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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콜레스테롤이 오르는 데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왜 아플까〉 · 17편 중 17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지질 검사는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있는지를 적지, 그것을 나르는 입자가 몇 개인지는 적지 않습니다. 둘이 갈라질 때 표에는 정상이 적힙니다.

지질 검사에 적히는 것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혈액에 얼마나 있는지입니다. 그 양을 나르는 입자가 몇 개인지는 적히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이 둘이 같이 갑니다. 양이 늘면 입자도 늘고, 양이 줄면 입자도 줍니다. 그런데 몸에서 벌어지는 일에 따라 둘이 갈라질 때가 있습니다. 입자 수는 늘었는데 콜레스테롤 양은 그대로인 상태입니다. 그러면 표에는 정상이 적힙니다.

어쩌다 그렇게 되는지는 네 줄이 움직이는 차례를 따라가면 보입니다. 지질 수치는 한꺼번에 나빠지지 않습니다. 먼저 움직이는 줄이 있고, 한참 뒤에야 움직이는 줄이 있습니다.

먼저 흔들리는 것은 중성지방입니다

간은 남는 열량으로 지방을 만들어 혈액에 실어 내보냅니다. 인슐린이 제 일을 하는 동안에는 이 내보내기가 적당한 선에서 멈춥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고리처럼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 예전만큼 일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면, 간은 지방을 더 만들고 내보내기도 덜 멈춥니다. 그 결과 중성지방을 잔뜩 실은 입자가 혈액에 늘어납니다. 네 줄 가운데 중성지방이 먼저 오르는 이유입니다.

그다음은 짐을 바꿔 싣는 일입니다

혈액 속 지질 입자들은 각자 제 짐만 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서로 짐을 바꿔 싣습니다. 중성지방을 많이 실은 입자가 늘면, 그 입자는 자기 중성지방을 HDL과 LDL 쪽으로 넘기고 대신 콜레스테롤을 받아 옵니다. 이 맞바꿈을 맡는 단백질이 있는데, 콜레스테롤에스터 전달단백질(CETP)이라고 부릅니다.

중성지방을 받아 든 HDL은 간을 지나며 잘게 깎이고, 깎인 HDL은 오래 남지 못하고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HDL 수치가 내려갑니다. HDL이 두 번째로 움직이는 줄인 것은 HDL 자체가 나빠져서가 아니라, 첫 줄이 움직인 결과입니다.

마지막에 움직이는 것은 LDL의 크기입니다

같은 맞바꿈을 겪은 LDL도 중성지방을 안은 채 깎입니다. 깎인 LDL은 크기가 줄고 밀도가 높아집니다. 이렇게 변한 입자를 작고 촘촘한 LDL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처음에 말씀드린 갈림이 생깁니다. 입자가 작아지면 같은 양의 콜레스테롤을 나르는 데 입자가 더 많이 듭니다. 그러니까 입자 수는 늘었는데 콜레스테롤의 양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표에 적히는 LDL 수치는 양이지 개수가 아닙니다.

입자 수에 가까운 수치로 아포B를 재는 검사가 따로 있지만 건강검진에 늘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총콜레스테롤과 LDL이 기준 안에 있으면서도 네 줄은 이미 차례를 밟아 놓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표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이 검사는 양을 보고, 몸에서 달라진 것은 개수와 크기입니다.

돌아올 때도 순서가 있습니다

차례가 있다는 것은 되돌아올 때도 차례가 있다는 뜻입니다. 생활이 달라지면 중성지방은 비교적 빨리 내려옵니다. HDL은 그보다 더디게 따라 올라오고, 입자 크기가 제자리를 찾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이 순서를 모르면, 몇 주 만에 다시 잰 결과에서 HDL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먼저 움직이기로 되어 있는 줄이 먼저 움직였다면 그 방향은 이미 돌아선 것입니다.

한약을 쓸 때도 저는 이 순서를 그대로 봅니다. 이미 올라간 수치 하나를 겨누기보다, 첫 줄이 먼저 움직인 그 사정 쪽을 함께 살핍니다. 순서를 알고 보면 무엇부터 확인할지가 정해집니다.

다만 중성지방이 수백 단위로 높게 나왔거나, 가족 중에 이른 나이에 심장이나 혈관 병을 앓은 분이 계시다면 순서와 상관없이 검사를 함께 챙기시는 편이 낫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라는 말은, 그 줄이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네 줄이 모두 제자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순서를 알면 결과지 한 장으로도 지금 어디쯤인지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줄부터 손대야 하는지도 함께 정해집니다. 저는 이것이 수치를 낮추는 일보다 먼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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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29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과 《검사 밖의 몸》(2026) 두 권을 썼습니다. 앞의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뒤의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