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 날이나, 잠을 설친 다음 날, 몸살처럼 아픕니다
짧은 답
감기 기운도 없고 무리한 일도 없는데 왜 몸살처럼 온몸이 뻐근할까요? 되짚어 보면 전날 술이 있었거나, 끼니를 오래 걸렀거나, 잠을 설친 날입니다. 대사가 흔들린 날, 그 몫을 근육이 떠안을 때가 있습니다. 열이 함께 나거나 소변이 콜라색으로 짙어졌다면 그날 확인이 먼저입니다.
목차
감기 기운도 없는데 몸살처럼 온몸이 뻐근한 날이 있습니다. 어깨가 굳어 있고, 종아리에 쥐가 나고, 몸이 무겁습니다. 열은 없습니다. 무리한 일도 없었습니다.
되짚어 보면 모양이 비슷합니다. 전날 술이 있었거나, 끼니를 오래 걸렀거나, 잠을 설쳤습니다.
저는 이런 날의 근육통을 근육만의 일로 보지 않습니다. 대사가 흔들린 날, 그 몫을 근육이 떠안을 때가 있습니다.
몸이 위태로우면 근육이 먼저 긴장합니다
몸에는 전체의 각성 수준을 조절하는 곳이 있습니다. 뇌간의 그물형성체입니다. 소리 크기를 조절하는 손잡이처럼 몸이 얼마나 깨어 있을지를 올리고 내립니다. 위태롭다고 판단되면 이곳이 각성을 한 단계 올립니다.
각성이 올라가면 근육의 긴장도 함께 올라갑니다.
근육에는 자기 길이를 재는 감각기가 들어 있습니다. 근방추입니다. 각성이 올라가면 이 감각기가 먼저 조여집니다. 그러면 근육은 「내가 늘어나고 있다」고 읽습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수축합니다. 본인이 힘을 준 것이 아닙니다. 어깨에 힘을 빼려고 애써도 잘 안 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몸을 위태롭게 하는가. 혈압, 체온, 체액의 농도, 그리고 혈당. 여기에 스트레스, 피로와 과로, 어긋난 식사가 같은 목록에 있습니다. 몸이 「지금 상태가 위태롭다」고 읽는 조건들입니다.
마음 쓴 일이 없어도 그렇습니다. 혈당이 급하게 내려간 몸, 물이 모자란 몸은 그 자체로 비상입니다.
술 마신 다음 날은 여러 칸이 한꺼번에 흔들립니다
술이 있던 밤은 이 목록의 여러 칸을 한꺼번에 건드립니다.
잠이 얕아집니다. 잠든 것 같아도 뒤쪽 잠이 흐트러져서, 밤에 해야 할 회복이 덜 됩니다.
물이 빠집니다. 소변으로 나가는 물이 늘어 체액의 농도가 달라집니다.
혈당이 내려갑니다. 굶는 동안에는 간이 당을 새로 만들어 대는데, 술을 치우는 일이 먼저라 그 일이 밀립니다. 안주 없이 마신 날, 마시고 저녁을 거른 날이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니 다음 날 아침의 몸은, 마음은 쉬었는데 밤새 비상이었던 몸입니다. 근육이 굳고 뻐근한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잠을 설친 날, 오래 굶고 일한 날도 칸의 수만 다를 뿐 같은 길을 갑니다.
굳었는데, 힘을 준 적이 없습니다
이런 긴장은 만져 보면 아픕니다. 머리가 아픈 분들의 두개골 주위 근육을 눌러 보면 건강한 분들보다 뚜렷이 아픕니다. 그런데 근육이 실제로 세게 수축하고 있는지를 전기로 재 보면(근전도), 뜻밖에 조용할 때가 많습니다. 두통 환자의 목과 머리 주위 근육에서 이것을 재 본 연구가 있습니다. 눌렀을 때 아픈 것은 뚜렷한데, 전기 활동은 평소와 차이가 없었습니다.
뭉쳤다기보다 예민해진 상태가 함께 있는 것입니다. 같은 세기로 눌러도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픈 근육을 주무르기만 해서는 그때뿐인 날이 있습니다. 근육을 조이게 만든 조건이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날의 대사를 함께 봅니다
이런 근육통이 되풀이되면 저는 아픈 곳보다 먼저 그 며칠을 봅니다. 끼니 간격, 술, 잠, 물. 아픈 날이 굶은 날과 마신 다음 날에 몰려 있는지를 봅니다.
조건이 보이면 손댈 것도 보입니다. 근육은 풀되, 근육을 조이게 만든 조건을 같이 줄입니다.
한의학이 오래 짚어 온 대목이 여기와 닿아 있습니다. 아픈 곳 하나만 보지 않고, 그 사람이 먹고 자고 마시는 일과 함께 읽는 것입니다.
검사가 먼저인 경우
열이 나면서 온몸이 아프면 감염부터 확인합니다. 심한 운동이나 과음 뒤에 근육이 몹시 아프면서 소변이 콜라색으로 짙어졌다면 그날 확인해야 합니다. 한쪽 종아리만 붓고 아픈 것도 기다릴 일이 아닙니다.
열 없이 오는 몸살은, 지난 며칠이 근육에 남긴 기록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가 아픈지를 물은 다음, 그 며칠을 묻습니다.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나는 시각을 묻는 이야기와 같은 길입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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