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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으로 무엇을 아는가 — 맥진을 순환의 언어로 읽는다면

〈약이 몸에서 하는 일〉 · 10편 중 2번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글 · 의료 내용 확인 허지영 대표원장 · 한의학 병리학 박사

짧은 답

맥을 짚으면 무엇을 알 수 있나요? 맥의 속도·강약·리듬은 순환과 긴장 상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만, 맥만으로 병을 확진하거나 처방을 정하지 않으며 이상 신호에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한의사가 손목에 손가락을 얹고 맥을 짚을 때, 도대체 무엇을 읽고 있을까요.

저는 진맥을 아주 현실적인 정보로 이해합니다. 맥은 결국 심장이 밀어낸 혈액이 혈관을 지나가며 만드는 압력의 파동입니다. 다만 그 파동에서 읽어 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맥에서 실제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맥은 "압력의 파동"입니다

수도관에 물이 흐를 때, 물의 양과 압력, 관의 탄력에 따라 손끝에 닿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혈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주로 보는 것은 맥의 속도와 강약입니다. 여기에 혈관 자체의 탄성리듬이 흔들리는지를 함께 봅니다. 맥이 고르지 않으면 심장 쪽을, 좌우의 맥압이 다르면 혈관 쪽을 확인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손끝에 닿는 느낌을 잘게 나누어 병을 가려낸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속도와 강약은 긴장·발열·탈수에 따라서도 움직입니다. 그래서 맥은 실마리이지 그것만으로 병을 가르는 자리가 아닙니다.

왜 기계 수치만으로는 부족할까요

혈압계는 특정 순간의 숫자 하나를 보여줍니다. 맥진은 그 사람 혈류의 질감과 흐름의 경향을 읽습니다. 둘은 서로를 대체하지 않고 보완합니다.

저는 맥에서 얻은 실마리를, 환자분이 말씀하시는 증상·체형·생활과 함께 맞춰봅니다. "맥이 이런데, 손발이 차고 잠이 얕다"는 정보들이 모이면, 순환과 자율신경의 어느 고리가 흐트러졌는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맥진은 그 그림의 한 조각입니다.

맥 하나로 방향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맥에서 얻은 것은 조각입니다. 그 조각을 증상·체형·생활과 맞춰 볼 때 비로소 방향이 잡힙니다. 맥만 보고 처방을 정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맥으로 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맥진으로 모든 병이 가려지지는 않습니다. 맥은 순환과 긴장 상태에 대한 유용한 실마리를 주지만, 기질적인 질환을 확진하려면 영상이나 혈액 검사가 필요합니다. 저는 맥에서 이상 신호가 읽히면 오히려 적절한 검사를 먼저 권합니다.

오래된 진단법을 순환의 언어로 다시 읽는 것 — 그것이 제가 진맥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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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 서울 광진구 자양동 · 구의역 4번 출구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단독 저서 《몸을 돌려놓는 한약》 · 《검사 밖의 몸》 ·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 · 직접 쓴 글 284편

이력 펼쳐보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몸을 다층으로 보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돌아오는 힘(회복 탄력성)을 살피며, 적응이 안 될 때는 몸 안의 환경 쪽을 손대는 것 — 이 세 관점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단독 저서로 《과학의 눈으로 읽는 한의학》(2026), 《검사 밖의 몸》(2026), 《몸을 돌려놓는 한약》(2026) 세 권을 썼습니다. 첫 책은 한약이 몸 안에서 어떤 길을 지나는지를 성분과 기전의 이름까지 따라가며 설명했고, 두 번째 책은 검사는 정상이라는데 여전히 불편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여섯 갈래로 나누어 살폈습니다. 세 번째 책은 그 몸이 어디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지를 자율신경, 만성 대사성 질환, 만성 통증, 여성의 몸, 아이와 청소년, 노년기, 낫지 않는 병의 일곱 갈래로 봅니다.

이 글을 쓴 곳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자양로 46, 오띠모빌딩 2층 201호)에 있습니다. 구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입니다. 자율신경·만성통증·난치질환처럼 검사에서 잘 잡히지 않는 불편을 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