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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눈을 보는 이유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진료실에 앉으시면 저는 먼저 눈을 봅니다.

눈이 아파서 오신 것이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소화가 안 되어 오신 분도, 허리가 아파 오신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유를 물으시는 분이 계셔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눈은 살아 있는 혈관과 신경을 겉에서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다른 곳은 피부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눈만이 열려 있습니다.

눈꺼풀 안쪽의 색

아래 눈꺼풀을 살짝 당겨 보면 안쪽 점막이 보입니다. 건강할 때는 선명한 분홍빛입니다.

이 색이 창백하면 저는 빈혈을 먼저 떠올립니다. 피가 모자라면 이 얇은 점막의 색이 먼저 빠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선이 있습니다. 이 창백함은 단서이지 검사가 아닙니다. 실제로 재 보면 빈혈인 분의 절반 남짓에서만 창백이 눈에 띕니다. 그러니 창백하면 확인해 볼 이유가 되지만, 창백하지 않다고 빈혈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결론이 아니라 피 검사를 권할 이유로 씁니다.

반대로 흰자위가 누렇게 물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황달은 피부보다 눈에서 먼저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유입니다. 빌리루빈은 엘라스틴이라는 단백질에 잘 달라붙는데, 흰자위에서 엘라스틴이 많은 곳은 흔히 말하는 공막(흰 껍질)이 아니라 그 위를 얇게 덮은 결막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노랗게 물드는 것은 공막이 아니라 결막입니다. 간이나 담도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눈꺼풀이 붓는 시간

눈꺼풀이 붓는 것은 흔합니다. 다만 언제 붓는가가 중요합니다.

아침에 유독 심하고 낮이 지나며 가라앉는다면, 저는 신장 쪽을 한 번 생각합니다. 누워 있는 동안 얼굴로 몰린 물이 빠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다리가 붓는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같은 부기라도 어디가, 언제 붓는지에 따라 몸이 하는 말이 다릅니다.

눈꺼풀 떨림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눈이 자꾸 떨리는데 왜 이러죠?"

대개는 피로, 카페인, 스트레스, 잠 부족입니다. 며칠 쉬면 사라집니다. 저는 이런 떨림을 몸이 보내는 가벼운 경고로 봅니다. 자율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다음의 경우는 다릅니다.

  • 떨림이 몇 주 이상 이어질 때
  • 눈 주변을 넘어 한쪽 얼굴 전체가 함께 움직일 때
  • 눈꺼풀이 저절로 감겨 뜨기 어려울 때

이때는 단순한 피로가 아닐 수 있어 신경과 진료를 권해 드립니다.

눈꺼풀이 처질 때

한쪽 눈꺼풀이 처지는 것을 안검하수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며 서서히 처지는 것은 흔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쪽만 처지고, 여기에 다음이 함께 온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물체가 둘로 보인다
  • 양쪽 동공 크기가 다르다
  • 눈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은 눈의 문제가 아니라 눈을 움직이는 신경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또 하나, 저녁이 될수록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아침엔 괜찮다면 근육이 쉽게 지치는 병(중증근무력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단서입니다.

눈이 빨개졌을 때 — 통증이 갈림길입니다

충혈은 흔합니다. 대부분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늘 하나를 확인합니다. 아픈가, 아프지 않은가.

상태 흔한 원인 어떻게 해야 하나
빨갛지만 아프지 않다 결막염, 눈의 피로 대개 시간이 해결합니다
빨갛고 몹시 아프다 + 시야가 흐려진다 급성 녹내장, 각막염, 포도막염 즉시 안과로
한 군데만 선명하게 빨갛다 결막 아래 출혈 대개 저절로 흡수됩니다

특히 심한 눈 통증 + 충혈 + 시력 저하 + 두통·구역질이 함께 온다면, 급성 녹내장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응급입니다. 몇 시간이 중요합니다.

한 문단만 기억해 주십시오

갑자기 시력이 사라지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한쪽 눈꺼풀이 처지며 동공 크기가 달라지거나, 심한 눈 통증에 충혈과 시야 흐림이 겹친다면 — 한의원보다 안과나 응급실이 먼저입니다. 이때는 눈이 아니라 뇌혈관·신경·안압 쪽의 일일 수 있고, 눈은 그것이 겉으로 비치는 창문일 뿐입니다. 저는 이런 분을 만나면 치료를 미루고 병원부터 안내해 드립니다.

눈은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보여 주는가

옛 의서에서도 눈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흰자위가 누러면 간담(肝膽)을 살피고, 눈이 창백하면 혈(血)이 부족하다고 읽었습니다.

저는 이 오랜 관찰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대의 언어로 다시 읽습니다.

눈에서 보이는 것 옛 표현 오늘의 언어
흰자위가 누렇다 간담습열 빌리루빈이 결막의 엘라스틴에 붙는다 — 간·담도
눈꺼풀 안쪽이 창백하다 혈허 빈혈, 혈액량 부족
눈이 충혈된다 간화상염 결막·포도막·안압의 문제
눈꺼풀이 붓는다 수습정체 신장·심장·단백질 부족
눈이 뻑뻑하다 음허 눈물막 이상, 자가면역

옛사람들이 본 것은 몸 전체가 눈에 비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관찰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다만 오늘의 우리는 그런지를 조금 더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거울 앞에서 눈을 들여다보실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셔도 좋습니다. 다만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스스로 진단하지 마십시오. 눈꺼풀 안쪽이 조금 하얗다고 빈혈은 아닙니다. 이 글에 적은 것은 진단이 아니라 살펴볼 방향입니다.

둘째, 위에 적은 응급 신호는 기억해 주십시오. 그것 하나면 이 글은 제 몫을 다한 것입니다.

한의원에서 눈을 보는 일은 병명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몸이 지금 어느 축에서 흔들리고 있는지 — 피가 모자란 것인지, 흐름이 막힌 것인지, 신경이 지친 것인지 — 그 방향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제가 도울 수 없는 것을 만나면, 도울 수 있는 곳으로 보내 드리는 것 또한 진료의 일부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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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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