다.

손발이 차서 잠들기 어려운 밤은,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잠으로 들어가는 창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는 몸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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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