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이 쓴 글 만성통증 클리닉

팔꿈치가 아픈데 굽히고 펴는 건 멀쩡하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팔꿈치는 체중을 받지 않는 관절입니다. 그래서 닳아서 아픈 경우보다, 손에서 시작된 힘이 한자리로 모여 생기는 통증이 훨씬 흔합니다. 이름에는 염증이 붙어 있지만 그 자리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조금 다릅니다.

"주전자를 드는데 팔꿈치 바깥쪽이 찌릿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면 팔꿈치를 접었다 펴는 것 자체는 아무렇지 않다고 하십니다. 굽히고 펴는 데는 걸리는 것이 없는데, 무언가를 쥐고 들 때만 아픕니다.

아픈 자리가 관절 속이 아닐 때 이런 모양이 됩니다.

팔꿈치에서 힘이 모이는 자리

무릎이나 허리와 달리 팔꿈치는 체중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절 자체가 닳아서 아픈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뼈가 부러져 진료받으러 온 1,000명을 살펴본 조사에서 증상이 있는 팔꿈치 관절염은 2%였고, 그마저도 남성과 힘쓰는 일을 오래 한 분들 쪽에 몰려 있었습니다.

대신 다른 부담이 걸립니다. 손목을 젖히고 손가락을 펴는 근육들은 팔뚝에 있고, 그 위쪽 끝이 힘줄이 되어 팔꿈치 바깥쪽 뼈의 한 자리에 모여 붙습니다. 무언가를 쥘 때마다 그 근육들이 함께 일하고, 그 힘은 전부 붙어 있는 그 좁은 자리로 모입니다. 그래서 손을 많이 쓴 날은 손이 아니라 팔꿈치가 아픕니다.

그러니 탈이 나는 자리는 관절 속이 아니라 힘줄이 뼈에 가서 붙는 자리입니다. 근육이 힘줄로 바뀌는 자리와, 그 힘줄이 뼈에 박히는 자리. 둘 다 좁은데 힘은 거기서 한 점으로 모입니다. 관절이 아픈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접었다 펴는 데는 걸리는 것이 없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이름에는 '염'이 붙어 있습니다

이 자리의 통증을 흔히 테니스엘보라고 부르고, 의학 용어로는 외측상과염이라고 합니다.

라켓도 골프채도 잡아 본 적이 없는데 이 이름을 들으셨다면 어리둥절하실 만합니다. 이름이 그렇게 붙었을 뿐, 이 자리를 당기는 일은 운동만이 아닙니다. 앞에서 적은 대로 손을 쓰는 일은 모두 그 자리로 모입니다. 골프와 테니스는 그 여러 갈래 가운데 눈에 잘 띄는 하나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름에 붙은 '염'도 그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그 조직을 들여다본 연구들에서는 염증 세포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콜라겐이 제자리를 못 잡고 흐트러져 있고, 가는 혈관이 늘어나 있고, 아물다 만 조직이 섞여 있습니다.

이름은 염증인데,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되풀이해 당겨진 힘줄이 제대로 다시 만들어지지 못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런 상태를 힘줄병증(tendinosis)이라고 부릅니다.

며칠 붓기를 가라앉혔는데도 몇 달을 끄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가라앉힐 염증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드는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작할 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얼마나 썼느냐보다 어떻게 버텼느냐

근육이 짧아지면서 움직일 때와, 길이는 그대로 둔 채 힘만 주고 버틸 때는 힘줄이 받는 것이 다릅니다. 버틸 때는 근육이 짧아지지 못하니 늘어나는 쪽이 힘줄입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걷고, 프라이팬을 든 채 젓고, 걸레를 짜고, 마우스에 손을 얹은 채 몇 시간을 보내고, 아기를 팔로 받쳐 안습니다. 전부 버티는 일입니다.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하시는 분들이 실은 하루 종일 버티고 계십니다.

많이 쓴 것이 원인이 아니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다만 몇 번 썼는가보다 어떤 자세로 얼마나 오래 버텼는가가 이 자리에 더 크게 걸립니다.

팔을 쓴 적이 없는데 아픈 경우

어깨는 갈비뼈 위에 얹혀 있고, 팔은 그 어깨에 매달려 있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움직이니, 한쪽 가슴이 덜 움직이면 그쪽 어깨가 놓인 자리도 달라집니다. 팔이 매달린 각도가 달라지면 같은 동작을 해도 팔꿈치에 걸리는 장력이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 통증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날은 괜찮고, 오래 걷거나 피곤한 날 저녁에 심해집니다. 아픈 날과 덜한 날이 갈린다는 것 자체가 알려 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팔꿈치가 아프다고 오셔도 어깨와 갈비뼈가 놓인 자리를 함께 봅니다.

팔꿈치를 굽히면 안쪽이 좁아집니다

팔꿈치 안쪽에는 신경이 지나가는 좁은 통로가 있습니다. 팔꿈치를 굽히면 그 통로를 덮은 띠가 팽팽하게 늘어나면서 통로의 부피가 절반 넘게 줄어듭니다. 여기에 손목을 쓰는 근육까지 힘이 들어가면 안쪽 압력이 크게 올라갑니다.

전화를 오래 받고 나서, 팔을 굽힌 채 자고 일어나서 새끼손가락 쪽이 저릿한 것이 이 자리의 일입니다. 그리고 한 번 좁아지면 그다음이 이어집니다. 좁아지면 순환이 나빠지고, 순환이 나빠지면 붓고, 부으면 더 좁아집니다.

힘줄 쪽 일과 이 통로의 일은 한 팔에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냐를 고르는 물음이 아니라, 지금은 어느 쪽 몫이 큰지를 보는 일입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다치지 않았는데 팔꿈치가 붓고 벌겋게 달아오르거나, 열이 함께 나거나, 손에 힘이 빠져 물건을 자꾸 놓치거나, 손 근육이 눈에 띄게 빠져 보인다면 순서가 다릅니다. 넘어진 뒤로 팔이 끝까지 안 펴지거나 모양이 달라졌을 때도 그렇습니다.


처음의 주전자로 돌아가겠습니다.

접었다 펴는 것은 괜찮은데 쥐고 들 때만 아프다면, 그 팔꿈치에서 탈이 난 것은 굽히고 펴는 일이 아닙니다. 손에서 시작된 힘이 모여드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얼마나 아프신지보다 어떤 때 아픈지를 먼저 묻습니다. 움직일 때인지, 만질 때인지, 가만히 있어도 그런지. 아픈 때가 다르면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도 다르고, 시작할 자리도 달라집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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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