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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 하나가 다른 약재의 길을 바꿉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왜 약재 하나만 빼거나 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한 약재가 옆에 있는 약재의 흡수와 대사를 바꿔 놓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조합에는 그 조율이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이 약재 하나만 빼면 안 되나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향이 부담스럽거나, 어디서 그 약재 이야기를 들으셨거나,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질문입니다. 다만 제가 쉽게 빼거나 넣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솥에 함께 달일 때 솥 안에서 화학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는 앞서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약재를 한 솥에 함께 달이는 이유) 오늘 말씀드릴 것은 그다음입니다. 솥에서 끝나지 않고, 몸 안에 들어가서도 서로의 길을 바꿉니다.

꿀은 단맛 때문에 넣는 것이 아닙니다

옛 처방 중에는 성질이 사나운 약재를 쓸 때 꿀을 함께 넣고 달이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도 맛을 낼 정도가 아니라, 약재보다 훨씬 많은 양을 씁니다.

오래 저는 이것을 먹기 좋으라고 넣은 것으로만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합을 실제로 재 본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꿀과 함께 쓰면 그 약재 성분의 혈중 곡선이 통째로 다시 그려집니다. 가장 높이 올라가는 농도도,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몸에서 빠져나가는 속도도 전부 달라집니다. 그리고 방향이 한쪽으로만 가지 않습니다. 독성이 문제가 되는 계열은 줄고, 약으로 쓰려는 계열은 오히려 더 살아납니다.

꿀이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얼마나 통과할지를 다시 정한 것에 가깝습니다. 같은 약재인데 옆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몸에 도착하는 내용이 달라집니다.

흡수하는 문과 분해하는 효소를 함께 건드리는 약재가 있습니다

몸에는 먹은 것을 도로 밀어내는 문이 있고, 간에는 그것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습니다. 약이 얼마나 몸에 남을지는 이 두 곳에서 상당 부분 정해집니다.

황련처럼 쓰고 노란 약재의 성분은 이 두 곳을 함께 붙잡습니다. 밀어내는 힘이 약해지고 분해가 느려지니, 같이 들어온 다른 성분의 농도가 올라갑니다.

사람에서도 측정돼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 17명에게 이 성분을 2주 동안 먹이고 다른 약의 처리를 재 봤더니, 분해 효소 세 종류의 활성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한 약물은 몸에 노출되는 총량이 40% 늘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성분만 따로 뽑아 정해진 양을 계속 먹인 조건입니다. 처방 안에서 다른 약재와 함께 들어갈 때 그대로 재현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이 약재는 옆자리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이런 약재가 들어가는 자리에서 저는 임의로 가감하기보다 오래 쓰여 온 조합을 그대로 씁니다. 예전 의가들이 이 기전을 알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오래 살아남은 조합에는 조율이 이미 들어가 있고, 그것을 제가 한 칸 옮기면 무엇이 함께 움직일지 저도 다 알지 못합니다.

층이 여럿이고, 켜지는 때가 다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약재끼리 서로 방해하거나 돕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데, 실제로는 한 층이 아닙니다.

같은 약재가 달이는 솥에서 한 번, 장에서 흡수될 때 또 한 번, 간에서 처리될 때 다시 한 번 옆의 약재에 관여합니다. 그리고 이 층들이 동시에 켜지지 않습니다. 솥에서의 일은 이미 끝나 있고, 흡수는 몇십 분 안에, 분해에 걸리는 영향은 며칠에 걸쳐 나타나기도 합니다.

제가 늘 말씀드리는 그림이 여기서도 같습니다. 여러 손이 큰 공의 서로 다른 자리를, 서로 다른 힘으로, 서로 다른 때에 밀어서 공이 한 방향으로 굴러가는 모습입니다. (한약은 한 곳을 누르지 않습니다) 손 하나를 빼면 공이 그냥 조금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굴러가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약재 하나를 놓을 때 보는 것

정리하면 저는 세 가지를 봅니다.

그 약재가 혼자 하는 일.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여는가.

옆에 있는 약재와의 관계. 함께 들어갔을 때 서로의 용출과 흡수와 분해를 어떻게 바꾸는가.

그 사람의 조건. 지금 드시는 약이 있는지, 몸의 상태가 어떤지.

세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같은 조합이라도 드시는 약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한약재가 약의 분해를 늦출 수 있고, 그러면 그 약의 농도가 올라갑니다. 드시는 약이 있으시면 꼭 말씀해 주십시오. 대개는 그대로 함께 드셔도 되지만, 그 판단을 제가 정보 없이 할 수는 없습니다.


약재 하나만 빼면 안 되겠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답은 이렇습니다. 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하나를 덜어 내는 일이 아니라, 나머지 전부의 길이 함께 달라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자리를 가볍게 옮기지 않습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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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